남은 바비큐에 쌈장 넣고 폭폭 끓여봐~

박미향 2011.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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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더블피’의 차화섭 작가가 추천하는 휴가철 초간단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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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화섭(33)씨는 텃밭을 가꾼다. 경기도 고양시 집에서 파주시 텃밭까지는 40분 거리다. 약 70㎡(20평)인 텃밭에는 얼갈이배추, 상추 등 푸른 채소들이 계절을 좇아 풍성하다. 음식물쓰레기와 소변을 모아 퇴비로 쓰기 때문에 농약을 전혀 뿌리지 않는다. 식탁은 제철 채소로 언제나 푸른 들판이다. 그의 채소들은 건강지킴이로만 생을 마감하지 않는다. 차씨의 붓끝에서 건강전도사로, 만화의 주인공으로 다시 태어난다. 차씨는 웹툰 작가다. 풀빵닷컴에서 ‘더블피의 뚝딱쿠킹’을 연재한 지가 벌써 7년째다. 귀여운 캐릭터 더블피가 만화와 사진을 이용해서 간편한 요리들을 쉽게 소개한다. 그야말로 ‘뚝딱’ 해치우는 요리들의 대백과사전이다. 오이만 잔뜩 든 오이샌드위치, 강화도에서 뜯어온 참취로 만든 나물무침, 오이소박이와 야생고들빼기 잎과 ‘남의 밭 쪽파’ 등을 섞어 비빈 국수 등. 요리 작업장은 그의 부엌. 실생활이 그대로 드러난다.
 “요리는 이벤트가 아니라 생활입니다.” 차씨는 특별한 재료가 없더라도 한끼 넉넉한 식탁을 준비하는 데 어려움이 없는 간단한 요리법을 소개한다. 그는 퀴즈도 ‘뚝딱’ 잘 낸다. ‘이것은 무엇일까요? 우리 밭에서 제일 크게 자란 선두주자 작물입니다.’ 문장 아래에는 커다란 상추 사진 한장이 걸려 있다. 엽기 발랄한 요리가 등장하면 독자들의 눈동자는 두배로 커진다. 바나나카레가 그런 요리다. ‘바나나 의존이 심한 자취인 친구들’이 버리고 간 바나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박이 바둑이처럼 변한다. 더블피는 ‘(맛이 이상할 거라는) 편견을 버리자’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외치면서 칼질을 시작한다. 날 선 각오는 우유부단한 바나나를 카랑카랑한 카레로 만든다. 그는 전날 밤 라면의 침공에 무너진 얼굴처럼 푸석해진 토마토나 사과도 같은 방법으로 구제하자고 외친다.

 

 

저렴·초간단 자취요리에서 건강·소박·검소한 자연식으로
 
 

차씨의 요리가 처음부터 건강식은 아니었다. 인스턴트 재료나 참치 캔 같은 간편 조리식품을 이용한 요리들이 많았다. 오랜 자취생활의 흔적이었다. “대학교 다니면서 자취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계산해 봐도 라면은 저에게 너무 비쌌거든요.” 그는 “더 싸고 더 맛있는 것”을 찾아내서 “더 잘 살아남고 싶”어서 요리를 시작했다. 고구마 맛탕, 초단기 완성 수제비 등. 사진에 글자를 입혀 발랄하고 위트 넘치게 구성했다. 싹이 난 감자나 변색한 양파를 ‘침 뱉는 애’, ‘머리에 힘준 애’, ‘탈색한 애’로 표현하고 ‘애들은 삐뚤어져 있었습니다’라고 표현했다. 최근 만화는, 통통 튀는 유머는 옅어졌지만 음식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 소박하고 검소한 자연식이 늘었다. 만화의 변화는 달라진 생각 때문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뀌었어요. 처음엔 ‘돈을 아끼자’가 목표였어요. 돈이 제겐 중요했거든요. 요리에 흥미가 늘고 여러 가지 식재료를 공부하다 보니 돈을 아끼는 것보다 좋은 것을 먹고, 좋은 생각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제철과 알뜰의 끝은 맞물려 있더군요.” 결혼도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독신일 때 작심삼일이었던 ‘텃밭 가꾸기’는 남편의 도움으로 실천할 수 있었다. 
 ‘더블피의 뚝딱쿠킹’은 한달 평균 클릭 수가 5만건이 넘는다. 아기자기한 댓글도 수십건이다. 누리꾼들은 그와 인터넷에서만이 아니라 오프라인 세상에서도 소통하길 원한다. “최근 안성에 사는 한 독자는 자신의 텃밭에서 키운 채소를 보내기”도 하고 “시어머니가 보내준 된장이나 고추장, 명절에 빚은 손만두를 보내는” 이들도 있다. 그의 냉장고에는 누리꾼들이 보낸 먹을거리로 풍성하다. 요리만화를 통해 나누는 문화가 퍼지고 있다.
 캐릭터 ‘더블피’는 평화를 상징한다. 최근 더블피는 표정이 풍부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원래 돼지다. 걸프전이 한창이던 1991년, 차씨는 “둥실둥실하고 다복한 모습이 평화로워 보여” 돼지를 평화 캐릭터로 만들었다. 돼지의 엉덩이에 인증마크 ‘검’자 대신에 ‘peace’를 달았다. 캐릭터의 이름은 ‘peace’와 ‘pig’의 머리글자를 따서 ‘더블피’로 지었다. 세련되고 날씬한 더블피는 회를 거듭할수록 표정이 풍부하고 소탈한 돼지로 변했다. 이제는 과거 돼지였는지도 의심스러울 정도다.
 

