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닥’ 꼬리가 튀어올라야 싱싱하죠

끼니 2017.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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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경 요리사가 알려주는, 바닷가재 골라 집에서 요리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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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경 요리사가 만든 랍스터롤. 박미향 기자

‘혼밥’이 시대의 상징이 된 지 오래이나 끼니를 나눠 먹어야 진정한 ‘식구’(食口)가 된다는 진리는 변함이 없다. 낯선 이들과 ‘식구’가 되기를 꺼리지 않고 기꺼이 ‘소셜 다이닝’을 차리는 이들도 많다. 어쩌다 차린 밥상이 평소 경험하기 힘든 맛과 향을 뿜어내면 초대 손님들 사이에서 ‘스타 요리사’로 칭송받기 쉽다. 바닷가재(로브스터·랍스터)야말로 간편하게 조리해 근사한 한 상을 차리기에 더없이 좋은 식재료다. 고급 레스토랑에서나 맛볼 수 있는 요리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전문가가 아니라면 바닷가재 고르기부터 상차림까지 난감하다. 미국의 고급 레스토랑 ‘찰리파머’ 등에서 일하며 10년 넘게 수천마리의 바닷가재를 잡아 조리한 김세경(40) 셰프가 안내자로 나섰다.

바닷가재 고르기

“보통 레스토랑에서는 680~700g 정도의 바닷가재를 재료로 쓰는 편이죠.” 지난 2일, 노량진수산시장을 찾은 김씨는 바닷가재 무게부터 얘기했다. “조리하기도 먹기도 딱 좋은 무게”라는 게 이유였다. ‘복띵이수산’의 주인 박종권(42)씨는 500g~5㎏짜리 바닷가재 20~30마리가 느릿느릿 다니는 수족관에서 연신 바닷가재를 꺼내 보여줬다. 박씨가 건네는 바닷가재를 김씨는 한 손으로 들어 신선도를 가늠했다. “보기에 커도 들어보면 가벼운 바닷가재가 있다”며 “묵직한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그가 “가벼우면 살이 그만큼 적은 거죠. 수족관에 오래 있으면 자기 살을 파먹으며 버티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가 고른 바닷가재는 보기보다 묵직했다.

크기보다 묵직한 게 좋아
찌거나 소금물에 삶으면 간단
빵 사이에 채소·마요네즈 섞어넣으면
전문점 부럽지않은 ‘랍스터롤’

그가 머리의 아랫부분을 누르며 말했다. “내장이 있는 이 부위의 껍질이 단단해야 좋은 것입니다.” 생선과는 달리 색은 신선도를 가르는 조건이 아니라고 한다. 익히면 거의 붉은색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720g짜리 바닷가재를 그가 한 손으로 잡자 1초도 안 되어 꼬리가 머리 쪽으로 튀어 올라갔다. 신선한 생선이 파닥파닥한다면, 싱싱한 바닷가재는 꼬리가 튀어 오르고 8개의 다리가 물방울이 튈 정도로 버둥거린다.

배로 20일 걸려 도착하는 생물 바닷가재의 가격은 1㎏에 3만6000원, 냉동은 1만5000원이라고 박씨가 말했다. 박씨는 요즘 부쩍 바닷가재를 찾는 이들이 많다면서 대게보다 10~15%, 킹크랩보다는 25~30% 싼 가격이 큰 이유라고 했다. 그러자 “냉동 바닷가재로 요리할 땐 물기를 잘 빼야 맛이 난다”고 김씨가 설명을 더했다. “해동할 때 체에 올려 물기를 잘 빼고 손으로 조심스럽게 눌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세경 요리사가 질 좋은 랍스터를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에서 골라 들고 웃고 있다. 박미향 기자
김세경 요리사가 질 좋은 랍스터를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에서 골라 들고 웃고 있다. 박미향 기자

찌거나 삶아서 조리하기

“찜기에 찌거나, 소금을 약간 탄 물 혹은 바닷물에 삶아서 먹는 방법이 있죠. 꼬리는 회로 먹으면 별미입니다.” 김씨가 집에서 바닷가재를 먹는 가장 간단한 방법을 설명했다. 바닷가재는 부위별로 제대로 익는 시간이 다르다. 680g 기준으로 집게발은 6~7분, 몸통은 2분~2분30초면 익는다. 갑각류는 너무 오래 삶으면 살이 질겨져서 맛이 없다. 이 때문에 그는 “전문 요리사들은 집게, 몸통을 다 분리해서 찐다”면서도 “가정에서는 번거로우니 통째로 찌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다리는 굳이 시간을 재면서 익힐 필요가 없어요. 살도 거의 없어 된장찌개나 비스크(새우나 게 등을 삶아 만드는 수프)나 소스를 만들 때 넣으면 좋죠.” 다리나 껍질은 오븐에 구운 다음 향이 강한 술을 살짝 부어 비릿한 냄새를 날린다. 그것을 60분 이상 마치 사골육수 내듯 끓이면 해산물 요리의 맛을 돋우는 그윽한 육수가 탄생한다.

