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전어의 럭셔리 메뉴 변신

운영자 2012.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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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어카르파초(왼쪽), 전어스시(오른쪽)

[매거진 esc] 요리

지금 가장 맛있는 생선 전어 손질법에서 특별한 조리법까지

전어 냄새 빼기
식초에 대파, 레몬 넣으면
은은한 단맛까지 더해

예부터 전어는 그 맛 때문에 값을 생각하지도 않고 사 먹었다고 했다. 돈이라는 뜻의 이름은 그런 이유로 붙여졌다. 가을 전어철이 왔다. 수산시장에는 바구니마다 전어가 넘친다.

일식당 ‘슈치쿠’(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3빌딩)의 셰프 나카무라 고지(35)
esc가 일식당 ‘슈치쿠’(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3빌딩)의 셰프 나카무라 코우지(35·왼쪽 사진)를 만나 전어손질법부터 신기한 전어요리법까지 들었다. 그는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시푸드레스토랑, 미슐랭 별점을 받은 일본 전통초밥집 등에서 일했다. 생선이라면 눈 감고 척척 손질하는 마력을 가졌다.

그는 일주일에 3~5번 수산시장에 간다. 전어 바구니를 뒤져 ‘좋은 놈’을 고른다. “한 바구니라도 질이 다른 것들이 섞여 있어요.” 생선은 모양이 그대로 유지된 것, 눈동자가 맑고 아가미의 색이 선명한 것이 좋다. 살을 눌렀을 때 자국이 안 남고 탱탱한 것, 껍질에 비늘이 잘 붙어 있는 것도 질 좋은 ‘놈’이다.

“여러 마리를 손질할 때는 꼭 물에 담가두고 한 마리씩 꺼내 손질하세요. 말라버리면 손질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요.” 셰프가 물에 깨끗이 씻은 전어를 도마에 올린다. 셰프의 칼이 공중의 바람을 가른다. 망설임 없이 뾰족한 칼날이 등지느러미를 도려낸다. 흐르는 물에 비늘도 긁어낸다. 나카무라 셰프는 머리를 사선으로 댕강 자른다.

구이용은 머리를 잘라낼 필요가 없다. 비늘만 없애면 된다. “일본에는 전어구이가 없어요. 한국 와서 처음 봤어요.” 아찔한 칼날이 또 나선다. 전어를 반듯하게 눕히고 아래 배를 가르지 않은 채 포갠 상태에서 직선으로 자른다. 칼을 전어 깊숙이 넣어 내장을 뽑아낸다. 배를 갈라 납작하게 편다. 포를 뜨듯이 칼로 살을 잘라내 가시 등을 없앤다. 마지막으로 핏기나 지저분한 것들을 없애면 끝이다. 셰프는 소금을 착착 뿌린다.

전어는 손질한 다음 2~3일 냉장숙성을 시키면 더 맛있다. 조금만 식욕을 억제하면 더 근사한 맛을 얻는다.

비린내가 적잖이 난다. 나카무라 셰프는 비린내 없애는 아주 쉬운 방법도 알려준다. 식초 물이 정답이지만 평범하지만 않다. “식초만 쓰면 맛이 너무 세져요.” 그의 식초 물에는 물, 레몬, 대파가 들어간다. 대파는 아무리 애써도 설탕은 결코 제공할 수 없는 단맛을 잔잔하게 깔아준다. “천연 식초가 좋죠. 가정에서는 사과식초 쓰면 돼요.” 이 식초 물에 약 10분 정도 담가두기만 하면 코털을 괴롭힌 비린내는 옅어진다. 먹기 좋게 자르면 이것이 바로 전어회나 초밥용 재료가 된다.

