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이 아니무니다’

박미향 2012.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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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역전! 야매요리’로 인기몰이·부천국제만화축제 초청받은 정다정 작가

박태환과 쑨양이 나란히 앉아 사이좋게 쿠키를 먹는다. ‘비주얼은 곰팡이 핀 된장에다가 맛은 9천원짜리 타이어를 씹는 느낌’이다. “태환 오빠, 이거 드시면 저랑 사귀는 거에여” 요리를 만든 토끼가 외치자 박태환 선수는 “안 머겅” 답한다.

쿠키의 제조 과정은 열 번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는 올림픽 선수들의 투지를 닮았다. 반죽이 너무 묽게 되자 가루를 더 넣는다. 이번에는 너무 뻑뻑하다. 또 재료를 넣는다. 요리의 기초, 계량 따위는 없다. ‘아빠숟갈3’은 도대체 얼마를 넣으라는 소리일까! 집집마다 아빠가 쓰는 숟가락 크기는 다르다. 전자레인지에 들어간 반죽은 괴물이 되어 쓰레기통으로 향하고 다시 만든 반죽이 전기밥솥으로 직행한다. 전기밥솥에서 익혀 나온 쿠키를 혹시 보신 적 있으신가! 요리법을 따라 하기도 전에 포복절도하는 이 쿠키 이야기는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웹툰 ‘역전! 야매요리’ 제35화 올림픽 특집 편이다. 작가는 2시간 동안 빳빳한 종이를 오리고 잘라 실물 크기와 비슷한 종이인형 박태환과 쑨양을 만들었다.

웹툰 ‘역전! 야매요리’의 정다정 작가
기초·계량도 무시
먹을 수 없는 맛에도
댓글 5천개 이상 달려

지난해 12월부터 네이버에 연재를 시작한 요리만화, ‘역전! 야매요리’는 단숨에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댓글이 5천개 이상 달리는 것은 기본, 하루 평균 열통 장문의 이메일이 작가에게 날아오고 쪽지도 1천통 이상 쌓인다. ‘야매’(일본어 ‘야미’에서 온 속어. 정통적이지 않은 방법)로 시작한 만화는 수요일에 개막한 제15회 부천국제만화축제에 정식 초청되었다. 화려한 날갯짓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역전! 야매요리’의 작가는 뜻밖에 앳된 스물한살 청년, 정다정(사진)씨였다. 나풀거리는 우윳빛 원피스가 잘 어울리는 눈이 큰 이였다.

그야말로 ‘음식이 아니무니다’ 소리가 절로 나오는 정씨의 요리가 왜 인기일까? “‘야매’라서인 거 같아요. 저만의 (표현)방식도 인기를 끈 이유죠. 정확한 계량이 답답해서 아빠 숟가락으로 바꿨고, 어려운 재료는 쉽게 구하는 것들로 교체하고, 인터넷에 떠도는 웃긴 그림이나 이야기를 패러디했어요.” 똑딱이 카메라로 툭툭 찍은, 앵글도 반듯하지 않은 사진도 그의 작품 구성 요소다. 재료도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고 방법도 간단하다. 맛의 실패는 필수다. 이런 구성은 먹을거리를 배꼽시계가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는 ‘놀이’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정씨는 서울에서 태어나 부산외고를 다니다가 미국 캘리포니아로 건너가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작년에 귀국해서 입시준비를 하면서 9월부터 블로그를 개설해 ‘먹고 싶은 음식’을 ‘야매요리’로 만들어 올렸다. 기상천외한 콘텐츠는 다른 요리 만화들과 차별성을 드러냈다. 네이버 웹툰 관계자들에게 눈에 띄어 연재를 시작했다. 그 이전에는 만화를 그린 적도, 요리를 밤낮없이 만든 적도 없다. 대학입시는 접었다. “대학은 갈지 안 갈지 모르겠어요. (한국)고등학교에서 입시를 경험하고” 그가 내린 결론은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없”거나 해도 “즐거울 수 없겠다”는 것이었다.

