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쟁이 박 대리 오늘 마장동에 뜬다

박미향 2012.04.29
조회수 14058 추천수 0

저렴하고 질 좋은 한우로 젊은 직장인들 회식장소로 인기, 마장축산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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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회식이 있는 날. 박유라 대리는 퇴근 무렵 동료들과 즐거운 눈빛을 교환한다. 업무를 마치자마자 동료들과 ‘고고씽!’ 20~30대 젊은 직장인들이 달려간 곳은 ‘마장축산물시장’(서울 성동구 마장동)의 먹자골목이다. 박씨는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일터가 있다. 신발 브랜드 ‘탐스’ 등을 수입하는 수입업체 코넥스솔루션에서 마케팅 업무를 한다. 패션회사에서 일하는 이답게 세련된 외모다. 그의 직장 동료들도 멋쟁이들이다. 왠지 재래시장과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들이 축산물시장을 찾는 이유는 “왁자지껄한 시장 분위기가 너무 좋고, 한우를 싼 가격에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었다. 한 시간이 넘게 걸리는 교통시간도 아깝지 않다. 이날 박씨와 7명의 동료들은 한우 5~6㎏을 약 40만원에 먹었다고 한다. 요즘 박씨처럼 알뜰한 멋쟁이들이 마장축산물시장을 자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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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급 한우 1인분 값이 삼겹살보다 저렴


들머리에 있는 먹자골목은 해가 뉘엿뉘엿 지고 어둠이 깔리자 고기 굽는 연기로 짙은 회갈색이 덮인다. 14개 점포가 사탕 묶음처럼 이어져 있다. 골목은 밤이 깊을수록 흥겨운 가락이 고기 냄새 따라 흘러나온다. 먹자골목은 1988년 이전 인근에 흩어져 있던 음식점들이 88올림픽에 맞춰 도로정비에 들어가자 지금 자리로 이전해 형성되었다.
초입에 있는 먹자골목만 들렀다가 떠나면 축산물시장을 제대로 여행한 것이 아니다. 팥소 없는 단팥빵을 먹은 것과 같다. 둥근 아치 간판을 지나 깊숙이 안으로 들어가면 서문 근처에 ‘고기 익는 마을’을 만난다. ‘술 익는 마을’은 많아도 ‘고기 익는 마을’은 처음이다. ‘고기 익는 마을’은 마장축산물시장상점가 진흥사업협동조합이 지난해 8월 문을 열어 운영하는 마을기업이다. 일종의 정육식당이다. 노량진 수산시장의 고기버전인 셈이다. 이용료 4000원(성인 기준)만 내면 시장에서 구입한 질 좋은 한우를 마음껏 구워 먹을 수 있다. 시중 한우전문 음식점보다 30% 이상이 싸다.
지난 6일 저녁 7시. 약 125석 규모의 ‘고기 익는 마을’에는 앉을 자리가 없다. “한 달에 한 번은 꼭 이곳을 찾아요.” 경기도 하남시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한성기(65)씨의 말이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사람이 이곳은 왜 찾을까? “싸고 맛있어. 질이 좋아!” 한씨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초등학교 동창 이종만씨도 한마디 한다. “청담동에 유명한 ㅂ고깃집 가면 150g 1인분에 7만5000원 해. 너무 비싸. 동네인데 안 가게 되지요.” 종암초등학교 동창인 이들은 이곳에서 모임을 자주 한다. 한잔 술에 벌겋게 달아오른 우정이 고기 향을 따라 더 진해진다.
정육점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이곳 축산물시장에서는 한우 등심 최상급(1++등급) 1㎏을 7만5000~8만원에 판다. 서울 시내 한우전문점이 150g(1인분)에 4만~5만원 받는 것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고기 익는 마을’의 인기도 치솟고 있다. 마장축산물시장상점가 진흥사업협동조합 고기복 상무는 “하루 평균 200~300명 몰리고, 예약은 필수”라고 말한다. ‘고기 익는 마을’이 모두 수용할 수 없어 인근 3곳의 식당에 양해를 구해 손님들을 안내하는 지경이라고 덧붙인다. 인근 식당은 5000원의 세팅비를 받는다. 고 상무는 “앞으로 2호, 3호점을 낼 예정”이라고 한다. 고씨는 한우를 살 때 구체적인 등급을 물어 구입하라고 조언한다. “‘한우 주세요’ 하지 마시고 ‘한우 투 뿔(1++) 주세요’ 하고, 보기 좋은 게 맛도 있다고 먹음직스러운 것이 좋은 고기죠. 살은 선홍빛에 지방은 맑은 흰색이 좋아요.”
마장축산물시장에서는 한우뿐만 아니라 신선한 소 부산물을 맛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간, 곁간, 처녑(소의 제3위), 지라(비장) 등이다. 고 상무는 “경매가 끝난 소는 도축장에서 하루 정도 묵었다 시장에 들어오지만 소 부산물들은 직행해요. 잡은 지 3시간이 채 안 돼 김이 모락모락 납니다. 12시에 잡은 거 2시면 들어온다”고 말한다. 곁간은 좀처럼 다른 곳에서 맛보기 힘들다. 간의 한쪽에 붙어 있는 손바닥만한 크기의 작은 간이다. 큰 간보다 더 부드럽다. 부산물전문점 ‘쌍둥이네’의 주인장 김기복씨는 능숙한 솜씨로 지라와 곁간을 손질한다. “지라는 전문적인 기술이 있어야 정리할 수 있어요. 철분이 많아 빈혈 있는 사람한테 좋아요. 곁간은 한 3000원 하지.” 긴 칼로 노련하게 자를 때마다 붉은 살점에서 김이 피어오른다.

