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엔 있고 5월엔 없는 단 하나

박미향 2009.03.22
조회수 23430 추천수 0
[맛있는 만화] <절대미각 식탐정>의 티라미수
디저트 한 조각으로 흉악범 잡은 미각 ‘충만’한 탐정
달콤한 마스카르포네·은은한 리코타 당신의 선택은?

 
 
언제나 사랑이 문제다. 그 중에서 서로를 향하지 않는 에로스의 화살이 가장 무서운  재앙이다. 어떤 독화살보다 치명적이다. “한쪽은 시들어가는 12월, 또 한쪽은 한창 피어나는 5월” “12월이 5월을 사랑하는 것은 알겠지만 과연 5월이 12월에게 바라는 것은 뭘까?” 만화 <절대미각 식탐정>의 식탐정 다카노 세이야는 단호하게 말한다. 12월에는 있고 5월에는 없는 것은 크리스마스란다. 5월이 오로지 원하는 것은 크리스마스 선물(반짝이는 커다란 유산들)이다. <절대미각 식탐정>(테라사와 다이스케 작) 1권 첫 번째 편 ‘마스카르포네를 먹다’에는 이 몹쓸 사랑의 잔혹사가 등장한다.
 
아내를 살해한 사람은 남편의 옛사랑
 
절대미각식탐정1권 표지 copy.jpg젊은 아내 오오하시 노조미(5월)가 죽었다. 살해당했다. 나이 많은 남편 오오하시 노리야스(12월)가 범인을 잡아달라고 신고를 한다. 이때 식탐정 다카노 세이야가 짠하고 등장한다.
 
탐정도 그냥 탐정이 아니다. 식탐정이다.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먹을거리를 통해 흉악한 범인을 잡는 특이한 탐정이다.
 
범행 현장에 도착한 그는 오오하시 노리야스 집 냉장고부터 뒤진다. 대식가인 식탐정은 음식 앞에서는 자제력과 이성을 잃는다. 미친 듯이 그 집 냉장고 안에 있는 레드와인에 재운 쇠고기 안심살, 연어알을 얹은 연어 무스, 사과 소스에 조린 새우살, 화이트와인을 섞은 생크림소스 등을 먹어치운다. 꿀벌이라도 금세 날라 올만 한 산해진미다.
 
그는 날카로운 미각으로 살해현장과 주변 케이크 집도 뒤진다. 도대체 왜? 식탐정은 범인을 잡는다.
 
젋은 아내를 죽인 이는 근방에서 케이크 집을 운영하는 할머니다. 알고 보니 그녀는 오오하시 노리야스와 젊은 날 풋풋한 사랑을 나눈 이였다. 젊은 아내가 비만인 남편 오오하시 노리야스를 죽이기 위해 몸에 좋지 않은 얄팍한 음식을 쭉 먹이는 것을 알아채고 죽인 것이다. 식탐정이 이 사건을 해결한 열쇠는 티라미수였다. 폭신폭신한 디저트 한 조각 때문에 범인을 잡다니, 궁금하다.
 
티라미수는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디저트이다. 이탈리아 롬바르디아 지방에서 생산되는 치즈 마스카르포네치즈(Mascarpone Cheese)를 이용해서 만든다. 롬바르디아 지방이 속한 이탈리아 북부는 스위스와 인접하고 목장지대가 많아 버터나 크림 등 각종 질 좋은 유제품들이 많이 생산된다. 마스카포네치즈, 고르곤졸라, 그라나빠다노 등은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치즈들이다. 우리네 된장만큼 자주 사용되는 식재료이다.
 
식탐정의 예민한 미각은 노리야스 집의 티라미수가 달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이 집에 디저트를 팔고 있는 할머니는 노리야스의 건강을 염려해서 마스카포네치즈와 비슷한 맛이지만 유지방이 적은 리코타치즈(Ricotta Cheese)를 넣은 티라미수를 판 것이다.
 
조용한 사랑을 소리 없이 실천한 셈이다. 흑백의 종이 사이에 흐르는 두 가지 티라미수의 맛이 한없이 궁금해진다.
 
끝없는 사랑의 맛에 세포까지 ‘움찔 움찔’
 
Untitled-4 copy.jpg티라미수는 만들기 쉬운 디저트다. 커피집이나 제과점에서 흔히 만날 수 있다. 사서 먹는 티라미수는 살짝 딱딱한 느낌이 드는데 이것은 유럽 음식이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온 영향이다.
 
티라미수는 마스카르포네치즈에 달걀과 설탕, 생크림을 넣고 휘저은 다음 작은 그릇(컵 케이크를 만드는 그릇 같은 것)에 붓고 그 위에 스폰지 케이크나 카스테라, 혹은 비스켓 같은 것을 얹고는 에스프레소를 주르륵 따른다. 휘저은 재료를 다시 (처음 부은 것) 붓고 그 위 코코아 파우더를 살살 눈송이처럼 뿌리면 끝이다. 집에서 누구나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이탈리아 음식들이 대부분 짜기 때문에 디저트만큼은 아주 단 것을 만들어 먹었다. 디저트로 식탁의 균형을 잡았다.
 
