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사의 꿈 펼쳐요, 내가 멘토 될게요

박미향 2011.12.15
조회수 17687 추천수 0

저소득층 청소년 자립 돕는 ‘SK 해피스쿨’ 요리학교장 서승호씨 
새해 1년동안 ‘재능 기부’
요리사 소양 교육은 기본 
와인 특강과 셰프 강의도 
  
 00413328101_20111209.jpg » 서승호(44) 셰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가파른 언덕길에는 ‘레스토랑 서승호’가 있다. 이곳은 하루 한 팀의 손님만 받는 걸로 유명하다. 파리 현지에서 실력을 닦은 프랑스 요리 전문가인 서승호(44·사진) 셰프가 주인장이다.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때 비즈니스 서밋의 만찬을 준비하는 등 유명세를 타고 방송가와 대학의 특강 요청이 밀려들었지만 주저했던 그가 최근 요리학교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수락했다. ‘에스케이(SK) 해피스쿨’의 요리분야 교장을 맡은 것이다. 그는 이 일을 위해 내년 내내 평일 레스토랑 문을 닫는다.

해피스쿨은 저소득가정 청소년 20~30명을 대상으로 새해 1월4일부터 12월27일까지 1년간 요리 전문가 양성 교육을 운영한다. 전액 무료다. “기업의 이익을 목표로 했다면 하지 않았을 겁니다. 수료생들이 일정기간 기업에서 일을 해야 하는 등의 (족쇄 같은) 조건도 없습니다.” 그는 “좋은 음식을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세상을 위해 제자들을 키우기로 결심했다.

“요리 전반에 대한 것을 먼저 가르칩니다. 학생들이 푸드 스타일리스트나 한식요리사가 돼도 꼭 알아야 할 것들입니다.” 그의 말대로 커리큘럼은 다채롭다. 와인과 치즈 전문가 특강, 유명 레스토랑 셰프 강의, 생선 등의 식재료 판매상에게 직접 듣는 재료학 등이 있다. 프랑스 요리와 전통 한식도 빠지지 않는다. “서양요리를 만들더라도 한국인은 된장·간장과 한국 음식을 모르면 안 됩니다.” 그래서 한식요리 전문가 박종숙 선생도 초빙했다.

커리큘럼에는 요리사로서 소양교육도 빠지지 않는다. “한 접시의 음식이 나오려면 최소 스무 번 이상 설거지를 해야 합니다.” 화려한 접시, 스타 셰프 등 겉으로 드러난 요리사의 세계가 아닌 이면에 숨겨진 노력과 땀방울에 대해서도 그는 촘촘히 가르칠 생각이다. “음식은 배를 채우기도 하지만 영혼을 아름답게 밝게 해주기도 합니다. 요리사의 사회적 역할이기도 하죠.” 음식과 연관된 삶의 태도는 그가 중점을 두는 교육이다.

“편한 형이나 삼촌이 되거나 멘토로서 따스한 말도 아끼기 않겠지만 아이들의 자립을 위해 냉정함도 잃지 않을 생각입니다. 주방에는 ‘미친 셰프’가 있어야 음식이 훌륭합니다. 열정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요리를 정말 하고 싶은 아이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해피스쿨은 에스케이그룹이 운영하는 행복나눔재단에서 2008년부터 운영하는 청소년 자립지원프로그램이다. 올해는 고교생부터 18~24살 청년까지 대상을 확대했다. 자동차전문가와 뮤지컬 배우 양성 프로그램은 현재 모집중이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태그
첨부
박미향 기자
한겨레신문에서 음식문화에 관한 다양한 기사를 쓰고 있다. 2000년에 직장인들의 야식을 주제로 한 연재물 '밤참'을 시작으로 먹을거리와 인연을 맺었다. <그곳에 가면 취하고 싶다>, <인생이 있는 식탁> 등 4권의 음식 관련 책을 냈다. MBC <여성시대> 등에 출연해 맛난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타고난 체력과 품 넓은 열정을 재산 삼아 맛과 이미지의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행복하게 만드는 음식문화 정착에 자신의 일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행복의 시작은 밥상이 출발이라고 믿는다.
이메일 : mh@hani.co.kr       트위터 : psolsol      

최신글

엮인글 :
http://kkini.hani.co.kr/10925/6e2/trackback
List of Articles

요리사의 꿈 펼쳐요, 내가 멘토 될게요

  • 박미향
  • | 2011.12.15

저소득층 청소년 자립 돕는 ‘SK 해피스쿨’ 요리학교장 서승호씨 새해 1년동안 ‘재능 기부’ 요리사 소양 교육은 기본 와인 특강과 셰프 강의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가파른 언덕길에는 ‘레스토랑 서승호’가 있다. 이곳은 하루 한 팀의 손님만 받는 걸로 유명하다. 파리 현지에서 실력을 닦은 프랑스 요리 전문가인 서승호(44·사진) 셰프가 주인장이다. 주요 20개국(G20) 서...

죽 쑤고 묵사발 내면 쓰리 아웃~!

  • 박미향
  • | 2011.10.14

포스트시즌 뛰는 삼성·롯데·SK·기아 선수들, 뭘 먹고 그렇게 잘 뛸까   문학경기장에서 경기전에 중간식을 먹고 있는 에스케이 와이번스 구단사람들 지난 9월30일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 경기가 열린 부산 사직야구장은 뜨거웠다.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은 플레이오프 직행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도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이날 선수식에도 따끈한 곰탕이 예외 없이...

