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면 마니아 조경규작가와 떠난 자장면 맛체험

박미향 2012.02.03
조회수 25023 추천수 0

싼값으로 손님 끄는 저렴이 자장면과 특급호텔 고급 자장면 맛 비교


그래픽디자이너이자 만화가인 조경규(38)씨는 중국음식 마니아이다. 중국음식을 소재로 한 만화책만 세 권을 냈다. 최근에 출간된 <차이니즈봉봉클럽> 3권은 중국 베이징에서 3년간 탐험한 음식을 촘촘하게 꾸린 책이다. 그는 중국음식을 예민하게 감별하는 별난 혀를 타고났다. 책갈피마다 전문가의 식견이 녹아 있다. 그와 한국인이 사랑하는 대표 중화요리인 자장면 순례에 나섰다. 순례지는 수도권 일대에서 자장면 가격이 가장 싸다고 알려진 중국집 ‘사천왕짬뽕’(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과 1979년에 문을 연 서울 신라호텔의 고급 중식당 ‘팔선’이다. 이 두 곳의 자장면 가격은 약 20배 차이가 난다. ‘사천왕짬뽕’은 1000원, ‘팔선’은 2만원이다. 지난해 소비자원 조사 결과를 보면 전국 자장면 평균 가격은 3000~4000원대이다. 

00418227901_20120126.jpg » 팔선 해물자장면


1000원 자장면 하루 700그릇 팔려

일산 평범한 아파트단지에 있는 중국집 ‘사천왕짬뽕’. 12시가 되자 자장면을 주문하는 고객들이 많다. 한 그릇 넉넉한 양이 까만 소스에 푹 파묻혀 나온다. 

기자 맛 어떠세요? 면이 너무 굵고, 전분도 많은 느낌이네요.

조경규(이하 조) 1000원인 것 감안해야죠. 흔한 면이죠. 면은 얇을수록 맛있어요. 우리 중식은 전분을 너무 많이 써요. 맛을 흐리게 하는 요인입니다. 배달문화와 관련 있어요. 중국에는 배달이 없어요. 중식은 정말 뜨거울 때 먹어야 하는 음식입니다. 그러다 보니 전분을 쓰지 않을 수 없는 거죠. 식지 않게 하려고. 그런데 1000원이 어떻게 가능할까요? 

‘사천왕짬뽕’은 1년 전 자장면 가격을 1000원으로 내렸다. 주인 이찬씨는 “제가 주방장입니다. 직접 하니깐 인건비가 덜 들죠. 경기가 안 좋아서 내렸습니다”라고 말한다. 하루 평균 700인분이 나간다고 한다. 까만 소스에는 손톱만한 돼지고기 덩어리가 몇 개 보인다. 

이 집의 맛을 논할 수는 없어요. 3000원으로 더 맛있는 거 만들면 좋겠지만 1000원으로 내려야 하는 현실이 슬픈 거죠. 집 앞이라면 몰라도 일부러 이곳을 찾지는 않을 것 같아요. 

기자 적은 돈으로 두둑하게 배를 채우는 거죠. 

그렇게 따지면 맛도 나쁘지 않아요. 따끈한 면 요리를 1000원에 먹기가 쉽지 않죠. 분식점 라면도 1000원에 못 먹어요. 

기자 부산에도 1000원 자장면이 있어요. 부산대 앞 ‘천냥짜장’(금정구 장전동)입니다. 면은 기계로 뽑지만 얇고, 후루룩 맛나게 먹었던 기억이 있어요. 

자장면은 중화요리를 알린 효자이자 우리 생활에 깊게 파고들게 한 일등공신이지만 망하게 한 문제아이기도 합니다. 중국집 하면 자장면이죠. 다른 중식에 관심을 덜 갖게 해요. 그래서 더 발전하지 못했어요. 중화요리 전체가 쇠퇴했다고 할까요. 서울 광화문의 중식당 ㅁ도 처음에는 자장면이 없었어요. 손님들이 찾으니깐 어쩔 수 없이 메뉴에 넣었지요. 연남동 ㅎ도 그런 예죠. 볶음밥에도 자장소스가 나오잖아요. 그 소스 때문에 밥에 간을 안 하죠. 볶음밥은 본래 자장소스 없이 먹는 요리인데 말이죠. 훠궈전문점이나 딤섬전문점처럼 다양한 전문음식점이 늘었으면 좋겠어요. 