① 소금을 넣은 물에 랍스터를 삶는다. ② 삶은 랍스터 몸통을 가위로 자르고 벗긴다. ③ 껍질을 벗겨낸 삶은 랍스터. 박미향 기자
① 소금을 넣은 물에 랍스터를 삶는다. ② 삶은 랍스터 몸통을 가위로 자르고 벗긴다. ③ 껍질을 벗겨낸 삶은 랍스터. 박미향 기자


김씨가 메뉴를 컨설팅한 레스토랑으로 이동해 본격적으로 조리법을 알려줬다. 700g이 조금 넘는 바닷가재를 통째로 9~10분 삶았다. 물에 소금, 허브, 생강 등을 넣어 간과 향을 더했다. 이미 풍미가 충분하므로 특별히 소스는 곁들이지 않아도 좋다고 한다. 붉게 껍질이 변하자 그가 헝겊을 덮어 머리와 몸통, 집게발을 비틀어 쪼갰다. 달큰한 내장과 살내음이 확 풍겼다. 그가 까만 덩어리를 파냈다. “알입니다. 토치로 더 익혀 요리에 넣으면 맛나죠.” 머리는 양손으로 잡아당겨 껍질과 살을 분리했다. 살 속에 파묻힌 아가미는 “불순물이 많으니 버려야 한다”고 했다. 몸통은 칼면으로 살짝 누른 다음 눕혀서 가위로 가운데를 잘라 살을 발라냈다. “꼬리가 말려 올라가는 게 싫은 이들은 삶을 때 젓가락이나 이쑤시개를 박으면 좋다”고 한다. 가장 단단한 부위인 집게발은 칼로 가운데를 치더니 칼날을 박고 비튼 뒤에 살을 뽑아냈다.


랍스터롤 만들기


“식사 모임에서 만들기 쉬운 랍스터롤을 멋지게 차리면 칭찬이 쏟아집니다.” 그가 준비한 재료는 간단했다. 셀러리대 2줄, 양파 한 개, 쪽파 2줄, 레몬즙, 마요네즈, 소금, 후추, 허브가루, 파프리카파우더 조금이었다.

셀러리, 양파, 쪽파는 순서대로 먹기 좋게 자르고, 바닷가재 살도 도톰하게 잘라 같이 볼에 넣었다. 마요네즈를 넣어 무친 다음 레몬즙, 소금, 후추, 파프리카파우더로 간을 했다. 10분도 안 걸렸다. 그는 “중요한 것은 오히려 빵”이라며 “버터 함량이 높은 프랑스빵인 브리오슈나 모닝빵이 적당하다”고 한다.


그가 모닝빵의 양끝을 잘라 단면을 네모 모양으로 만든 다음 팬에 버터를 듬뿍 넣어 노릇노릇 지졌다. 구수한 색이 시야에 들어오자 그는 팬에서 빵을 꺼낸 뒤 그 사이를 가르고 속재료를 넣었다. 완성이다.


① 랍스터롤 재료를 준비한다. ② 랍스터롤의 재료인 샐러리, 양파, 쪽파를 잘게 자른다. ③ 껍질을 벗긴 랍스터 살을 자른다. 박미향 기자
① 랍스터롤 재료를 준비한다. ② 랍스터롤의 재료인 샐러리, 양파, 쪽파를 잘게 자른다. ③ 껍질을 벗긴 랍스터 살을 자른다. 박미향 기자

④ 잘게 자른 식재료들와 양념들을 섞는다. ⑤ 양면을 자른 모닝빵을 버터를 넣은 팬에 살짝 굽는다. ⑥ 잘 구운 빵 가운데를 자르고 속재료를 넣는다. 박미향 기자
④ 잘게 자른 식재료들와 양념들을 섞는다. ⑤ 양면을 자른 모닝빵을 버터를 넣은 팬에 살짝 굽는다. ⑥ 잘 구운 빵 가운데를 자르고 속재료를 넣는다. 박미향 기자


식탁에 그럴싸하게 차리는 것도 중요하다. 유명한 랍스터롤 전문점 뺨치게 꾸미면 친구들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이름이 해시태그 된 사진을 올릴 확률이 높다. 갈색 빵, 녹색 셀러리, 흰색 마요네즈, 마요네즈가 묻어 언뜻 분홍빛으로 보이는 바닷가재 살 등이 섞여 화려한 랍스터롤은 흰색 접시에 담으면 더욱 맛깔스럽게 보인다. 식욕을 떨어뜨리는 검은색이나 푸른색 접시는 안 쓰는 게 좋다. 접시 아래 까는 매트는 바닷가재가 익었을 때 나타나는 붉은색이 적당하다.


근사한 접시에 놓인 롤을 한 개 집어 먹었다. 빵을 씹을 때마다 마치 눈밭을 걷는 듯 사각사각한 소리가 났다. 아삭아삭한 셀러리와 뭉클거리는 바닷가재 살이 경쟁하듯 맛 자랑을 했다. 이들을 진한 버터 맛의 빵이 감싸안았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바닷가재 삶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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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0g 안팎: 6~7분
680g 안팎: 7~9분
910g 안팎: 10~12분
1.4㎏ 안팎: 12~13분
2.5㎏ 안팎: 18~20분


재료 |
바닷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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