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집안 냄새 배도 쫄깃한 맛 보람있네

박미향 2012.02.03
조회수 28689 추천수 0


기자가 도전한 육포 만들기…조리법 단순해 건강간식 찾는 이들에게 인기 


고려 때 문헌 <고려도경>에는 송나라 사신 서긍에게 육포를 대접했다는 기록이 있다. 육포는 원시수렵시대부터 있었다. 고기를 말리는 것은 안전하게 저장하는 좋은 방법이었다. 육포는 기쁜 날 먹는 음식이었다. 조선 궁중잔치에 ‘절육’(소고기포, 꿩포, 닭포, 말린 어류, 조개류를 고인 것)이 올라갔고, 혼례나 환갑 같은 잔칫날에도 빠지지 않았다. 


요즘 육포는 애주가들에게 인기있는 안줏감이다. 아이들의 영양식으로 찾는 엄마들도 있다고 한다. 판매량도 늘었다. 롯데마트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면 최근 3개월간 육포 판매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약 28.7% 늘었다고 한다. 싱가포르의 세계적인 육포 브랜드 ‘비첸향’도 국내에 들어와 대형 쇼핑몰에 입점해 있다. 육포는 만들기도 쉽다. 애주가인 기자가 ‘육포 만들기’에 도전했다. 


00418923305_20120202.jpg » 이동순식 육포 

외국브랜드 유명 제품까지

육포 판매량 껑충

요리법 의외로 어렵지 않아


요리법 찾기 : 만들기의 첫 단추는 멋진 요리법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인터넷에 많았습니다. 하지만 좀처럼 성에 차지 않았습니다. 그때 하늘의 계시처럼 한 가지 맛이 혀를 뚫고 떠올랐습니다. 쫄깃하게 씹는 것만 만나면 떠올랐던 그 맛! 심지어 껌을 씹을 때도 말이죠. 전통음식연구가 이동순 선생의 육포 맛입니다. 뾰족한 송곳니가 붙들고 놓지 않았던 맛입니다. 이 선생의 육포는 음식전문가들 사이에서 유명합니다. 요리법을 고스란히 전해 들었습니다. 


재료 구입하기 : 기름이 없는 우둔살이나 홍두깨살이 적당합니다. 우리들이 열광하는 마블링 따위는 필요 없습니다. 선생은 우둔살을 사용합니다. 마트로 향했습니다. “뭐라고요? 육포감요? 따로 없는데.” 점원은 난색을 표명했습니다. “그러면 한우 우둔살을 0.5㎝ 정도로 얇게 잘라주세요.” 애걸했습니다. “우둔살이 떨어졌는데요.” 진짜 팔린 건지 알 도리가 없습니다. 다른 대형마트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세상에는 참 쉬운 일이 없습니다. “얼린 상태라야 얇게 자를 수 있는데, 한우 모두 냉장이에요.” 어두운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선생은 “저는 가락동시장이나 고기 판매 전문점을 가요”라고 조언하셨습니다. 선생은 이틀 전 미리 주문해서 얼려두었다가 사온답니다. 장바구니 조여 매고 동네 재래시장행 버스를 잡아탔습니다. 해결! 마포구 공덕동의 한 정육점을 찾았습니다. 주인 할머니는 웃으며 기계를 돌렸습니다. 육포용 고기 구입은 재래시장 정육점이 최고입니다. 구이용 고기는 결과 반대로 썰지만 육포용 고기는 결대로 약 0.4~0.5㎝로 썰어야 합니다. 가장자리에 붙은 힘줄과 기름은 꼭 없애야 합니다. 장바구니에는 다른 재료들도 들어갔습니다. 


핏물 빼기 : “핏물 빼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고기를 물에 담가 빼는 사람들이 있는데 저는 그렇게 안 해요.” 키친타월을 겨울날 아랫목에 이불 깔듯이 정성스럽게 폈습니다. 고기를 얹었습니다. 위에 키친타월을 또 덮어 손으로 눌렀습니다. 해동이 되면서 영토를 확장하듯 붉은 물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습니다. 구이용이라면 아까워 어쩔 줄 몰랐을 육즙이었습니다. 새 타월을 펴서 고기들을 옮겼습니다. 타월 바꾸기를 6번 이상 했습니다. 5시간 정도 지나자 육즙의 흔적은 온데간데없어졌습니다. “핏물이 남아 있으면 양념과 섞은 다음에 색도 맛도 이상해져요.” 육포는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쓰레기통에는 대학병원에서나 볼 법한 붉은색 종이가 수북합니다. 