기자 자장면은 국적 논쟁도 있죠? 우리식 자장면은 정작 중국에는 없으니. 1883년 인천에 온 산둥성 출신 중국인들이 들여왔다고 하죠. 한국인 입맛에 맞게 캐러멜을 춘장에 넣어 지금 같은 우리 자장면이 탄생했다죠. 1905년 문 연 ‘공화춘’이 시작이라는 게 정설이네요. 

자장면은 분명 중국음식입니다. 우리 자장면은 변형된 거고. 우리는 고작 100년 정도지만 중국은 더 오래되었어요. 원나라 때 먹었다는 기록이 있으니 얼추 1000년은 된 거죠. 베이징 자장면은 한국식과는 달라요. 첨장(첨면장. 甛麵醬. 단맛이 나는 중국 된장. 첨장 발음이 변해 춘장이 됨)에 야채 안 넣고, 오겹살을 넣어 볶아요. 전분 안 써요. 소스를 볶다 보면 덩어리가 생겨 기름과 분리되죠. 이 장과 기름을 면에 붓는 거죠. 

중국의 자장면은 원래 비벼 먹는 여름음식이라고 한다. 중국인들은 겨울에 뜨거운 탕면을 주로 먹는다. 삶은 면을 찬물에 헹궈서 온도가 낮아지면 뜨거운 소스를 뿌린다. 먹기 좋은 온도가 된다. 면은 크게 2가지라고 한다. 손으로 잡아 늘이면서 치는 수타면과 우리네 칼국수처럼 칼로 자르는 면이 있다. 


기자 중국인도 우리처럼 자장면을 많이 먹나요? 

베이징 사람들은 ‘자장면 한 그릇에 생마늘 한 쪽 곁들인 것이 세상의 가장 아름다운 맛’이라고 말할 정도로 애정이 각별합니다. 중국 면 요리는 고명보다 면이 주인공입니다. 우리 자장면은 면 자체의 맛을 내는 데 소홀해요. 

기자 한국에서 맛있는 자장면 집 추천한다면? 

조 딱히 없어요. 한번 마포 ‘부영각’을 추천한 적은 있어요. 볶음자장의 원조죠. 볶음자장 하면 ‘짜파게티’가 생각나요. 일종의 볶음자장면인 셈이에요. 

1327558705_00418227201_20120126.jpg » 사천왕짬뽕 자장면 기자 ‘부영각’은 화교가 30년 이은 집이죠. 작년에 원로 화교 출신 요리사들을 만난 적이 있어요. ‘중식은 기름 많고 건강에 안 좋다’는 인식이 많다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어요. 

잘못된 생각이죠. 찌고 삶은 음식도 많아요. 베이징에는 야채, 생선요리가 많아요. 살찐 사람은 별로 없죠. 차를 많이 먹어서 그런다고 하는데 기본적으로 기름기가 많지 않아요. 

‘팔선’은 사천식자장면, 해물자장면, 유니자장면, 3가지가 있다. 우리 앞에 도착한 자장면은 해물자장면이었다. 수북한 양파 사이로 그리 크지 않는 새우, 해삼, 오징어, 관자 등이 보인다. 장금승 팔선 주방장은 “면은 직접 뽑아요. 화학조미료와 파우더(면이 쫄깃하게 되도록 돕는 가루)를 안 넣고, 소금만 넣어 반죽합니다. 춘장과 일본식 저염 된장을 1 대 3 정도 비율로 섞어 기름에 볶아요. 해삼, 새우 등은 국내산”이라고 말한다. 코스가 아닌 단품 자장면은 월 200그릇 정도 팔린다고 한다. 


