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메밀버무리와 꿩엿을 아시나요?

끼니 2017.10.16
조회수 3124 추천수 0
자연주의 건강 맛집
00501295_20170929.JPG
메밀꽃차롱의 ’꿩샤부샤부’

원매(1716~1797)는 중국 청나라 시대의 인물이다. 시인이었던 그를 후대의 사람들은 음식 사학자로도 기억한다. 그가 펴낸 고서적 <수원식단> 때문이다. 서른세살 때 부친이 사망하자 그는 관직을 사임하고 낡은 정원을 사들여 ‘수원’이라 이름 짓고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다.

평소 사람들과 교류하길 즐겼던 그는 초대받은 집의 음식이 맛있으면 반드시 요리사를 보내 배워 오게 했다. 40여년간 지속한 그의 음식 사랑이 360가지가 넘는 조리법을 담은 명저를 탄생시켰다. 그의 음식 철학은 투철했다. ‘요리사가 해서는 안 될 14계명’에는 ‘요리 이름만 번듯하게 지어서는 안 된다’ ‘요리를 미리 만들어 두면 안 된다’ 등이 꼼꼼히 적혀 있다. 무릇 사람의 몸에 들어가는 먹을거리를 만드는 이는 생각이 반듯해야 한다. 맛은 그다음이다. 제주에도 이런 신념을 가슴에 새기고 사는 식당 주인들이 있다. 이들의 맛이 궁금하다.

일통이반의 굴
일통이반의 굴

■ 해남이 굴 까는 횟집 ‘일통이반’

한국의 유명한 서양 요리사 오세득이 칭찬한 ‘일통이반’은 해녀가 아니라 ‘해남’이 주인인 횟집이다. 해남은 해녀처럼 물질로 딴 전복 등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이들이다. 해녀만큼 그 수가 많지는 않지만 명맥은 꾸준히 유지됐다. 자타공인 ‘대한민국 해남 1호’인 문정석(72)씨는 식재료에 대한 철학이 확고한 이다. 물질한 지 50년이 넘는 그는 자연산 전복, 보말 등 해산물을 채취하는 실력이 뛰어나다. 반드시 자기 손으로 딴 해산물을 판다.

대한민국 ’해남 1호’ 문정석씨.
대한민국 ’해남 1호’ 문정석씨.

‘해남이 하는 횟집’이라는 소문이 전국적으로 퍼지면서 찾는 이들이 많아 가게 안은 늘 손님들로 장사진을 친다. 그가 딴 해산물은 보기만 해도 바다를 통째로 가져다놓은 듯 침이 꼴깍 넘어간다. 본래 일본으로도 물질 원정을 갔는데,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져 그만뒀다. 이후 ‘일통이반’을 열고 정착했다. 굴·보말·전복 등 해산물이 신선하고 맛있다. 그가 직접 담그는 김치도 한번 맛보면 잊을 수가 없다. (주소: 제주시 중앙로2길 25 / 064-752-1029 / 성게 알 3만원, 묵어숙회 2만5000원, 왕보말 1만3000원 등)

’마라도에서 온 자장면집’의 짜장면.
’마라도에서 온 자장면집’의 짜장면.

■ 아토피 심한 우리 아이도 한 그릇 뚝딱 ‘마라도에서 온 자장면집’

차림표에 적힌 재료의 철학이 돋보이는 식당이다. ‘화학비료와 농약과 화학첨가물과 유전자조작작물(GMO)이 없는 성역’이라는 글귀는 건강한 먹을거리의 중요성을 깨달은 이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자녀가 아토피 등으로 고생하는 이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주인 류외향(44)씨가 남편과 운영하는 ‘마라도에서 온 자장면집’은 유명 맛집 소개 방송 프로그램에서 ‘착한 식당’으로 선정될 정도로 깨끗한 먹을거리를 추구하는 식당이다. 짜장면을 먹고 난 다음 어딘가 속이 더부룩하고 물을 자꾸 찾게 될 때가 더러 있는데, 이 식당의 짜장면은 그런 법이 없다. 짜장면과 짬뽕의 면은 우리 밀로 만들고 음식에 들어가는 채소도 제주산이다. 면의 색이 흑색인 점이 독특한데, 신선한 톳을 갈아 만든 가루를 섞어서이다.

