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국수 한 상 가득!

박미향 2012.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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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지암리조트 미라시아 전경수 셰프가 추천하는 아시아 7개국 국수요리 10선

 

생고기를 덕지덕지 몸에 붙인 의상으로 화제를 모았던 레이디 가가가 아시아 투어에 나선다면? 팬들의 환호성을 받기 위해 국수로 몸을 칭칭 감는 것은 어떨까? 팔은 갈색 소바로, 다리는 야키우동으로, 몸은 냉면가락으로, 머리는 시커먼 소스를 입은 자장면으로, 목은 가는 쌀국수로 싸매고 히트곡을 열창하는 장면은 상상만 해도 즐겁다. 왜 하필 국수냐고?
국수는 중국에서 시작됐다는 설이 있을 정도로 아시아에서 꽃핀, 서구 열강의 침략에 상처 입은 아시아를 하나로 이어주는, 아시아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음식이다. 서양을 둘러보면 고작해야 파스타 정도가 떠오르지만 베트남, 인도네시아, 일본, 싱가포르, 중국, 한국 등 아시아에는 찌고 볶고 튀기고 삶은 다양한 국수 요리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국수의 매력은 무엇일까? 우선 정의를 살펴보자. ‘국수 [명사] 밀가루, 메밀가루, 감자가루 따위를 반죽한 다음, 반죽을 얇게 밀어 가늘게 썰거나 틀에 눌러 가늘게 뽑아낸 식품. 또는 그것을 삶아 만든 음식.’ <표준국어대사전>에 또박또박 적혀 있다. 국수는 간단한 문장처럼 만들기가 쉽다. 쉬운 요리법은 거리 곳곳에서 쉽게 마주치게 하는 장점이 있다. 자주 만날수록 정은 깊어지는 법. 10년간 아시아 음식, 특히 국수 요리에 천착해 온 곤지암리조트 미라시아 전경수 셰프는 국수의 매력 한가지를 더 붙인다. 한마디로 ‘편안함’이라고 말한다.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가족처럼 친근하고, 따사로운 가을 햇살처럼 편안한 음식이다.
곤지암리조트 미라시아는 9월 말까지 ‘아시아 누들로드 페스티벌’을 진행한다. 전경수 셰프가 연구해 선보인 요리들이다. 그가 편곡한 7개국 아시아 국수 요리 선율을 따라 여행해 보자.

