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 요리사’가 찾아낸 ‘오래된 식당’의 장수 비결은?

끼니 2018.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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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포의 장사법’ 펴낸 박찬일 요리사

‘글 쓰는 요리사’ 박찬일씨.
‘글 쓰는 요리사’ 박찬일씨.

지난달 31일 ‘글 쓰는 요리사’ 박찬일(53)씨는 ‘2018 스페이스 오디티’ 행사에서 평양냉면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2018 스페이스 오디티’는 음악 분야의 일꾼들을 서로 연결해 콘텐츠를 제작하는 회사인 ‘스페이스 오디티’가 연 콘퍼런스다. 이 행사엔 패션, 음식,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이들이 참여했다. 그중에 ‘박찬일’도 있었다.

박찬일씨는 오지랖이 넓은 사람이다. 최근 그는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의 멘토가 되어 식당 운영의 기술 등을 지도하고 있다. 제주올레는 지난 5월 사회적 기업 오요리아시아와 ‘스타 셰프와 함께하는 내 식당 창업 프로젝트’를 설계하고 박씨를 청년들의 길잡이로 초대했다.

최근 <노포의 장사법>이란 책도 출간했다. ‘노포’는 오래된 식당을 말한다. 책은 30~4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식당을 찾아내 이 ‘밥장사의 신’들에 얽힌 얘기를 담았다. 노포를 찾기 위해 3년 가까이 발로 뛰었단다. 지난달 박씨를 그가 운영하는 식당 ‘광화문 몽로’에서 만났다.

- 오래된 식당에 집착하는 이유는?

“늙은 식당이 좋다. 뭐든 역사성이 있는 게 좋다. 난 옷도 새것을 잘 안 입고, 사람도 잘 사귀지 못한다. 오래된 식당에 가면 맛있고 마음이 편하다. 그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궁금해서 시작했다. 2년 전 쓴 <100년 식당>이 반응이 좋았는데 그 영향도 있다.”

- 책엔 정성과 노력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과거 생활용품은 박물관에 들어간다. 오래된 식당은 그 역사성에도 불구하고 보존이 어렵고 사라진다. 주인의 생생한 육성을 남기는 이가 없다. 내가 해보자 한 거다. 저술의 기초가 된 인터뷰 육성은 보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섭외가 어려워 많은 노력을 했다. 대부분 어르신이니 날 알 턱이 없다. 그저 자주 가서 밥 먹고 낮술 먹었다. 기자들 속어로 ‘뻗치기’ 한 거다. 여러 번 가니깐 정 때문에 허락해주더라.”

- 출간되고 재미있는 일은 없었나?

“어느 날 전화가 왔는데, ‘저 박원순입니다’ 하는 거다.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가 아니니 놀랐다. 서울의 문화유산을 복원하는 작업을 하는 중이라며 ‘고맙습니다’ 하더라. 노포를 서울의 자산으로 본 거다. 서울문화에 식당이 빠지면 뭐가 있겠나! 사람은 일주일에 최소 4~5끼를 식당에서 허기를 채운다. 그런데도 서울 지역의 노포는 100개도 안 된다.”

1980년대 이전 창업식당 소개 
‘밥장사의 신’ 소개 두번째 책
“서울지역 노포 100곳 미만” 
‘50년 종업원’ 있는 식당에 감동 
창업 멘토로 식당운영 지도도

- 박찬일식 노포 선정 기준이 있나? 일제 강점기엔 일본의 조미료 회사 아지노모토가 한반도의 판매 전진기지로 냉면집을 선택했을 정도로 많았다. 냉면 협회가 있을 정도였다. 이제 거의 없다. 그만큼 노포가 적다. 고르는 데 힘들었을 것 같다.

“최소 1980년대 이전에 문을 연 곳을 선택한다. 훌륭해야 한다. 1980년대 생긴 을지면옥이 냉면집 노포다. 일본은 500년 넘는 식당이 많다. 한국전쟁 등의 영향 때문에 우리에겐 노포가 적지만 한편으로는 문화의 차이도 있는 것 같다. 오래된 것에 대한 애정이 적다. 거기엔 노포도 포함된다. 그리고 밥 팔아 먹고사는 이를 천하게 여기는 경향도 있다. 자식에게 물려 줄 생각 안 한다. 그러니 사라지는 거다.”

- 노포 중에 인상에 남는 곳은? 이유는?

“다 뭉클했다. 주름이 가득한 단골들도 감동이었다. 조선옥이나 우래옥엔 80살이 넘은 직원도 있다. 40~50년 넘게 종업원으로 일한 이가 있는 노포는 감동이었다. 노포에겐 공통점이 있다. 다들 한결같고 겸손하다. 거래처를 오래 유지한다. 식재료의 가격을 깎지 않는다.”

- 최근 식당 주인 중엔 최저임금 인상으로 타격이 크다는 이가 있다.

“이윤이 줄거나 적자가 날 거다. 임금이 올라갔다고 사람들이 식당을 더 많이 찾진 않을 거다. 종업원을 줄이고 기계나 반조리 식품을 쓰는 이도 봤다. 나는 식당의 이윤이 줄어도 최저임금은 올려야 한다는 주의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다. 어떻게 흘러가나 지켜봐야 할 것 같다.”

- 제주올레의 청년 창업 프로젝트는 어떻게 하게 됐나?

“장사하는 노하우 등을 알려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젊은 친구들은 티브이 보고 요리사의 생활이 화려하다고 오해한다. 월급은 짜고 노동 강도는 세다. 하지만 장점도 있다. 직장은 해고, 사내 정치 등을 걱정하지만 요리사는 식당이 문을 닫아도 이직이 쉽다.”

- 지난 정권에서 요리사로는 유일하게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랐다. 사회적 활동을 굳이 왜 하느냐는 업계 시선도 있다.

“사람마다 다른 거 아니겠는가. 365일 장인처럼 자신의 가게를 지키는 이가 있는가 하면 나처럼 글 쓰는 이도 있는 거다. 요리사라고 종일 주방에서 요리만 해야 하나?”

- 계획은?

“안 세운다. 닥치면 하는 편이다”
“닥치면 하는” 이치곤 이뤄내는 게 많다. 지난 2월엔 중식당 ‘진진’에서 일본 나가사키현에서 초청한 짬뽕명인 하야시다 마사아키, 왕육성 중식 요리사와 ‘동아시아 짬뽕을 말하다’ 란 세미나도 열었고, 지난달 11~12일엔 일본 시마바라현의 수연소면 장인을 초청하기도 했다. “재밌잖아요”가 행사를 기획한 이유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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