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섬 발리에서의 컵라면누룽지탕

올해 중3, 고3이 되는 두 딸과 잡지서 보거나 상상으로만 가볼 수 있었던 발리여행을 다녀왔다. 10년을 납입한 저축형 보험 만기되어 찾은 비자금을 톡 털어 설날 연휴 전후로 4박6일 꿈꾸듯 다녀온 발리~~ 고3이 되는 큰딸의 휴식을 핑계로 삼았지만 왠지 설날연휴에 해외여행을 간다는 게 아직은 우리 정서에 맞지 않아 참 죄송스러웠으나 인천공항에 도착해보니 실감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 우리나라 정말 부자 이렇게 많은가? 아닐텐데...국내 항공보다 저렴한 인도네시아 가루다항공편으로 가다보니 항공기가 노후화되어 불편하기 짝이 없었었지만 발리여행을 서민인 우리가 누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미안한 마음과 설레는 마음으로 후덥지근한 발리를 향해 쓩~~ 발리여행의 진정한 의미는 해변을 끼고 있는 호텔에서 휴양을 하기 위함이니 큰 마음먹고 평생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갈 수 있는 5성급 초호화호텔에 묵으며 호텔 내 수영장에서, 코앞 해변에서, 그야말로 잡지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으로 4일간의 여유를 즐겼다. 아침식사는 호텔뷔페가 제공되어 유럽 사람들처럼 여유롭고 낭만적인 식사를 하였고 주로 저녁에는 여행비 포함으로 한인운영 음식점에서 대충 때울 수 있었는데 문제는 따로 지불해야하는 호텔 내에서의 점심이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호텔이고 인도네시아는 세계음식의 천국이라 불릴 만큼 다양한 음식점이 있으나, 그런 비싼 호텔음식을 먹기에는... 발리 물은 석회석이 다량 함유되어 끓여서라도 먹지 말라하고 호텔에서는 하루 200ml생수 2병만 제공되어 물도 비싸게 사먹어야 하고, 객실 냉장고에는 온갖 종류의 세계 맥주와 쥬스가 꽉 채워져 있어도 눈요기만 할 뿐...물 하나라도 호텔에서는 사먹을 수 없어 근처 슈퍼서 물, 음료수, 맥주를 사와 밤이면 객실 내 냉장고를 비워 슈퍼서 산 음료를 차갑게 해놓고 다음날 아침이면 객실청소 오기 전에 원상복귀 시켜놓고 발리의 유명맥주인 빈땅 맥주는 밤이면 냉장고에 있는 시원한 것을 얼른 먹어치우고 슈퍼서 사온 똑같은 상표의 맥주를 끼워놓고 빈캔은 혹시라도 들킬까봐 검은 봉지에 싸서 가방에 숨겨두며 치사하지만 나름 머리를 쓰며 유쾌한 휴양을 즐기는데 딸들은 이런 엄마의 유치찬란한 행동에 한국아줌마의 체통을 지키라고 하지만 먹고 살려면 이정도 쯤이야~~ 아무리 34도를 넘나드는 발리 날씨라도 수영 후 느껴지는 싸늘함을 없애주는 비법은 뭐니 뭐니 해도 따끈하고 매콤한 컵라면이리라~ 캬!! 그 맛이란 한국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 아닐까? 여행 준비 때 먼저 챙긴 것이 바로 컵라면. 통째 가져가면 부피 너무 커지니 비닐팩에 하나씩 나눠넣고 락앤락 통과 일회용 수저도 준비했다. 객실에 전기주전자가 비치되어 있으니 물만 사서 끓여 부으면 OK. 컵라면으로만 주린 배를 채우기는 부족할 것 같아 평소 집에서 먹던 방식대로 라면국물에 누룽지 넣으면 찬밥 말아먹는 것보다 훨씬 꼬들하고 구수한 누룽지탕 되니누룽지도 함께 준비 완료!! 발리 초호화 호텔 해변에서의 점심식사 시간 상상해 보시라~~ 나름대로 멋을 한껏 부린, 한국에선 도저히 상상도 못할 야사시한 원피스자락 휘날리며 얼굴 반 차지하는 큼직한 선그라스에 하늘거리는 모자 쓰고 우아한 자태(ㅋㅋ~)로 딸들 먹여 살리느라 객실에서 뜨거운 물 부은 컵라면 락앤락통 들고 땀 뻘뻘 뒤뚱거리며 걷는 40후반 한국아줌마의 당당하고 우스운 그 자태를. 워낙 넓은 호텔 내 해변이라도 점심시간 되니 직원들이 메뉴판을 들고 일일이 다니면 음식 주문을 권하는데 딸들은 민망해하면서도 후루룩 쩝쩝 컵라면누룽지탕으로 허기를 채우는 모습에 대한민국엄마 임무완수~~우리나라처럼 해변에는 발리 아줌마들이 하루 한개도 못팔 물건을 이고가다 우리 세모녀를 퍼질러 앉아 구경하고 있으니ㅋㅋ 이렇게 짠순이처럼 살았지만 객실 청소해주시는 분의 팁은 남들 두배로 2달러를 침대에 놓아두니 생수 수시로 갖다 주고 수건도 수시로 바꿔주시는 서비스에 감동.. 발리 일반 서민음식은 너무나 소박하게 생선 한 마리, 말라 비틀어진 닭다리 구이, 양배추 몇 잎, 밭으로 도로 날아갈 듯한 밥... 대한민국의 윤기 차르르 흐르는 흰쌀밥에 매콤 시원한 김치찌개, 구수한 된장찌개가 그리워질 쯤 꿈에서 깨어나니 한국 도착... 아! 잊지못 할 발리 해변에서의 컵라면누룽지탕이여~~

해외여행을 가실 분들!! 좀 치사하지만 컵라면누룽지탕으로 알뜰여행 하시길~~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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