티라미수는 많은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그 겉면의 짙은 색만 보면 벽돌 한 조각 같고, 그 옆면을 보면 스폰지 빵과 노란 치즈가 나란히 누워있는 꼴이기에 폭신한 이층 침대를 보는 듯하고, 그 빛나는 우윳빛 색 때문에 부드러운 옷감을 만지는 듯하다.
 
티라미수 앞에 서면 늘 나는 묘한 감정에 빠진다. 푹푹 발이 빠지는 겨울 설산이 접시에 황홀하게 우뚝 서있어 나는 이제 막 여행을 시작하는 방랑자처럼 가슴이 파르르 떨리고 세포가 들뜬다. 한 입 베어 먹을 요량으로 포크를 티라미수의 얇은 피부사이로 쑥 밀어 넣으면 치즈와 케이크가 마치 한라산 정상의 눈 같아 그 맛과 깊이에 폭폭 빠진다. 건져 올린 케이크의 파편이 까만 밤하늘에 딴 달처럼 황홀한 맛을 선사하고, 혀끝이 강아지 꼬리 흔들 듯 좌우 짧은 진동으로 움직여서 맛을 보면, 붉은 혀에 우윳빛이 점점 박힌다. 한마디로 바닥을 알 수 없는 단맛이다. 끝이 없는 사랑의 맛과 같다.
 
노리야스를 위한 리코타치즈가 들어간 티라미수는 어떤 맛일까? 묽다. 마치 우리네 콩비지 요리처럼 노란 우윳빛이 숟가락으로 뜨는 순간 부서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묽어지고 물기가 촉촉이 흐른다. 치즈와 빵의 구별이 없어지고 하나가 되어 죽처럼 부드럽다. 이가 나쁘거나 노인들에게 더없이 좋아 보인다. 그야말로 건강식이다.
 
마스카르포네 티라미수가 5월이라면 리코타 티라미수는 묽은 12월이다. 묽은 12월이 주는 은은한 맛이 있다. 당신은 어느 계절을 선택할 것인가?
 
 

 Untitled-5 copy.jpg<리코타티라미수>
 
 분량  2~3인분
 재료
 리코타치즈 120그램, 마스카르포네치즈 120그램, 설탕 4~5큰술
 진하게 탄 커피 1컵, 스폰지케익 약간, 코코아파우더 약간

 
  1.  볼에 리코타치즈와 마스카르포네치즈를 넣고 거품기로 잘 섞어 풀어준다.
 2.  여기에 설탕을 넣어 설탕이 고루 녹을 정도로 저어 티라미수크림을 만들어 둔다.
 3.  스폰지 케이크은 1센티 내외의 두께로 썬 다음, 티라미수를 만들 틀의 지름과 비슷한 크기로 잘라 준비한다.
 4.  티라미수를 만들 그릇에 준비한 스폰지 케이크를 깔아 준 다음 스폰지 케이크에 커피가 충분히 스며들도록 커피를 뿌려 준다.
 5.  그 위에 티라미수크림을 고루 얹고 다시 스폰지 케이크를 얹은 다음 커피를 뿌려 준다.
 6.  다시 그 위에 티라미수크림을 얹고 윗면을 깔끔하게 정리한다.
 7.  마지막으로 코코아파우더를 뿌려 완성한다.
 

Untitled-6 copy.jpg

마스카르포네치즈나 리코타치즈는 한국에서는 비싸고 쉽게 구하기도 힘들다. 대형 마트에 있는 필라델피아치즈나 크림치즈를 이용해도 맛의 큰 차이는 없다. 커피도 에스프레소를 만들기 힘들면 원두커피를 조금 진하게 만들어서 사용해도 좋다.
 


 

만화 <절대미각 식탐정>은 일본의 요리만화가로 유명한 테라사와 다이스케의 작품이다. ‘절대미각 식탐정’ 뿐만 아니라 유명한 ‘미스터 초밥왕’과 ‘미스터 맛짱’도 그의 작품이다.
 
1959년 생인 테라사와 다이스케는 1985년 <플래시 매거진>에 ‘이슈크’로 데뷔했다.
 
한국 요리에도 관심이 많아 자주 찾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의 초밥왕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요리사 안효주선생을 자신의 만화 ‘미스터 초밥왕’에 출연시키기도 했다. 한국의 초밥왕으로 유명한 안효주선생과의 만남은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남겼다.
 
‘미스터 초밥왕’ 등이 맛에 집중했다면 추리라는 형식을 빌려 쓴 ‘절대미각 식탐정’은 색다른 재미를 준다.
 
글·사진 박미향 <한겨레> 맛담당기자 mh@hani.co.kr
요리 강선옥(푸드 스타일리스트 http://www.cookinglasag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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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향 기자
한겨레신문에서 음식문화에 관한 다양한 기사를 쓰고 있다. 2000년에 직장인들의 야식을 주제로 한 연재물 '밤참'을 시작으로 먹을거리와 인연을 맺었다. <그곳에 가면 취하고 싶다>, <인생이 있는 식탁> 등 4권의 음식 관련 책을 냈다. MBC <여성시대> 등에 출연해 맛난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타고난 체력과 품 넓은 열정을 재산 삼아 맛과 이미지의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행복하게 만드는 음식문화 정착에 자신의 일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행복의 시작은 밥상이 출발이라고 믿는다.
이메일 : mh@hani.co.kr       트위터 : psols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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