가격 보니 목구멍에 걸리는 기분

면이 좀 굳어 있네요. 2만원이라는 소리 듣고 면이 가장 궁금했어요. 그다지 특별한 거 없네요. 오징어, 해삼, 새우 맛있긴 한데, 보통 ‘잘한다’ 소리 듣는 중국집 자장면과 비슷한 맛이네요. 생강차가 1만5000원 하는 호텔이라는 걸 감안해도 2만원은 부담스럽네요. 맛은 있지만 굳이 2만원을 내고 먹을 생각은 안 드네요. 

기자 가격과 음식의 맛은 참 정리하기가 힘든 부분이네요.

음식은 싸다고 좋은 것도 아니고, 비싸다고 맛있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대로 값을 지불하고 제대로 된 맛을 보는 것이 중요하죠. 자장면은 3000~4000원이 적당한 선인 것 같아요. 집 앞 자장면이 제일 맛있어요. 먹던 맛이니깐.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태그
첨부
박미향 기자
한겨레신문에서 음식문화에 관한 다양한 기사를 쓰고 있다. 2000년에 직장인들의 야식을 주제로 한 연재물 '밤참'을 시작으로 먹을거리와 인연을 맺었다. <그곳에 가면 취하고 싶다>, <인생이 있는 식탁> 등 4권의 음식 관련 책을 냈다. MBC <여성시대> 등에 출연해 맛난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타고난 체력과 품 넓은 열정을 재산 삼아 맛과 이미지의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행복하게 만드는 음식문화 정착에 자신의 일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행복의 시작은 밥상이 출발이라고 믿는다.
이메일 : mh@hani.co.kr       트위터 : psolsol      

최신글

엮인글 :
http://kkini.hani.co.kr/11228/188/trackback
List of Articles

재료 따라 조리 따라 골라서 담아봐

  • 박미향
  • | 2012.04.16

플라스틱·유리·스테인리스스틸·도자기 등 밀폐용기 소재의 모든 것 푸대접 받던 플라스틱 환경호르몬 공포 없앤 트라이탄 소재 인기 회사원 김윤지(36·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씨는 다이어트를 결심했다. 온종일 사무실에 앉아 있는 통에 뱃살은 두툼해지고 허벅지는 코끼리다리처럼 굵어졌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그의 처방은 다이어트 도시락을 싸서 출근하는 것. 먼저 적당한...

빅마마 대 에드워드 권 간편식 승자는?

  • 박미향
  • | 2012.04.16

박미향 기자의 ‘맛 대 맛’ 전문가 2인과 함께 한 ‘이혜정의 비프스테이크’ ‘에드워드 권의 코코넛 등심 돈까스’ 맛 비교 ‘빅마마’란 이름으로 더 유명한 요리사 이혜정씨와 에드워드 권 셰프는 요리가 생업인 점 외에도 공통점이 많다. 두 사람은 방송인이라는 명패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안방극장에서 종횡무진이다. 요리프로그램뿐만 아니라 각종 예능프로그램, 심지어...

눈 번쩍 귀 쫑긋 알아서 더 즐거운 남도의 맛

  • 박미향
  • | 2012.04.16

농심식문화탐사 프로그램과 함께 찾아간 정읍, 영암, 여수 일대 별미 앉자마자 카메라를 꺼내기 바쁘다. “펑펑” 플래시가 터진다. 카메라 세례를 받은 주인공은 쑥 향 가득한 해장국이다. 지난 15일 전라북도 정읍시 수성동 ‘충남집’은 서울에서 온 미식가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뭐 할라고 이리 먼 곳까지 왔어.” 주인 서금옥(72)씨가 반갑게 인사한다. 서씨를 찾은 이...

나물 무침 대신 전으로 봄을 부를까

  • 박미향
  • | 2012.02.27

김치명인 이름난 나주 나씨 종부 강순의씨의 특별한 나물전 맛보기 봄나물로 전 부치면 싱싱하고 단맛 살아남아 땅은 아직 차갑다. 하지만 마른 나뭇가지에는 환한 볕이 살포시 내려앉기 시작했다. 봄이 멀지 않았다. 변하는 계절을 따라 식탁도 기지개를 펼 준비를 한다. 지난 17일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능평리, 김치명인으로 이름난 강순의(65)씨를 찾았다. 그곳에는 봄 냄새...

