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으로 요리한 자연’ 맛보러 오세요

박미향 2011.12.15
조회수 15861 추천수 0

두번째 개인전 연 요리연구가 임지호씨 
약초 요리 등 건강식 전도사 
그림에도 자연의 생명력 담아 
“나의 그림, 영혼의 쉼터 되길”  


04096842_P_0.jpg » 요리연구가 임지호씨
  
산당(山堂) 임지호(56·사진)씨의 이름 앞에는 늘 ‘자연요리연구가’라는 문패가 달린다. 12살에 가출해 전국을 떠돌면서 온몸으로 접한 야생의 숨결을 요리에 오롯이 담아온 그다. ‘산당’이란 호에도 ‘산에 집 짓고 자연에서 산다’는 뜻이 담겨 있다. 

그의 식탁에는 늘 “자연의 에너지”를 담은 독특한 건강식이 오른다. 약초로 국을 끓이고 구르는 낙엽을 튀기고 잡초로 짜장면을 만들었다. “사람의 위는 자연의 무덤입니다. 온전하게 땅의 소식을 전하고자 하지요. 저는 전달자입니다.” 그는 “사람을 살리고 위로하는 생명의 음식”을 만들고자 한다.

그가 칼 대신 붓을 잡았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 1일 서울 청담동 ‘임지호요리연구소’를 찾았다. 들머리에는 ‘음식은 종합예술이고 약이며 과학이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5~29일 서울 인사동 리서울갤러리에서 여는 ‘방랑식객 임지호의 자연과 생명’ 전시회는 그의 두번째 개인전이다. 산과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생명력 강한 그림들을 볼 수 있다. 울퉁불퉁 캔버스 위로 튀어나온 거친 선들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해가 뜨고 꽃이 피는 자연의 생명력과 무명천보다 흰 설산의 희망 등을 담았다. 티브이 다큐멘터리에서 소개해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받았던, 숲을 걷다 발견한 잎사귀를 뜯어 즉석에서 뚝딱뚝딱 만든 그의 요리를 그대로 닮은 셈이다. 

그는 4년 전 싱가포르 리콴유 수상의 만찬 요리사로 초청받으면서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싱가포르 밤거리를 밝힌 루미나리에와 밤새 걷다 맞은 새벽의 시작”에서 영감을 받아 스케치를 했단다.

그의 작업실에는 지금까지 그린 5000점의 그림이 모여 있다. 그림 작업의 방식도 재미있다. 처음에는 붓이 없어 숟가락, 수세미, 나뭇조각, 벽돌, 솥뚜껑에 물감을 묻혔다. “생각을 순수하게” 표현하기 위해 불을 끄고 어둠 속에서 작업을 해보기도 했다. 요리만큼 즐거운 일이었다. “신나서 붓을 놓을 수가 없을 때”가 많았다. 칼과 도마가 “생명을 살리는 도구”라면 붓과 도화지는 “영혼을 살리는 도구”라는 게 그의 예술철학이다. 그의 요리가 “화식과 생식의 조화, 발효와 신선함의 조화, 넘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는 것의 조화”를 추구하 듯 그의 손끝에서 나온 그림도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추구한다. 

그는 현재 경기도 양평과 서울 청담동에 음식점 <산당>을 운영하고 있다. 청담동점은 그의 음식을 세계적으로 뿌리내리도록 하려는 ‘비즈니스 거점’이라고 했다. 그는 자신의 그림이 “영혼의 쉼터가 되어”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그것이 “그림의 의무”라고 말한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mh@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태그
첨부
박미향 기자
한겨레신문에서 음식문화에 관한 다양한 기사를 쓰고 있다. 2000년에 직장인들의 야식을 주제로 한 연재물 '밤참'을 시작으로 먹을거리와 인연을 맺었다. <그곳에 가면 취하고 싶다>, <인생이 있는 식탁> 등 4권의 음식 관련 책을 냈다. MBC <여성시대> 등에 출연해 맛난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타고난 체력과 품 넓은 열정을 재산 삼아 맛과 이미지의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행복하게 만드는 음식문화 정착에 자신의 일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행복의 시작은 밥상이 출발이라고 믿는다.
이메일 : mh@hani.co.kr       트위터 : psolsol      

최신글

엮인글 :
http://kkini.hani.co.kr/10956/11f/trackback
List of Articles

재료 따라 조리 따라 골라서 담아봐

  • 박미향
  • | 2012.04.16

플라스틱·유리·스테인리스스틸·도자기 등 밀폐용기 소재의 모든 것 푸대접 받던 플라스틱 환경호르몬 공포 없앤 트라이탄 소재 인기 회사원 김윤지(36·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씨는 다이어트를 결심했다. 온종일 사무실에 앉아 있는 통에 뱃살은 두툼해지고 허벅지는 코끼리다리처럼 굵어졌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그의 처방은 다이어트 도시락을 싸서 출근하는 것. 먼저 적당한...

빅마마 대 에드워드 권 간편식 승자는?

  • 박미향
  • | 2012.04.16

박미향 기자의 ‘맛 대 맛’ 전문가 2인과 함께 한 ‘이혜정의 비프스테이크’ ‘에드워드 권의 코코넛 등심 돈까스’ 맛 비교 ‘빅마마’란 이름으로 더 유명한 요리사 이혜정씨와 에드워드 권 셰프는 요리가 생업인 점 외에도 공통점이 많다. 두 사람은 방송인이라는 명패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안방극장에서 종횡무진이다. 요리프로그램뿐만 아니라 각종 예능프로그램, 심지어...