majja.jpg 지라

maaa.jpg 곁간


 
직접 만든 순대 맛도 보세요


시장 들머리에는 구수한 순대 집들도 눈에 띈다. ‘명권엄마’네 순대는 공장에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주인이 직접 삶아 낸다. 이른 아침에 축산물시장을 찾으면 재미있는 풍경도 만난다. 점포들은 오전 10시까지 발골(소를 부위별로 해체하는 일)작업을 마쳐야 한다. 커다란 소 한 마리가 여러 조각으로 나뉘는 광경도 꽤 진기한 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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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쇠고기 잘 고르는 법>
쇠고기는 품종, 연령, 성별, 사육방법, 저장방법, 숙성 정도 등에 따라 맛이 다르다. 고기 색, 지방 색, 고깃결 등으로 질 좋은 고기를 판별할 수 있다.
⊙ 쇠고기 색은 선홍색을 띠는 것이 좋다. 수입육은 암적색이 많다. 정육점 진열대 조명은 붉은 편이다. 좋은 고기를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반드시 꺼내 확인한다. ⊙ 지방은 흰색에서 연한 노란색 사이면 정상이다. 근육 안에 골고루 박혀 있는 것이 좋다. ⊙ 수입육은 뼈가 굵고 큰 데 비해 한우는 뼈가 가늘고 작은 편이다. 앞다리 사골도 가늘다. 수입육은 오랫동안 냉동했기 때문에 해동하면 물이 많이 나온다.


<마장동축산물시장은? >
수도권 축산물 유통의 60~70%를 담당하는 대표적인 축산물 전문 도소매시장. 약 11만6150㎡의 면적에 2500여개 점포가 들어서 있다. 1963년 서울 종로구 숭인동에 있던 도축장이 마장동으로 오면서 형성되었다. 1998년 아파트와 초·중학교가 들어서면서 도축장은 가락동으로 이사를 했지만 재래시장은 남았다. 2004년 하수관 정비 등 시장 현대화 작업을 마쳤다. 1년에 한 번 깜짝 경매 등의 이벤트를 벌이는 한마당축제를 한다.

(2012년 1월12일 자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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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향 기자
한겨레신문에서 음식문화에 관한 다양한 기사를 쓰고 있다. 2000년에 직장인들의 야식을 주제로 한 연재물 '밤참'을 시작으로 먹을거리와 인연을 맺었다. <그곳에 가면 취하고 싶다>, <인생이 있는 식탁> 등 4권의 음식 관련 책을 냈다. MBC <여성시대> 등에 출연해 맛난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타고난 체력과 품 넓은 열정을 재산 삼아 맛과 이미지의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행복하게 만드는 음식문화 정착에 자신의 일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행복의 시작은 밥상이 출발이라고 믿는다.
이메일 : mh@hani.co.kr       트위터 : psols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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