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처럼 예쁜 한가위 음식···보기만 해도 침이 꼴깍

끼니 2017.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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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플라자’에서 ‘전국 12종가 내림음식 향연’ 펼쳐져
종가의 내림음식 명절 차례상에 오르면서 이어져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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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안동 의성 김씨 지촌 김방걸 종가’의 증편.

한가위에 가장 많이 먹는 음식은 송편이다. 반달을 닮은 송편은 지역마다 모양과 맛이 다르다. 그 종류도 매우 다양해 조상들의 재기발랄한 기질을 확인할 수 있다. 충청도 사람들은 주로 호박송편을 만들어 먹었다. 늙은 호박을 얇게 썰어 말린 후 가루를 낸 다음 멥쌀가루와 섞어 만드는 송편이다. 오색국화송편도 즐겨 빚었는데, 한 떨기 꽃처럼 모양이 예뻐 선뜻 집어 먹기가 주저될 정도다. 이름에 ‘국화’가 있지만 국화잎은 들어가지 않는다. 그저 모양이 국화를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참깨, 녹두, 오미자, 도토리, 당근, 늙은 호박 등을 멥쌀가루와 함께 반죽해 만든다. 경상도도 예쁜 모양새로는 뒤지지 않는다. 꽃 모양으로 빚어 망 깻잎(청미래 덩굴잎)을 깔고 찌는 꽃송편을 주로 먹었다. 육지 송편이 주로 반달 모양이라면 섬인 제주는 반죽 덩어리가 커 투박한 보름달처럼 생겼다.

잦은 태풍 등의 거친 환경을 친구 삼아 살아온 섬사람들의 성정이 담겨 있다. 전라도 사람들은 모싯잎송편을, 강원도 사람들은 도토리송편과 머슴쑥송편 등을 해 먹었다. 농사가 쉽지 않았던 강원도에선 도토리가루, 쑥가루 등이 재료였다. 같은 송편이지만 지역에 따라 모양이나 맛은 이렇게 천차만별이다. 송편조차 이러한데 차례상에 오르는 음식은 지역별로 또 얼마나 다를까. 오는 11월25일까지 서울시청 앞 호텔 ‘더 플라자’에서 진행하는 ‘전국 12종가 내림음식 향연’에서 살짝 엿볼 수 있다.

’경북 안동 의성김씨 학봉 김성일 종가’의 육전과 안동식혜.
’경북 안동 의성김씨 학봉 김성일 종가’의 육전과 안동식혜.

’경북 안동 진성 이씨 노송정 이계양 종가’의 정과 5종(우엉, 박꼬지, 약과, 콩, 감).
’경북 안동 진성 이씨 노송정 이계양 종가’의 정과 5종(우엉, 박꼬지, 약과, 콩, 감).
’충북 보은 보성 선씨 우당 선영홍 종가’의 민어전과 대추소박이.
’충북 보은 보성 선씨 우당 선영홍 종가’의 민어전과 대추소박이.
’경북 봉화 안동 권씨 충재 권벌 종가’의 상어 지짐(돔베기).
’경북 봉화 안동 권씨 충재 권벌 종가’의 상어 지짐(돔베기).

’경북 영덕 재령 이씨 갈암 이현일 종가’의 송이 산적과 문어 숙회.
’경북 영덕 재령 이씨 갈암 이현일 종가’의 송이 산적과 문어 숙회.

‘더 플라자’는 농촌진흥청과 공동으로 전국의 종가 12곳과 협약을 맺고 9월 초부터 호텔 안 레스토랑에서 종가 음식들을 선보이고 있다. 라승용 농촌진흥청장은 “종가 내림음식을 경험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농촌진흥청은 종가 음식 관련 책자도 발행할 예정이다. 이번 행사에 참여하는 종가는 전남 담양의 ‘장흥 고씨 학봉 고인후 종가’, 경북 영덕의 ‘재령 이씨 갈암 이현일 종가’, 경북 예천의 ‘안동 권씨 춘우재 권진 종가’, 경북 안동의 ‘진성 이씨 노송정 이계양 종가’와 ‘의성 김씨 지촌 김방걸 종가’, ‘의성 김씨 학봉 김성일 종가’와 경북 예천의 ‘예천 권씨 초간 권문해 종가’, 경북 봉화의 ‘안동 권씨 충재 권벌 종가’, 전남 나주의 ‘밀양 박씨 청재공파 박종 종가’, 충북 청주의 ‘문화 류씨 시랑공파 류정향 종가’, 경남 거창의 ‘초계 정씨 동계 정은 종가’, 충북 보은의 ‘보성 선씨 우당 선영홍 종가’ 등이다. 종가의 내림음식은 대대로 명절 차례상에 오르면서 이어져왔다.

’경남 거창 초계 정씨 동계 정온 종가’의 고추부각.
’경남 거창 초계 정씨 동계 정온 종가’의 고추부각.

’충북 청주 문화 류씨 시랑공파 류정항 종가’의 찹쌀부꾸미와 수수부꾸미.
’충북 청주 문화 류씨 시랑공파 류정항 종가’의 찹쌀부꾸미와 수수부꾸미.
’전남 나주 밀양 박씨 청재공파 박종 종가’의 홍어찜.
’전남 나주 밀양 박씨 청재공파 박종 종가’의 홍어찜.
’경북 예천 예천 권씨 초간 권문해 종가’의 한우육회.
’경북 예천 예천 권씨 초간 권문해 종가’의 한우육회.
’전남 담양 장흥 고씨 학봉 고인후 종가’의 민어탕과 죽로차.
’전남 담양 장흥 고씨 학봉 고인후 종가’의 민어탕과 죽로차.

’경북 예천 안동 권씨 춘우재 권진 종가’의 가지불고기.
’경북 예천 안동 권씨 춘우재 권진 종가’의 가지불고기.

종갓집 한가위 상에는 지역을 대표하는 식재료가 올라간다. 긴 세월 이어온 조리법은 현대인들에겐 낯설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어디 내놔도 손색없는 건강 음식들이다. 담양의 한 종가는 민어탕, 죽순전, 감으로 만든 장아찌 등을 선보이고 영덕의 종가는 문어소고기대게탕, 문어숙회 등을 낸다. 죽순은 담양을, 문어는 영덕을 대표하는 먹을거리다. 안동 권진 종가의 조동임 종부는 산나물콩가루국, 꿩물김치 등을 선보이는데, 콩가루는 본래 안동에선 국수에도 넣어 먹을 정도로 즐겨 먹었던 식재료다. 종가의 상차림을 눈으로 즐기다 보면 어느새 저절로 배가 불룩해지는 듯하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사진 더 플라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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