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이 쌩생부니.. 따뜻한 남쪽 섬 제주도도 어쩔 수 없다. 옷깃을 여미게되고 따뜻한 국물이 있는 음식을 찾게 된다. 김치찌개를 할까, 어묵탕을 할까 아주 잠깐 고민하다 김치찌개로 결정했다.
일요일 오후, 게으름을 피우다보니 장도 못보고 할 수없이 냉동실을 뒤적이다 며칠전 친정 엄마가 싸준 조기 세 마리를 꺼낸다. 요즘 한참 이름을 날리고 있는 추자도 조기다. 어른 손 두배가 조금 안되는 적당한 크기의 조기 세마리가 얌전하게 누워있다. 물론 꽁꽁 얼어있다.
멸치, 한라산 표고, 다시마를 우려놓은 국물에 살짝 담근다. 이젠 몸이 좀 풀리니? 너희들도 추웠구나. 바글바글 끓기 시작할 무렵 적당히 신김치와 아주 신김치를 1:1 비율로 넣어준다. 오래된 조선간장도 한 스푼 넣어준다. 김치와 조기가 인사를 하고 친해지면서 부글부블 거품이 일기 시작한다. 거품을 말끔히 거두어 내고 참기름 한방울을 또옥 떨어뜨린다.
김치찌개 냄새가 부엌을 채운다.
국물맛을 보니.. 참 내가 했지만.. 국물이 , 국물이 끝내줘요.
식구들에게 김치찌개를 맛보이며 " 야, 외할아버지 김찌찌개다"라고 했더니, 초등4년 딸이 냉큼 되묻는다.
"왜"
" 할아버지 살아계셨을때 자주 만들어 드시던 음식이거든"
" 할아버지가 음식도 만들언(만들었냐는 제주 방언)"
" 어, 지금 생각하니 할아버지 멋쟁이다. 그 옛날에 시장 가서 먹고싶은 재료를 사와 집에서 드시고 싶은 음식을 직접 만들어 드셨거늗."
" 아.. 그럼 이 찌개는 할아버지 레시피로 만든 것이구나"
" 맞아.. 또 다음에 할아버지 레시피 음식 만들어 줄께"
할아버지 레시피는 딸에게.. 손녀딸에게 .. 그리고 또 그 손녀딸의 딸에게 계속 전달될것이다.
사랑을 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