00418922505_20120202.jpg » 우둔살을 양념에 충분히 적셔 간이 잘 배도록 해야 한다. 양념 만들기 : 간장 선택도 중요합니다. “예전에는 진장(眞醬)을 많이 썼어요. 조선간장(재래간장)을 오래 두면 소금기가 빠지고 향이 좋고 단맛이 나죠.” 이 선생은 진장 대신 양조간장을 쓴다고 합니다. 나물무침이나 조림요리에 사용하는 간장 말이죠. 배즙과 생강즙, 꿀과 후춧가루를 넣었습니다. 여기까지는 쉽습니다. 

문제는 시럽입니다. 설탕과 물을 1:1로 섞어 끓였습니다. 역시 육포는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식는 시간을 참아내는 것은 성질 급한 한국 사람에게 고역입니다. 모든 재료를 섞으면 양념은 끝! 양념이 부족하면 느끼하고, 너무 많으면 맛이 변하기 쉬워 오래 보관하기 어렵습니다. 파, 마늘, 참기름은 절대 넣으면 안 됩니다. 



핏물 남아 있으면 맛 이상해져

시간과의 싸움 

12~15시간 선풍기 돌려

드디어 꾸덕꾸덕한 육포 탄생


말리기 : 드디어 양념과 고기가 만났습니다. 쇠고기 한 장씩 양념에 충분히 적신 다음 꺼내 볼에 넣었어요. “잘 배도록 손으로 주물러주는 게 좋아요. 양념이 다 없어질 때까지.” 손이 시립니다. 손 주름마다 간장이 까맣게 배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냄새가 빠지지 않네요. 가족들이 가까이 오지 말라고 밀쳐냅니다. ‘간장 냄새 나는 아줌마’가 되었습니다. 다행히 핏물을 잘 빼었나 봅니다. 양념 색이 변하지 않았어요. 1시간을 주물렀습니다. 팔목이 서서히 구체관절인형처럼 꺾입니다. ‘왜 시작했을까’ 후회감이 밀려왔습니다. 


망을 비스듬히 깔아 고기를 말리기 시작했습니다. “예전 선조들은 바람 부는 계절에 만들었어요. 저는 선풍기 2대를 돌려요.” 약 12~15시간 선풍기를 돌렸습니다. 고기 뒤집기를 여러 번! 가장 큰 고역은 냄새와 시간입니다. 때가 찌든 것처럼 고약한 냄새가 이제는 부엌을 넘어 거실과 서가, 침실까지 침입했어요. 10시간 넘는 긴 시간을 굳어가는 육포 조각만 바라보고 쪼그리고 앉아 하염없이 기다리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망부석도 이런 망부석이 없어요. 


완성 : 판판하게 만드는 작업이 남았어요. 어렵지 않아요. 두꺼운 책을 이용하면 됩니다. 육포는 약 1~2시간 동안 책들 아래 짓눌려 있었어요. 완성! 참기름을 살짝 발라 타지 않게 구워 먹었어요. 기뻤습니다. 역시 음식은 직접 만들어 먹어야 제맛! “파는 육포는 첨가물이 있을 수 있죠.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직접 만든 것이 더 건강하겠죠.” 이동순 선생의 한마디가 쫄깃한 고깃결 사이로 튀어나왔습니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 recipe이동순식 육포 


재료 

쇠고기 우둔이나 홍두깨살 1kg(핏물을 뺀 고기의 무게 기준), 양조간장 1000ml, 시럽(물과 설탕을 1:1로 섞어 끓인 것) 55ml, 꿀 100ml, 배즙(강판에 갈아 짠 맑은 즙) 75ml, 생강즙 1큰술, 후춧가루 1/2큰술 


만드는 법

1. 쇠고기 겉의 지방을 제거하고 0.5cm 정도의 두께로 자른다. 

2. 핏물을 빼고 쇠고기의 무게를 잰다. 

3. 양념을 섞는다. 

4. 쇠고기 한 장씩 양념에 넣었다가 건져 볼에 담는다. 양념이 쇠고기에 고루 배도록 주무른다.

5. 망에 펼치고 약 10~12시간 선풍기 바람에 말린다. 

6. 말린 쇠고기를 쿠킹포일에 싼다. 무거운 것을 올려 1시간 정도 눌러놓는다.

7. 참기름을 살짝 발라 구워 먹는다. 나머지는 냉동 보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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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향 기자
한겨레신문에서 음식문화에 관한 다양한 기사를 쓰고 있다. 2000년에 직장인들의 야식을 주제로 한 연재물 '밤참'을 시작으로 먹을거리와 인연을 맺었다. <그곳에 가면 취하고 싶다>, <인생이 있는 식탁> 등 4권의 음식 관련 책을 냈다. MBC <여성시대> 등에 출연해 맛난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타고난 체력과 품 넓은 열정을 재산 삼아 맛과 이미지의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행복하게 만드는 음식문화 정착에 자신의 일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행복의 시작은 밥상이 출발이라고 믿는다.
이메일 : mh@hani.co.kr       트위터 : psols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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