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결혼 19년차라서 어지간한 음식은 척척 해내고 나름 김치도 잘 담글수 있게 되었다.하지만 애들이 어릴떄는 모든 음식이 정체불명이었다.종가집에 살던 남편 입맛에는 아무것도 맞을리가 없었다.그래도 성격이 무던하던 남편은 잔소리 없이 먹어 주었다.
내가 신혼 살림을 시작했던 건물에는 참 좋은 아주머니들이 많이 계셨다.밑반찬도 챙겨 주시고 호박죽도 쑤어서 주시고 친정이 먼 나를 동생처럼 살펴 주셨다.매일 불러다 간식도 주시고 자신의 친정에서 온 특산물도 아낌없이 나눠 주셨다.내가 살던 곳은 분당이었는데 여유가 있어서인지 참 살뜰이 챙겨주셨다.
다 서툰 나였지만 그래도 그 분들께 가만이 있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나는 잔치 국수를 참 좋아했는데 반찬이 별로 없어도 식탁을 꽉 채울 수 있는 음식이라 생각했다.
특히 비 오는 날 잔치국수는 환상 그 자체였다.
뜨거운 국물과 후루룩 후루룩 면발을 들이키면 그리 행복할 수가 없었다.
그래! 아주머니들을 모셔다가 잔치국수를 해드려야지 하는 야무진 생각을 하고 실행에 옮겼다.국수와 김치만 있으면 되고, 아! 참 김가루,또 뭐가 필요하지 계란지단,국물은 어떻게 해야지.멸치로 하면 되나.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아주머니들이 오셨다. 국수를 끓는 물에다 집어 넣었다. 멸치도 몇개 빠뜨려서 끓였다. 아! 그런데 뭔가가 이상하다. 내가 평상시에 먹던 그런 잔치 국수가 아니었다.
2층 아주머니께서 말씀하시기를 "애기 엄마! 국물을 먼저 끓여 놓고, 국수를 삶아 낸 다음 끓여놓은 국물에다 넣고 먹는거야"
아! 이런 멸치를 넣고 국수를 그 국물에 넣어 삶는게 아니어다. 이 망쳐진 국수는 어떻게 하지?
당황해하는 나를 아주머니들은 결혼 초기엔 다 그래하면서 몇 젓가락씩 잔치국수인지 떡이 되어버린 국수를 먹어주셨다. 잔치 국수가 새댁이 하기엔 그리 간단하지만 않은 음식이었구나.
지금처럼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이 발달되었다면 검색 해봤을텐데, 나는 지금도 잔치국수를 좋아하는데 그 음식을 먹을때마다 정겨웠던 그 이웃들을 생각해본다.
어디서 다들 잘 지내고 계시겠지. 힘든 세상 살면서 그 이웃들의 따뜻한 온기가 나를 미소짓게 만든다. 정말 단지살기 위해서만 음식을 먹는게 아니라 행복한 추억도 그 속에는 담겨 있어 나를 살찌우게하나보다. 날씨도 꾸물꾸물한데 잔치국수나 해서 아이들과 함께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