주인 부부는 방송을 탄 뒤 사람들이 몰리면서 겪지 않아도 될 일을 경험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건강한 먹을거리를 밥상에 내겠다는 철학은 변함이 없다. 류씨는 “자연주의 맛이 사람과 지구를 살리는 길”이라고 말한다

(주소: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해안로 109 / 070-7539-7038 / 7000~1만2000원)

메밀꽃차롱의 꿩엿.
메밀꽃차롱의 꿩엿.

■ 건강한 제주 전통식 파는 ‘메밀꽃차롱’

돼지고기보다 꿩이 흔했던 섬이 제주다. 꿩은 가난했던 섬사람들의 주요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세련된 카페풍의 ‘메밀꽃차롱’은 ‘꿩 샤부샤부’를 파는 식당이다. 종이처럼 얇은 꿩 살은 쫄깃하다. 팔팔 끓는 육수에 푹푹 담가 익혀 먹으면 제아무리 많이 먹어도 속이 편하다. 고형훈(39)씨가 주인이다. 그는 제주 음식을 더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한다. ‘메밀버무리’와 꿩엿도 별미다. 꿩 살을 쪽쪽 찢어 조청과 섞어 만든다. (주소: 제주시 연오로 136 / 064-711-6841 / 9000~6만원)

글·사진 박미향 <한겨레> 음식문화 기자 ylpa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List of Articles

시원한 막국수도 먹고 돌돌 말아 파스타도 먹고!

  • 끼니
  • | 2018.06.22

고성막국수 박미향 기자 mh@hani.co.kr 한강은 어머니다. 차갑고 싸늘한 도시 서울을 품에 안고 온기를 불어넣는다. 사랑을 이제 시작한 이들에겐 최고의 데이트 장소를, 마음이 아픈 이들에겐 쉼터를 제공한다. 건강을 챙기려는 이들에겐 이만한 체육관도 없다. 한참 뛰고 달리다 보면 배가 고파지기 마련. 한강에서 5~10분 거리엔 맛집들이 넘쳐난다. 강서구의 지존, 고성막국수...

소머리국밥의 마술···속이 든든! 힘이 팡팡!

  • 끼니
  • | 2018.05.24

곤지암 일대 대표 먹거리 소머리국밥 '최미자' '골목집' '구일가든' 3총사 골프장 개장, 곤지암 나들목 개통 등 한몫 음식평론가 박정배 "서민 보양식으로 으뜸" ’골목집소머리국밥’. 박미향 기자 제주는 고기국수, 포항은 과메기와 물회, 나주는 곰탕. 지역마다 자랑하는 음식이 한 가지씩 있기 마련이다.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 일대도 예외는 아니다. 전국구로 내세우는 음식은...

미쉐린 스타 요리사 평양냉면집 낸 사연은?

  • 끼니
  • | 2018.05.24

평양냉면·곰탕 등 파는 평화옥 순희네빈대떡·가메골손만두·오뎅식당 등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맛집 대거 입성 쉐이크쉑 버거·일본 3대 우동 맛도 볼만 ‘평화옥’의 평양냉면. 박미향 기자 ‘공항서적’이란 게 있다. 좁은 비행기 안에서 대충 훑어봐도 될 만한, 비행기를 타기 전 짬 난 시간에 볼만한 책을 말한다. 여러 번 읽어도 도무지 실체가 파악 안 되는 경제서나, 삶의...

강릉, 신커피로드를 가다

  • 끼니
  • | 2018.03.12

강릉은 자타공인 커피의 도시다. 1980년대 후반 서울 혜화동과 안암동에서 커피숍 ‘보헤미안’을 운영했던 한국 커피 1세대 장인 박이추(68)씨가 2000년대 초반 강릉에 터를 잡으면서부터다. 2002년 문 연, 그리스 산토리니풍의 커피숍 ‘테라로사’의 인기도 한몫했다. 이들의 명성이 밑거름돼 강릉 안목해변엔 커피 거리가 조성돼 있다. 한때 커피 자판기 여러 대가 명물로 커피...

