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몇 방울과 만나면 환희가 된다

박미향 2011.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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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 바’의 임형택 셰프가 전하는 제철 굴 맛있게 골라 싱싱하게 먹는 법


132211520348_20111125.jpg » 왼쪽부터 생굴, 굴스테이크

굴 요리에 집착한다면 열에 일곱은 바람둥이가 아닐까. 천하의 바람둥이로 알려진 카사노바는 굴 애호가였다. 색을 탐했던 로마의 황제나 조제핀이 질투의 눈초리로 감시의 끈을 놓지 않았던 나폴레옹도 굴을 많이 먹었다. 굴은 그야말로 정력가들의 일용할 양식이었다. 그만큼 영양소가 풍부하다. 열량은 낮지만 단백질과 글리코겐, 비타민의 함량이 높다. ‘바다의 우유’라고 불릴 만큼 무기질도 풍부한 알칼리성 식품이다.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의 분비를 촉진하는 아연의 함량도 어패류 중에서 일등이다. 무라카미 류는 <달콤한 악마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에서 우연히 만난 여인과의 사랑을 “온통 생굴이 되어버린 듯한 느낌”으로 표현했다.

굴이 제철이다. 보통 10월 말에서 이듬해 5월까지 생산되지만 11~12월이 가장 맛있다. 지난 1일 문을 연 레스토랑 ‘탑클라우드23’에는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굴 바’가 있다. 이 카사노바 바를 책임지고 있는 셰프 임형택(34)씨와 제철 맞은 굴 요리를 맛보러 길을 나섰다. 

지난 18일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은 고소한 굴 냄새가 골목마다 번져났다. 서산, 남해, 통영, 고흥 등지에서 올라온 굴들이 뿜어내는 향이었다. 자연산 굴, 양식 굴이란 팻말이 따로 붙어 있다. 임 셰프가 입을 뗐다. “자연산 굴은 크기가 양식 굴보다 작죠.” 크기는 두 배 정도 차이가 났다. 굴 살이 껍질 안에 붙어 있는 석화도 있다. 바위에 붙어 자란다고 해서 ‘석화’(石花)라고 부른다. “한쪽 껍질은 납작하고 다른 쪽 껍질은 불룩해요. 불룩할수록 좋은 굴입니다. 그만큼 살이 많다는 소리죠.” 굴은 관자가 있는 부분에 칼을 넣어 따자마자 레몬즙을 한 방울 떨어뜨려 먹으면 맛이 더 좋다. 알칼리성인 굴은 산성인 레몬이나 식초 등과 잘 어울린다. 껍질 속에 머금은 소금기 있는 물(해수)과 같이 먹는 것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다. 

프랑스 굴? 대개는 한국산 굴을 프랑스식으로 양식

임 셰프가 석화 한 개를 가리켰다. “살과 껍질이 붙어 있는 경계선이 까맣고 살에 윤기가 흐르는 것이 좋은 굴입니다.” 첫인상으로 신선한 굴을 고르는 법이다. 축축 늘어진 볼살처럼 탄력이 없거나 코를 막게 하는 고약한 냄새가 나는 굴은 고르지 않는 것이 좋다. “처음 씹었을 때 비리지 않고 단맛이 나는 것이 좋죠. 굴 맛이 끝까지 남는 것, 피니시(잔향)가 긴 것이 좋아요.” 그는 남해산 자연산 굴의 손을 들어주었다. 하얀 요리사복을 입고 굴 맛을 보는 임씨에게 상인들이 굴을 물에 씻어 준다. “평범한 물에 씻어 주니 무슨 맛인지 알기가 힘드네요. 굴은 바다 염도와 비슷한 소금물에 씻어야 합니다. 불순물이나 껍질 조각, 기생하는 생물 등을 없애는 구실을 하죠. 씻을 때 레몬 1/4개 정도를 넣으면 좋아요.”

그는 요즘 고급 레스토랑에서 프랑스산이라고 말하는 굴에 대해서 한마디 했다. “프랑스에서 씨굴을 가져와서 프랑스 노르망디 방식으로 양식한다고 (레스토랑 등에서) 말하는데 국내산 참굴을 노르망디 방식으로 양식한 겁니다.” 전세계 120여종에 이르는 굴 중에서 우리나라에서 주로 생산되는 굴은 참굴이다. 굴 양식법은 3가지다. 굴 껍질을 줄에 매달아 바닷물에 달아두는 수하식과 너른 갯벌에 큰 돌을 적당한 간격으로 던져두는 투석식, 근래에 프랑스에서 건너온 수평망식이 있다. 수평망식을 노르망디 방식이라고 부르는 이도 있다. 그물 같은 발이나 망에 새끼 굴을 올려놓고 밀물, 썰물이 자연스럽게 쓸고 가면서 키우는 방식이다.