“오빠~~, 한번 웃어봐, 제발~!”에 빵 터진 안철수같은 맛

  • 박미향
  • | 2011.09.14

목멱산방 육회비빔밥,슴슴하고 칼칼하고 무던 6가지 나물 비벼도 각자 색깔 흐트러지지 않아     가까운 지인 ‘영희’ 언니는 평생 ‘철수’ 때문에 고생을 했다. 나이도 마흔을 훌쩍 넘기고, 애도 셋이나 뒀는데 아직까지 그는 “철수는 어디 있냐”는 소리를 듣고 있다. 영희 언니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철수 이야기다. 며칠 동안 철수가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횟집에서 술 푸고, 대구탕집서 속 풀고

  • 박미향
  • | 2011.08.05

영화의 메카에서 김부현 피디가 추천한 영화스런 식당들   레디~고! 컷! 이 소리는? 영화 촬영장에서 들리는 소리다. 어디서? 부산에서. 왜? 부산 하면 영화, 영화 하면 부산 아닌가. 일제 강점기의 주택과 1970~80년대 풍경이 옛날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골목마다 전해지는 이야기는 탄탄한 시나리오의 소재가 된다. 1000만명 넘게 본 <해운대>와 칸 영화제 수상에 빛...

'무한도전' 셰프, 소라 잡고 생선내 맡던 고향으로 회귀

  • 박미향
  • | 2011.08.05

프랑스 유학파 ‘양셰프’ 부산에서 오너셰프로 변신   짐승돌 투피엠(2PM)이 앞치마를 입었다. 도마 위에서 칼질도 한다. 투피엠의 다정다감한 예비신랑 도전기, <2PM쇼>다. 이 리얼리티쇼는 지난 9일부터 케이블채널 <에스비에스플러스>(SBSPlus)에서, 10일부터는 <에스비에스 이티브이>(SBS E!TV)에서 방송을 시작했다. 16일 방송에서는 택연, 닉쿤, 찬성의 옆에 훤칠하게 잘생긴...

바닷가 왔으면 바다 맛을 봐야지

  • 박미향
  • | 2011.08.05

곰장어·붕장어로 몸보신, 주꾸미·낙지·고등어로 입호사   부산은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공단처럼 쭉 펼쳐진 해변 때문만은 아니다. 정신 못 차리게 할 정도로 신선한 생선이 있다. 부산 맛골목의 다른 축, 바다음식골목을 찾아 나서보자.  대표적인 곳은 장어골목이다. 정확히 말하면 곰장어골목, 붕장어골목이라고 해야 맞다. 장어는 종류가 수십 가지다. 우리가 즐겨 먹...

부산'식당'은 보통 식당이 아니라예~

  • 박미향
  • | 2011.08.04

부산 토박이가 추천하는 숨은 맛집 베스트 3   ‘나는 못난이다’ 대 ‘못생겨서 죄송합니다’의 투표가 시작되었다. 부산 아쿠아리움 직원들은 ‘못생긴 물고기 특별전’의 광고문구 2가지 중 하나를 골라야 했다. 결과는 못난이를 당당하게 표현한 ‘나는 못난이다’로 결정되었다. 사무실 한쪽에서 미소를 짓고 있는 이가 있다. 마케팅팀장 곽현일(41)씨다. 그가 낸 안은 ...

맛이 쏟아지는 부산으로 가요 골목으로 가요

  • 박미향
  • | 2011.08.04

맛이 쏟아지는 부산으로 가요 골목으로 가요 사진가 김기찬은 평생 골목만 찍었다. <골목 안 풍경> <그 골목이 품고 있는 것들> <개가 있는 따뜻한 골목> 등 사진집에는 누추하지만 따스한 1970년대 풍경들이 흑백의 선율로 노래한다. 촌스러운 단발머리의 소녀가 찡긋 웃고, 벌거벗은 아이들이 작은 양철통 안에 몸을 구겨 넣고 물장구를 친다. 골목길은 낡았지만 웃음은 ...

차돌같은 지킴이들과 차돌박이 우정 구워

  • ekamoon
  • | 2011.07.14

   어 앞자리에 강혜정이? 뽀얀 연기 사이로 눈이 부셔  팬과 배우, 손님과 맛집…, 서로 서로 의지하는 ‘동무’    구수한 공기를 뚫고 눈이 마주친다. 배우 강혜정이다. 그는 고깃집 맞은편 식탁에 앉아 있었다. 남편 타블로와 외국인 친구들, 음악인으로 추정되는 이들도 보였다. 그는 뽀얀 연기가 레드 카펫의 팡파르처럼 보일 정도로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

로커 출신 호텔 총주방장의 ‘록 앤 쿡’

  • 박미향
  • | 2011.07.12

롤링스톤스 전담요리사로 어깨 너어 배우다 밴드 결성 10년 뒤 다시 본업으로…“둘의 공통점은 열정과 창조성” ▶쇠꼬리 아스픽 지난 4일 인천 영종도 ‘록 코리아 미단시티 페스티벌’ 현장. 백발의 한 남자가 강한 비트의 록 음악에 맞춰 괴성을 지른다. 남자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무대는 뜨겁게 달아오른다. 마치 한참 뜨겁게 달궈진 프라이팬처럼 느껴진다. 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