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게발 두개 달린 ‘요놈 요놈 요 이쁜놈’

끼니 2017.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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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낚시터에서 즐기는 바닷가재잡이 손맛·살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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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 마니아 김형국씨가 자신이 잡은 바닷가재를 들고 웃고 있다. 박미향 기자

집게발 두 개 달린 놈이 뭐라고 벌써 3시간 넘게 쏘아보는 이들이 있다. 지난 5일 경기도 안성시 원곡면에 위치한 ‘안성실내바다낚시터’에는 실핏줄 같은 푸른빛에 의지해 검은 수조를 집요하게 응시하는 이들이 있었다. 이곳은 바닷가재(로브스터·랍스터) 전용 낚시터. 쪄 먹고, 삶아 먹고, 요리해 먹는 게 다였던 ‘바닷가재 사용설명서’에 최근 한 가지가 추가됐다. 겨울 여가로 바닷가재 낚시를 즐기는 것이다.

이날 이곳을 찾은 50년 경력의 낚시 마니아 권혁수(58)씨는 “겨울에는 딱히 낚시를 할 만한 곳이 없다”며 1주일에 3~4번은 온다고 말했다. 권씨 옆에서 바닷가재를 5마리 이상 잡아 뿌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김형국(48)씨는 다른 이유에서 이곳을 찾는다. 그도 30년 경력의 베테랑 낚시꾼이다. “한번 맛을 보면 자꾸 생각이 나는데, 바다낚시와는 다른 손맛이 있다.” 그가 칭송하는 매력은 묵직한 바닷가재가 낚싯줄을 물 때 쭉 끌고 가는 줄다리기에 있다. “줄을 끌고 가는 바닷가재를 확 낚아챌 때 그 맛은 환상”이라고 한다. 보통 민물이나 바다낚시에서는 찌가 위아래로 들어갔다 나왔다 하지 수조 벽을 타고 옆으로 달려가지 않는다. 김씨는 덤으로 가족 점수도 따간다. “잡은 랍스터를 가져가 가족과 같이 쪄 먹으면 가족 사랑이 쑥쑥 큰다”며 웃는다.

로브스터 전문 낚시터인 ’안성실내바다낚시터’를 찾은 이들은 낚시로 잡은 바닷가재를 현장에서 익혀 먹기도 한다. 박미향 기자
로브스터 전문 낚시터인 ’안성실내바다낚시터’를 찾은 이들은 낚시로 잡은 바닷가재를 현장에서 익혀 먹기도 한다. 박미향 기자

지난해 6월 이 낚시터를 연 이윤복(52) 대표는 “서해나 대부도 쪽의 낚시터에서 바닷가재 낚시가 성업 중”이라며 “부산, 해남 등 남쪽에도 서서히 생겨나고 더 문을 열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닷가재를 대량으로 사 와 끌어온 바닷물에 방류한 뒤 낚시꾼들이 잡도록 하는 원리는 같다. 다만 대부도 등의 유료 낚시터는 1만9834㎡~3만3057㎡(6000~1만평)의 야외 저수지인 데 반해 안성실내바다낚시터는 지붕이 있는 실내에서 낚시를 한다. 수조가 가로 5m, 세로 10m, 깊이 1.2m로 저수지보다 얕다.

이 대표는 “(저수지보다 수조가) 잡기가 더 수월하다. 매일 수조 청소를 해 바닷가재의 질이 좋은 편”이라고 자랑했다. 주말엔 평균 100여명이 이곳을 찾아 레저로 즐긴다. 미끼는 잘게 자른 오징어. 하루 4차례 입장 시간이 정해져 있고, 1차례 입장료는 6만원이다. 운이 좋으면 초보자도 3~4마리 잡는 것은 일도 아니라고 한다.

바닷가재찜. 박미향 기자
바닷가재찜. 박미향 기자

고급 식재료로 인식되는 바닷가재는 미국에서 차별보다 더 끔찍한 가난을 상징하는 먹거리였다. 대표적인 바닷가재 생산국인 미국에서는 17세기 농장 일꾼으로 취직한 이주민과 노예, 죄수들이 먹었다. 인디언이 밭에 비료로 썼던 바닷가재를 동정심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농장주들이 빵 대신 물과 함께 끼니로 던져줬다. 19세기 교통이 발달해 전국으로 매사추세츠주 등의 바닷가재가 퍼지면서 인기를 끌어 현재에 이르렀다. 반면 식문화가 발달한 유럽에서는 로마 때쯤부터 ‘사랑의 묘약’이라고 칭송받으며 귀족의 상에 올랐다.

국내에서 바닷가재는 2014년 현재 수입량이 세계 6위일 정도로 인기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바닷가재 수입량은 총 4524t으로 전년도 대비 17.1% 증가했다. 누리꾼들의 ‘랍스터’ 포스팅이 급상승한 때는 2015년 12월부터다. 구글 트렌드 분석표에 따르면 2015년 12월~2016년 1월, 2016년 12월에 가파르게 올랐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소비자들이 원거리 수산물을 선호하게 되면서 캐나다·미국 등에서 많이 나는 바닷가재가 ‘대체재’로 꼽히기 시작했다. 때마침 2015년부터 캐나다와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되고, 그 무렵 미국이 바닷가재 수출 가격을 내리면서 국내에 유통되는 바닷가재 가격도 덩달아 낮아진 게 랍스터 열풍의 원인으로 꼽힌다.

식문화의 변화도 한 이유다. 식도락에 눈을 뜬 이들이 과거 경험해보지 못한 맛을 찾기 시작했다. 세련된 랍스터롤이나 버거 전문점이 속속 ‘핫 플레이스’에 들어서면 ‘랍스터=트렌드’라는 공식이 성립했다. 여행길에 런던, 뉴욕 등의 인기 있는 랍스터롤 전문점에서 맛을 본 이들은 귀국해서도 그 맛을 잊지 않았다. 이 겨울, 찬 바람 부는 대한민국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랍스터로 혀가 따끈하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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