‘역전! 야매요리’ 제35화 올림픽 특집 편. 작가 특유의 위트 넘치는 작품 구성이 돋보인다. 작가는 큰 종이를 2시간 이상 오리고 잘라 종이인형 박태환과 쑨양을 만들었다.
“정확한 계량 답답해서
아빠숟갈3 식으로 표현하는
저만의 방식이 인기비결일까요”

그는 자신이 흔쾌히 즐길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서는 유목민이다. “그냥 먹고 싶다는 생각”에 여수행 기차를 탄다. 당일치기 게장여행은 다반사다. “게장 골목에서 사람들이 줄 서 있는 집 말고 다른 집 가서 맛나게 먹었어요.” 그때 만난 주인장 할머니가 그리워 제29화에 촘촘히 에피소드를 그려 넣었다. 그는 게장 골목에서 “게 모형도 만날 줄 알았는데” 없어서 실망이 컸다. 시각적 이미지에 민감하다. 제2화에 나오는 종이접기로 만든 가재도 일본 영화 <남극의 셰프>(2010년 작)의 시각적 이미지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줄리&줄리아> 같은 요리영화는 빼놓지 않고 본다.

만화 작업은 꼬박 이틀이 걸린다. “요리를 하는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지만 스토리를 짜고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고 글자를 넣는 시간이 오래 걸려요. 특히 기승전결로 이야기를 만드는 게 쉽지 않아요.” 몇 달 전에는 슬럼프도 왔다. “사진이나 요리로 재미를 주면 되겠다 했는데 회를 거듭할수록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독자들을 즐겁게 하는 것만 생각하다 보니 힘들었어요.” 초심으로 돌아갔다. “처음 블로그 할 때 제가 즐겁게 만들고 맛있게 먹고, 그걸 보는 이들이 즐거워”했던 시절의 마음을 상기했다.

동료 선후배 웹툰 작가들과의 모임도 그에게는 큰 힘이 되었다. 네온비(본명 이주희. ‘다이어터 1, 2, 3’ 등 작품), 주호민(‘신과 함께’ 등 작품) 등과의 교류에서 “정서적으로 큰 위로”를 얻었다.

‘역전’이라는 문패는 게임 때문에 붙여졌다. “‘역전재판’이라는 게임이 있어요. 제가 변호사가 되어 누명 쓴 이를 구해주는 게임이죠. 마음에 들었어요. 역전을 제 인생에도 반영하고 싶었고, 요리의 내용과도 맞다고 생각했어요.” 작품에 화자로 나오는 토끼는 일본 만화 <개그만화 보기 좋은 날>에 등장하는 토끼 우사미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저와 닮았죠?” 싱그럽게 웃는다.

“내가 웃긴지, 즐거울 수 있는지가 지금은 가장 중요합니다.” 자신의 즐거움을 통해 독자들에게 에너지를 선사하고 싶은 것이 그의 요즘 소망이다. “한 100회 남았을까요? 언제 연재가 끝일지 모르겠지만 스토리나 요리 모두 후회 없이 작업하고 싶어요.”

최근 그의 요리를 맛보는 이는 네 살 아래 남동생이다. “처음에는 입에도 안 대던 요리를 요즘은 더 달라고 해요.” ‘야매’가 제대로 된 요리로 발전하고 있지만 ‘오늘의 유머’, ‘여성시대카페’ 등, 유머가 가득한 누리집을 참조한 그의 요리는 여전히 재미있다. 9월에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해먹을 수 있는 요리법’이 추가된 단행본을 출간할 예정이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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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향 기자
한겨레신문에서 음식문화에 관한 다양한 기사를 쓰고 있다. 2000년에 직장인들의 야식을 주제로 한 연재물 '밤참'을 시작으로 먹을거리와 인연을 맺었다. <그곳에 가면 취하고 싶다>, <인생이 있는 식탁> 등 4권의 음식 관련 책을 냈다. MBC <여성시대> 등에 출연해 맛난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타고난 체력과 품 넓은 열정을 재산 삼아 맛과 이미지의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행복하게 만드는 음식문화 정착에 자신의 일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행복의 시작은 밥상이 출발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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