눈 번쩍 귀 쫑긋 알아서 더 즐거운 남도의 맛

  • 박미향
  • | 2012.04.16

농심식문화탐사 프로그램과 함께 찾아간 정읍, 영암, 여수 일대 별미 앉자마자 카메라를 꺼내기 바쁘다. “펑펑” 플래시가 터진다. 카메라 세례를 받은 주인공은 쑥 향 가득한 해장국이다. 지난 15일 전라북도 정읍시 수성동 ‘충남집’은 서울에서 온 미식가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뭐 할라고 이리 먼 곳까지 왔어.” 주인 서금옥(72)씨가 반갑게 인사한다. 서씨를 찾은 이...

나물 무침 대신 전으로 봄을 부를까

  • 박미향
  • | 2012.02.27

김치명인 이름난 나주 나씨 종부 강순의씨의 특별한 나물전 맛보기 봄나물로 전 부치면 싱싱하고 단맛 살아남아 땅은 아직 차갑다. 하지만 마른 나뭇가지에는 환한 볕이 살포시 내려앉기 시작했다. 봄이 멀지 않았다. 변하는 계절을 따라 식탁도 기지개를 펼 준비를 한다. 지난 17일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능평리, 김치명인으로 이름난 강순의(65)씨를 찾았다. 그곳에는 봄 냄새...

온 집안 냄새 배도 쫄깃한 맛 보람있네

  • 박미향
  • | 2012.02.03

기자가 도전한 육포 만들기…조리법 단순해 건강간식 찾는 이들에게 인기 고려 때 문헌 <고려도경>에는 송나라 사신 서긍에게 육포를 대접했다는 기록이 있다. 육포는 원시수렵시대부터 있었다. 고기를 말리는 것은 안전하게 저장하는 좋은 방법이었다. 육포는 기쁜 날 먹는 음식이었다. 조선 궁중잔치에 ‘절육’(소고기포, 꿩포, 닭포, 말린 어류, 조개류를 고인 것)이 올라갔고,...

자장면 마니아 조경규작가와 떠난 자장면 맛체험 [1]

  • 박미향
  • | 2012.02.03

싼값으로 손님 끄는 저렴이 자장면과 특급호텔 고급 자장면 맛 비교 그래픽디자이너이자 만화가인 조경규(38)씨는 중국음식 마니아이다. 중국음식을 소재로 한 만화책만 세 권을 냈다. 최근에 출간된 <차이니즈봉봉클럽> 3권은 중국 베이징에서 3년간 탐험한 음식을 촘촘하게 꾸린 책이다. 그는 중국음식을 예민하게 감별하는 별난 혀를 타고났다. 책갈피마다 전문가의 식견이 녹...

입에 불나도 돌아서면 침 고이네

  • 박미향
  • | 2012.02.03

광주·대구·춘천·대전·부산 전국 떡볶이 명가 총집합 전국에 흩어져 있는 떡볶이 명가들은 최소 20년이 넘는 사연을 안고 있다. 긴 역사만큼 자초지종도 다채롭다. 얄개들의 놀이터였거나 콧물 줄줄 흘리는 초등학생들의 밥상이었다. 가 주인장들을 직접 만나 켜켜이 쌓인 이야기들을 들었다. 사연도 사연이지만 저마다 다른 맛의 비법이 있었다. 맛은 소스에 함축되어 있었다. 소...

춘천 대구 광주 찍고 팔도 떡볶이 열전

  • 박미향
  • | 2012.02.03

제가 다닌 여고 앞에는 작은 떡볶이집이 있었습니다. 손마디마다 주름이 논두렁처럼 깊게 파인 할머니는 인심이 좋았습니다. 주머니 탈탈 털어도 십원 한 장 안 나올 때는 침만 삼켰습니다. 할머니는 애처로웠는지 떡볶이 한 접시를 뚝딱 내주셨습니다. 보글보글 끓는 소리는 현악 4중주였습니다. 할머니의 백열등은 늦은 시간까지 깜박거렸습니다. 고개를 나무 책상에 코 박고...

‘붓으로 요리한 자연’ 맛보러 오세요

  • 박미향
  • | 2011.12.15

두번째 개인전 연 요리연구가 임지호씨 약초 요리 등 건강식 전도사 그림에도 자연의 생명력 담아 “나의 그림, 영혼의 쉼터 되길” 산당(山堂) 임지호(56·사진)씨의 이름 앞에는 늘 ‘자연요리연구가’라는 문패가 달린다. 12살에 가출해 전국을 떠돌면서 온몸으로 접한 야생의 숨결을 요리에 오롯이 담아온 그다. ‘산당’이란 호에도 ‘산에 집 짓고 자연에서 산다’는 뜻이 담...

위스키 몇 방울과 만나면 환희가 된다

  • 박미향
  • | 2011.12.15

‘굴 바’의 임형택 셰프가 전하는 제철 굴 맛있게 골라 싱싱하게 먹는 법 굴 요리에 집착한다면 열에 일곱은 바람둥이가 아닐까. 천하의 바람둥이로 알려진 카사노바는 굴 애호가였다. 색을 탐했던 로마의 황제나 조제핀이 질투의 눈초리로 감시의 끈을 놓지 않았던 나폴레옹도 굴을 많이 먹었다. 굴은 그야말로 정력가들의 일용할 양식이었다. 그만큼 영양소가 풍부하다. 열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