온 집안 냄새 배도 쫄깃한 맛 보람있네

  • 박미향
  • | 2012.02.03

기자가 도전한 육포 만들기…조리법 단순해 건강간식 찾는 이들에게 인기 고려 때 문헌 <고려도경>에는 송나라 사신 서긍에게 육포를 대접했다는 기록이 있다. 육포는 원시수렵시대부터 있었다. 고기를 말리는 것은 안전하게 저장하는 좋은 방법이었다. 육포는 기쁜 날 먹는 음식이었다. 조선 궁중잔치에 ‘절육’(소고기포, 꿩포, 닭포, 말린 어류, 조개류를 고인 것)이 올라갔고,...

자장면 마니아 조경규작가와 떠난 자장면 맛체험 [1]

  • 박미향
  • | 2012.02.03

싼값으로 손님 끄는 저렴이 자장면과 특급호텔 고급 자장면 맛 비교 그래픽디자이너이자 만화가인 조경규(38)씨는 중국음식 마니아이다. 중국음식을 소재로 한 만화책만 세 권을 냈다. 최근에 출간된 <차이니즈봉봉클럽> 3권은 중국 베이징에서 3년간 탐험한 음식을 촘촘하게 꾸린 책이다. 그는 중국음식을 예민하게 감별하는 별난 혀를 타고났다. 책갈피마다 전문가의 식견이 녹...

입에 불나도 돌아서면 침 고이네

  • 박미향
  • | 2012.02.03

광주·대구·춘천·대전·부산 전국 떡볶이 명가 총집합 전국에 흩어져 있는 떡볶이 명가들은 최소 20년이 넘는 사연을 안고 있다. 긴 역사만큼 자초지종도 다채롭다. 얄개들의 놀이터였거나 콧물 줄줄 흘리는 초등학생들의 밥상이었다. 가 주인장들을 직접 만나 켜켜이 쌓인 이야기들을 들었다. 사연도 사연이지만 저마다 다른 맛의 비법이 있었다. 맛은 소스에 함축되어 있었다. 소...

춘천 대구 광주 찍고 팔도 떡볶이 열전

  • 박미향
  • | 2012.02.03

제가 다닌 여고 앞에는 작은 떡볶이집이 있었습니다. 손마디마다 주름이 논두렁처럼 깊게 파인 할머니는 인심이 좋았습니다. 주머니 탈탈 털어도 십원 한 장 안 나올 때는 침만 삼켰습니다. 할머니는 애처로웠는지 떡볶이 한 접시를 뚝딱 내주셨습니다. 보글보글 끓는 소리는 현악 4중주였습니다. 할머니의 백열등은 늦은 시간까지 깜박거렸습니다. 고개를 나무 책상에 코 박고...

‘붓으로 요리한 자연’ 맛보러 오세요

  • 박미향
  • | 2011.12.15

두번째 개인전 연 요리연구가 임지호씨 약초 요리 등 건강식 전도사 그림에도 자연의 생명력 담아 “나의 그림, 영혼의 쉼터 되길” 산당(山堂) 임지호(56·사진)씨의 이름 앞에는 늘 ‘자연요리연구가’라는 문패가 달린다. 12살에 가출해 전국을 떠돌면서 온몸으로 접한 야생의 숨결을 요리에 오롯이 담아온 그다. ‘산당’이란 호에도 ‘산에 집 짓고 자연에서 산다’는 뜻이 담...

위스키 몇 방울과 만나면 환희가 된다

  • 박미향
  • | 2011.12.15

‘굴 바’의 임형택 셰프가 전하는 제철 굴 맛있게 골라 싱싱하게 먹는 법 굴 요리에 집착한다면 열에 일곱은 바람둥이가 아닐까. 천하의 바람둥이로 알려진 카사노바는 굴 애호가였다. 색을 탐했던 로마의 황제나 조제핀이 질투의 눈초리로 감시의 끈을 놓지 않았던 나폴레옹도 굴을 많이 먹었다. 굴은 그야말로 정력가들의 일용할 양식이었다. 그만큼 영양소가 풍부하다. 열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