알싸하고 부드러운 맛, 흑맥주와 찰떡 궁합

양식의 역사는 오래됐다. 쾌락을 위해서라면 온몸을 던지는 로마인들은 일찍부터 굴 양식에 나섰다. 우리나라는 구한말부터 양식을 했다고 한다. 굴 애호가가 많기로 소문난 프랑스는 17세기부터 굴을 즐겼다. 루이 14세 때는 굴 판매점이 파리에 2000곳이 넘었다고 한다. 굴은 당시 미식가를 판단하는 척도가 되기도 했다. <몽테크리스토 백작>으로 유명한 소설가 알렉상드르 뒤마는 “진정한 미식가는 굴을 레몬, 식초, 후추를 뿌리지 않고서도 넘길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00411619101_20111124.jpg »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은 임형택 셰프.
 
레스토랑으로 돌아온 임 셰프는 20여개의 굴을 주방에서 가지고 나왔다. 그가 굴 바에서 쓸 요량으로 고른 서천산 양식 굴인 ‘오솔레 굴’이었다. 오솔레 굴은 국내 굴 양식업체 ㅅ사가 우리 참굴을 노르망디 방식으로 키웠다. 크기가 손바닥 반만하고 살점이 도톰하다. 여름에도 산란을 억제하는 방식 등을 이용해 생산이 가능하다고 한다. 

임 셰프가 오솔레 굴로 굴그라탱과 굴스테이크를 만들어냈다. 굴그라탱은 익힌 굴에 블루치즈, 버터 등이 올라간다. 껍질 속 국물도 맛을 내는 데 쓴다. 굴스테이크는 칼집을 내고 익힌 굴에 마늘, 샬롯(양파의 한 종류), 파슬리, 올리브유 등이 곁들여진다. “미끈한 식감이 싫은 분들에게 익힌 굴 요리를 추천합니다.” 생굴을 맛있게 즐기는 자신만의 비법도 공개했다. “생굴을 따서 위스키를 5㏄ 정도 뿌려 먹으면 그 맛도 끝내줍니다. 굴은 알싸하고 부드러운 맛 때문에 흑맥주와 먹어도 궁합이 잘 맞습니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 참고 서적 <먹거리의 역사>·도움말 권오길/강원대 생명과학과 명예교수 


 
 굴, 맛있게 골라 싱싱하게 먹는 법
  •  불룩한 쪽 껍질이 깊을수록 좋다. 그만큼 살이 많다. 
  •  살과 껍질이 붙어 있는 경계선은 까맣고 뚜렷한 게 좋다. 
  •  살에 윤기와 탄력이 있고 고약한 냄새가 없으면서 단단한 것을 고른다. 
  •  색은 우윳빛, 밝은 빛깔이 좋다. 
  •  첫맛이 비리지 않고 단맛이 나며 그 맛이 끝까지 남는 굴을 고른다. 
  •  바다 염도와 비슷한 소금물에 씻는다. 레몬 1/4개를 넣어도 좋다. 
  •  레몬, 식초, 초고추장, 초간장, 후추 등을 살짝 뿌려 먹는다.
  •  껍질 속 소금기 있는 물(해수)째 먹는 게 맛있다. 
  •  생굴에 위스키를 5cc 정도를 뿌리면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흑맥주와도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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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향 기자
한겨레신문에서 음식문화에 관한 다양한 기사를 쓰고 있다. 2000년에 직장인들의 야식을 주제로 한 연재물 '밤참'을 시작으로 먹을거리와 인연을 맺었다. <그곳에 가면 취하고 싶다>, <인생이 있는 식탁> 등 4권의 음식 관련 책을 냈다. MBC <여성시대> 등에 출연해 맛난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타고난 체력과 품 넓은 열정을 재산 삼아 맛과 이미지의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행복하게 만드는 음식문화 정착에 자신의 일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행복의 시작은 밥상이 출발이라고 믿는다.
이메일 : mh@hani.co.kr       트위터 : psols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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