 

휴가지 할머니 나물로 부침개 뚝딱…맥주 안주로 최고
 
 

충북 청주가 고향인 차씨는 학창 시절 달달 외워야 할 교과서에 낙서를 하며 청소년기를 보냈다. 만화와는 거리가 먼 행정학을 전공했지만 졸업 뒤에도 낙서 버릇은 고치지 못했다. 낙서 같은 만화를 그리던 백수는 2005년 풀빵닷컴의 요리 콘텐츠 공모에 당선이 되었다. 애완동물을 소재로 한 만화를 온라인 쇼핑몰에 연재하기도 했지만 본격적인 만화 연재는 ‘더블피의 뚝딱쿠킹’이 처음이었다. 이후 어린이 잡지에 더블피가 주인공인 ‘어린이도 할 수 있는 초간단 요리’를 2년간 연재했다. “요리란?”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지겹기도 하고 지치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 즐겁게 이어가야 하는 생활”이라고 답한다. 그의 작은 소망은 “요즘 같은 먹을거리 불안 시대, 통장 팔랑팔랑 시대에 한 줄기 지푸라기가 되고 싶은 것”이다.
 그가 휴가철 초간편 요리법을 <esc>에 보내왔다. 나물부침개 재료는 등산로나 사찰 들머리에서 나물 파는 할머니에게서 구입하길 추천한다. 휴가철 만난 할머니가 식재료 공급처가 된다. 특별한 양념을 하지 않고 조물조물 손맛으로 간을 해도 자연이 품에 들어오는 느낌이다. 살짝 데쳐 밀가루 반죽에 부쳐 먹어도 맛있다고 차씨는 소개한다. “여름밤, 맥주나 막걸리에 아주 잘 어울립니다.” 바비큐는 여행길 단골 요리. 모기떼 극성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집요하게 먹어치운 바비큐는 다음날 야외 식탁에 그득하게 남아 있다. 아깝다. 차씨는 면 사리를 넣어 쌈장찌개를 끓이면 맛나다고 말한다. “고추장찌개에는 감자를, 쌈장찌개에는 고추를 듬뿍 넣는 것이 좋습니다. 감자, 고추 모두 여름 제철 재료라서 구하기 쉽고 쌉니다.” 불판 어딘가에서 방황하고 있을 감자와 고추를 찾으면 된다. 채소샌드위치는 요리에 소질이 없어도 맛나게 할 수 있는 요리다. 식빵 한쪽에 마요네즈를 바르고 소금에 절인 오이와 자른 토마토 조각을 넣으면 끝. 여름밤이나 여행길 간식에 안성맞춤이다. 더블피가 추천하는 ‘뚝딱쿠킹’과 여름여행을 떠나보자. 
 글 박미향 기자mh@hani.co.kr, 만화 차화섭

 

 

 

* 취재 뒷이야기

풀빵닷컴에서 처음 ‘더블피의 뚝딱쿠킹’을 만났을 때 음식에 대한 작가 차화섭씨의 소박하고 편안한 관점이 좋았습니다. 거칠 게 찍은 사진들도 정감이 넘쳤습니다. 부드럽고 여성스러운 목소리에 또 한 번 놀랬습니다. 차화섭선생은 부탁드린 만화를 정말 성실하게 작업해주셨습니다. 처음에 한 장이 아니라 두 장의 그림을 보내오셨습니다. 결국 지면사정상 두 장의 그림을 합쳐 아기자기한 한 장을 만들었습니다.

만화가들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많은 분을 만나보진 않았지만) 소박하고 건강하고 재미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어떤 분은 제 앞에서 마치 만화의 주인공처럼 행동하시는 분도 뵙습니다. 마음속으로 얼마나 웃겼는지! ‘정말 매력적이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도 타인에게 한 인간으로서 ‘매력적인 이’여야할 터인데 하는 생각도 했지요.

폭우가 오락가락하는 이 여름, 더플피의 ‘가난한 요리’로 즐거운 시간이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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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향 기자
한겨레신문에서 음식문화에 관한 다양한 기사를 쓰고 있다. 2000년에 직장인들의 야식을 주제로 한 연재물 '밤참'을 시작으로 먹을거리와 인연을 맺었다. <그곳에 가면 취하고 싶다>, <인생이 있는 식탁> 등 4권의 음식 관련 책을 냈다. MBC <여성시대> 등에 출연해 맛난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타고난 체력과 품 넓은 열정을 재산 삼아 맛과 이미지의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행복하게 만드는 음식문화 정착에 자신의 일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행복의 시작은 밥상이 출발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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