 
가케소바 > 소바는 메밀가루로 만든 일본의 면 요리. ‘소바’도 메밀이라는 뜻. 일본인들은 소바를 행운을 부르는 음식이라고 여긴다. 오래전 금은 세공기술자들이 메밀 반죽을 이용해 흩어진 금가루를 찾았다는 이야기에서 유래되었다. 섣달 그믐밤에 소바를 먹는 풍습도 이런 이유에서 생겨났다. 가케소바는 조금 특이하다. 흔히 소바는 가쓰오부시 등으로 우린 진한 국물에 무즙, 파, 고추냉이를 넣고 면을 담가 먹는 국수 요리라고 알고 있다. 가케소바는 흥건한 국물에 우리네 냉면처럼 면이 담겨 나온다. 전씨는 “에도시대 소바 중에 이런 형태가 있었다”며 “요즘 전문점이 생기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진한 국물에 갈색의 면들이 꿈틀대고 국물 맛이 잔뜩 밴 면은 죽어도 헤어질 수 없는 연인처럼 깊은 감칠맛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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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키우동과 나베우동 > 일본 관동지방에 소바가 있다면 관서지방에는 밀가루로 만든 우동이 있다. 야키우동(사진)은 볶음국수다. 쇠고기를 데리야키 소스로 볶고 가쓰오부시 등이 면과 같이 나온다. 전씨는 볶음국수에 “매운맛이 아니라 고소한 맛을 내고자” 직접 만든 고추기름을 쓴다. 야키우동은 정글을 탐험하는 것처럼 쇠고기, 목이버섯, 청경채, 무순 등을 파헤쳐야 겨우 면을 만난다. 나베우동은 뜨거운 국물 맛을 유지하는 것이 맛의 포인트. 주물그릇은 요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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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아이띠아우 팟 끼마우 느어 > 쇠고기를 넣어 매콤하게 볶은 타이 쌀국수다. 면은 10㎜ 굵기로 이를 착착 감는 힘이 있다. ‘꾸아이띠아우’는 타이어로 쌀국수, ‘팟’은 볶는다, ‘끼마우’는 어지러울 정도로, ‘느어’는 쇠고기란 뜻이다. 한마디로 어지러울 정도로 맛있는 쇠고기 볶음국수란 소리다. 면이 넓어 소스가 넉넉하게 밴다. 일반적으로 소스가 강하고 많은 양이 들어가는 국수 요리에는 면의 폭이 넓은 것을 쓴다. 방콕 카오산로드의 한 모퉁이를 돌아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특유의 냄새가 그곳으로 데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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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타이 > 똠얌꿍과 함께 타이를 대표하는 요리. 숙주, 두부, 새우 등을 넣고 볶은 쌀국수. 면의 굵기는 3㎜. 재료들을 빨리 볶아내는 것과 고추기름이 맛을 좌우한다. 전씨는 웍(중국식 프라이팬)을 사용한다. 마무리로 넣는 피시소스는 구수한 끝맛을 만든다. 피시소스는 우리네로 치자면 액젓 같은 것. 슬리퍼 신고 한가롭게 해변을 산책하는 여행자의 여유가 면에 묻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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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크롭 > ‘미’는 인도네시아어로 국수, ‘크롭’은 바삭바삭하다는 뜻. 인도네시아의 바삭하게 튀긴 국수다.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한 요리. 매우 가는 면인 베르미첼리를 튀기고 그 위에 새콤하게 졸인 칠리소스로 얹어 버무렸다. 마치 라면땅같이 바삭해서 5~6살 아이들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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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장면과 짬뽕 > 자장면은 중국 전통 국수 요리는 아니지만 요즘 중국에서도 마니아층이 생길 정도로 인기 있다. “중국집들이 간혹 양을 늘리려고 물, 전분을 넣기도 하는데” 전씨가 만든 자장면(사진)은 춘장만을 볶아 진하다. 닭 육수로 만든 짬뽕은 시원하다. 닭은 한번 데쳐서 불순물을 없애고 찬물에 넣어 약 4시간 끓인다. “찬물에 끓여야 제대로입니다. 요리시간을 줄이기 위해 물을 끓여놓고 닭을 넣으면 제맛이 안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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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어 물회국수 > 쫄깃한 백년초국수와 시원한 포항식 물회국수의 만남. “포항식 물회국수는 국물이 없어요. 배에서 선원들이 생선을 잡자마자 비벼 먹다가 취향에 따라 물을 넣어 먹었죠. 선원들은 찬밥을 말기도 했어요.” 푸근한 바다 맛 그대로다. 초고추장 푼 국물에 면이 쏙 들어간 물회국수는 포항식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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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식 에그누들 > 커리를 넣어 매콤하게 볶은 해산물 에그누들 요리. 에그누들은 밀가루와 달걀을 섞어 만든 면. 최근 에그누들 애호가가 늘고 있는 추세에 맞춰 전씨가 싱가포르식을 가미해 만든 국수 요리다. 흔히 해산물이 들어간 걸쭉한 국물에 에그누들을 튀겨낸 것을 싱가포르 에그누들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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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보 > 육수를 부어 먹는 베트남 쌀국수. 양지머리, 아롱사태 등을 볶은 다음 끓여서 육수를 냈다. “쇠고기를 그냥 끓여 육수를 내면 진한 갈색이 나오지 않아요.” 반나절 이상 끓여낸 육수다. 쌀국수가 국물에 폭 잠겨 있어야 또 제맛이다. 등짝이 든든한 형을 보는 것처럼 믿음직한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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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차이누들 > 전경수 셰프가 홍콩 완차이 거리를 여행하고 개발한 국수 요리. “완차이는 홍콩에서 뜨는 거리입니다. 거리 이미지를 따서 만들었습니다.” 볶음짬뽕과 비슷한 맛이지만 차이는 숙주에 있다. 숙주는 부드러운 국물에 아삭함을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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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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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향 기자
한겨레신문에서 음식문화에 관한 다양한 기사를 쓰고 있다. 2000년에 직장인들의 야식을 주제로 한 연재물 '밤참'을 시작으로 먹을거리와 인연을 맺었다. <그곳에 가면 취하고 싶다>, <인생이 있는 식탁> 등 4권의 음식 관련 책을 냈다. MBC <여성시대> 등에 출연해 맛난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타고난 체력과 품 넓은 열정을 재산 삼아 맛과 이미지의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행복하게 만드는 음식문화 정착에 자신의 일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행복의 시작은 밥상이 출발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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