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셰프, 소라 잡고 생선내 맡던 고향으로 회귀

박미향 2011.08.05
조회수 10501 추천수 0

프랑스 유학파 ‘양셰프’ 부산에서 오너셰프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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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돌 투피엠(2PM)이 앞치마를 입었다. 도마 위에서 칼질도 한다. 투피엠의 다정다감한 예비신랑 도전기, <2PM쇼>다. 이 리얼리티쇼는 지난 9일부터 케이블채널 <에스비에스플러스>(SBSPlus)에서, 10일부터는 <에스비에스 이티브이>(SBS E!TV)에서 방송을 시작했다. 16일 방송에서는 택연, 닉쿤, 찬성의 옆에 훤칠하게 잘생긴 셰프 한 명이 서 있었다. 셰프 양지훈(36)이다. 요리 멘토이자 심사위원으로 나섰다. 그에게 방송은 낯설지 않다. <무한도전> ‘식객뉴욕’ 편에 출연해 ‘양셰프’라는 별명 아닌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는 프랑스 유학파 스타 셰프다. 지금도 고정출연 방송 프로그램이 2개다. 그런 그가 지난 3월 고급 레스토랑 ‘남베101’에 사표를 던지고 돌연 부산으로 내려갔다. 요리사들이 기를 쓰고 덤비는 화려한 서울 레스토랑업계를 떠난 것이다. 스타 셰프가 왜? 그는 지난 10일 부산 센텀시티 안에 ‘레스토랑 지(G)’를 가개점했다. 와이엔와이(YNY)라는 법인을 만들어 대표도 맡았다. 오너 셰프가 된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샴페인을 형상화해서 모던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뽀글뽀글 올라오는 청량한 샴페인 기포는 벽을 동그란 문양으로 수놓았다. 주방은 3면이 유리다. 솜씨를 뽐내는 셰프들이 보인다. 7명이다.
 양씨는 거칠고 뜨겁지만 솔직하고 속 깊은 부산사내다. “내 돈으로 레스토랑을 열 때는 꼭 고향에서 하고 싶었습니다.” 그가 부산으로 내려간 이유는 단순하다. 광안리에서 소라 잡고 자갈치시장에서 생선 냄새 맡으며 식재료에 대한 감각을 익힌 그다. 그러니 연어의 회귀본능처럼 당연한 일이다. “프랑스는 파리에서 공부한 셰프들이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는 부산에서는 별나 보이는 요리를 할 생각이다. 레스토랑 G는 스테이크 전문으로 기획됐다. “내가 잘하는 요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된장에 절인 참치, 망고소스, 발사믹, 이탈리안 드레싱’, ‘안심스테이크’ 등 차림표에는 맛난 향이 빼곡하다. 차림표는 자상하다. 샐러드는 양이 많아 두 사람이 하나를 주문하길 권한다. 와인 목록도 정성스럽다. 그는 꿈이 있다. “내가 태어난 곳, 부산에서 요리 대표가 되는 것, 부산 대표가 대한민국 대표가 되는 것”이다. 벌써 부산 맛집 블로거들에게 소문나 다녀간 이들이 많다. 부산 고급 레스토랑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그는 여전히 바쁘다. 일주일 중 이틀은 서울에서, 닷새는 부산에서 보낸다. (레스토랑 G 051-745-8881)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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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향 기자
한겨레신문에서 음식문화에 관한 다양한 기사를 쓰고 있다. 2000년에 직장인들의 야식을 주제로 한 연재물 '밤참'을 시작으로 먹을거리와 인연을 맺었다. <그곳에 가면 취하고 싶다>, <인생이 있는 식탁> 등 4권의 음식 관련 책을 냈다. MBC <여성시대> 등에 출연해 맛난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타고난 체력과 품 넓은 열정을 재산 삼아 맛과 이미지의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행복하게 만드는 음식문화 정착에 자신의 일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행복의 시작은 밥상이 출발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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