전어사시미
회·구이뿐 아니라
일본 가정식 반찬과
이탈리아 요리로도 활용가능

recipe

나카무라 고지의 다양한 전어요리

고하다 난반즈케 재료(2인분) 전어 10마리, 전분 25g, 식용유 0.5ℓ, 다시육수 250㏄, 국간장 50㏄, 맛술 50㏄, 청주 50㏄, 식초 40㏄, 레몬 1개, 대파 1대, 양파 1개, 당근 1/2개 만드는 방법 1. 손질한 전어를 포 뜬다. 2. 전분을 묻힌 다음 가볍게 털어내고 180도의 기름에 바싹 튀겨낸다. 3. 특제 소스에 약 1일간 담근다. ※특제 소스: 다시육수(다시마와 가다랑어포 육수) 500㏄, 국간장 100㏄, 맛술 100㏄, 청주 100㏄, 식초 80㏄, 레몬 조금, 대파 1/4개, 양파 1/4개, 당근 1/8개

전어카르파초 재료(2인분) 전어 5마리, 붉은 파프리카 1/4개, 무순 30g, 파슬리 20g, 폰즈소스 30㏄, 올리브유 10㏄, 검은 후추 약간 만드는 방법 1. 초밥, 생선회용으로 준비한 전어를 슬라이스한다. 2. 접시에 늘어놓고 위에 잘게 썬 파프리카, 무순, 이탈리안 파슬리를 얹는다. 3. 폰즈소스(식초간장소스), 올리브유, 검은 후추를 뿌린다. ※ 폰즈: 생수 100㎖, 진간장 100㎖, 식초 90㎖, 청주 또는 맛술 35㎖, 가다랑어포 4g, 유자 또는 레몬

셰프는 하루 200~300마리 전어를 손질한다. 몇초 만에 뚝딱뚝딱 손놀림이 안 보일 정도다. 그가 잘 손질한 전어로 다양한 요리를 펼쳐 보인다. “일본은 회나 ‘고하다 난반즈케’(小肌の南<86EE>漬け)를 만들어 먹어요.” ‘고하다 난반즈케’는 고급 전어요리다. 가격이 싸서 품격 없는 생선으로 취급하는 이들의 생각을 확 뒤집는다. 완성된 ‘고하다 난반즈케’는 얼핏 단단한 껍질을 등에 업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쫄깃쫄깃한 식감이 다일 듯하지만 막상 씹으면 부드러움이 침대 베개 같다. ‘고하다 난반즈케’는 튀김요리다. 뜨거운 기름에 튀겨 딱딱한 겉모양을 만들고 소스에 하루 정도 담가두어 더없이 부드러운 맛을 만들었다. “포 떠서 전분 바르고 180도에서 튀기죠. 그러고 난 후 소스를 뿌려요. 술안주로 좋아요.”

‘고하다 난반즈케’는 일종의 저장음식이란다. 한 통 만들어두고 냉장보관하면 2주에서 한달까지는 먹고도 남는다. “갑자기 손님이 찾아오면 요긴하게 쓰이죠.”


전어는 이탈리아 요리로도 변신한다. 셰프가 투명한 접시에 전어카르파초를 들고 나타난다. 카르파초는 얇게 썬 신선한 쇠고기에 올리브유나 레몬즙을 뿌려 먹는 요리다. 쇠고기 대신에 초밥이나 생선회용으로 손질한 전어가 들어간다. 파프리카, 무순, 파슬리도 같이 들어가 푸른 초원을 만든다. 폰즈소스(식초간장소스), 올리브유, 후추가 솔솔 민들레 홀씨처럼 내려앉으면 낯설면서 색다른 전어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신기한 전어요리에 정신을 놓고 있는 사이, 셰프는 전어회덮밥과 전어무침, 전어구이도 펼쳐 보인다. “모두 한국식이죠. 일본에는 잘 없어요.” 전어구이는 칼집이 깊게 들어간다. “속까지 잘 익으라고 그리 낸 겁니다.” 뼈째 먹는 게 무침요리다. 오돌오돌 씹히는 맛이 입안을 즐겁게 한다. 뼈를 잘 발라낸 전어는 회덮밥용이다. “냉장고 열어 남아 있는 야채 다 넣어 만들면 좋죠. 한국인들은 뭐든지 비벼 먹는 거 좋아하는 듯해요. 푸짐한 것도 좋아하고. 저도 맛있어요.” 회무침에는 우리네 깻잎이 들어간다. 비린내를 잡아준다. 타국 생활의 고단함은 그 나라 음식을 즐겁게 먹기 시작하면 사라진다. 셰프는 우리식 전어요리로, 우리는 그가 알려준 일본식 전어 음식으로 맛난 이야기를 나눈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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