미쉐린 가이드 2018···가온·라연 ‘★★★’

  • 끼니
  • | 2017.12.20

<미쉐린 가이드 2018 서울> 별점을 받은 레스토랑의 요리사들이 <미쉐린 가이드> 인터내셔널 디렉터 마이클 엘리스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박미향 기자 광주요의 ‘가온’과 신라호텔의 한식당 ‘라연’이 지난해 이어 연속 <미쉐린 가이드> 별 3개를 받았다. 미쉐린코리아는 8일 오전 11시, 호텔 시그니엘 서울의 그랜드볼룸에서 <미쉐린 가이드 2018 서울> 발간을 발표하면서 ...

제주 메밀버무리와 꿩엿을 아시나요?

  • 끼니
  • | 2017.10.16

자연주의 건강 맛집 메밀꽃차롱의 ’꿩샤부샤부’ 원매(1716~1797)는 중국 청나라 시대의 인물이다. 시인이었던 그를 후대의 사람들은 음식 사학자로도 기억한다. 그가 펴낸 고서적 <수원식단> 때문이다. 서른세살 때 부친이 사망하자 그는 관직을 사임하고 낡은 정원을 사들여 ‘수원’이라 이름 짓고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다. 평소 사람들과 교류하길 즐겼던 그는 초대받은 집의 ...

꽃처럼 예쁜 한가위 음식···보기만 해도 침이 꼴깍

  • 끼니
  • | 2017.10.16

‘더 플라자’에서 ‘전국 12종가 내림음식 향연’ 펼쳐져 종가의 내림음식 명절 차례상에 오르면서 이어져 와 ’경북 안동 의성 김씨 지촌 김방걸 종가’의 증편. 한가위에 가장 많이 먹는 음식은 송편이다. 반달을 닮은 송편은 지역마다 모양과 맛이 다르다. 그 종류도 매우 다양해 조상들의 재기발랄한 기질을 확인할 수 있다. 충청도 사람들은 주로 호박송편을 만들어 먹었...

망치탕수육·숯불커피…‘신상 맛집’ 여기 다 있네

  • 끼니
  • | 2017.03.15

맛·멋·재미로 무장한 홍대입구역 6번 출구 일대 식당·카페들 서울 지하철 홍대입구역 6번 출구 앞은 봄기운이 완연하다. 역사 주변에 심은 앙상한 나무들이 기지개를 켜고 화려한 봄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주말이면 데이트 나선 연인들과 커다란 여행 가방을 끌고 다니는 외국인들이 거리를 메운다. 도시 여행자에게 맛난 한 끼는 필수다. 그들을 유혹하는 맛집도 하나둘씩 얼...

이런 식빵, 침이 고이네

  • 끼니
  • | 2017.02.16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입맛 사로잡은 서울의 식빵집들 교토마블의 ‘삼색식빵’. 박미향 기자 식빵은 본래 밥 문화인 한국에서 간식이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위상이 달라졌다. 식생활이 서구화되고 밥보다 빵을 찾는 이들이 늘면서 식빵이 ‘식사 빵’으로 자리잡고 있다. 종류도 다양해졌고, 식빵만 팔거나 식빵을 간판스타로 내세운 빵집들도 생겨났다. 1~2시간 줄 서는 것은...

시장에 가면 신선함도 있고, 가성비도 있고

  • 끼니
  • | 2017.02.09

저렴하게 바닷가재 먹을 수 있는 재래시장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맛 본 랍스터회. 박미향 기자 ‘재래시장은 옳다’. 이 문장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따지는 시대에 외식을 즐기는 이들이 입버릇처럼 쓰는 말이다. 높은 임대료의 압박, 터무니없는 권리금 횡포가 상대적으로 덜한 재래시장은 유명 상권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맛을 즐길 수 있는 게 매력이다. 최근 몇 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