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는 우정 남남은 사랑 ‘이성 재료 동성 맛’

박미향 2009.07.21
조회수 14094 추천수 0
<어제 뭐 먹었어?> 토마토참치국수
40대 ‘훈남’커플의 동화같은 사랑에 ‘배시시~’
아삭한 오이, 뭉클한 참치 만나 산뜻한 ‘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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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맛이 섞인  ‘토마토참치국수’는 마치 성격이 다른 이들이 만나 완성한 산뜻한 연애 같다. 성질은 다르지만 한 그릇에 들어가서 합쳐져서 온전한 음식을 세상에 선보인다. 아름답다. 차조기잎의 독특한 향은 ‘토마토참치국수’의 거부할 수 없는 결정적인 매력을 완성한다. 친근하면서도 이국적인 향이다.
 
난감하다. 영화 <해피투게더> <서양골동양과점 앤티크>, 미국 드라마 <퀴어 애즈 포크>를 보면 당황스럽다. 왜냐고? 이 세 작품은 모두 잘 생긴 남성 동성애자들이 주인공이다. ‘암컷’의 입장에서 보면 ‘먹잇감’들이 그만큼 줄어든 것이니 안타깝기 그지 없다. 더구나 그들이 대부분 잘 생기고, 이해심 많고 지적이며 여자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훈남’이라면 땅을 칠 일이다.  그들의 사랑을 보고 있자면 심경이 꽤나 복잡해진다.
 
사랑은 그 대상이 동성이든 이성이든 종잡을 수 없는 미로와 같다. 하지만 만화 <어제 뭐 먹었어?>(요시나가 후미 지음)에서 전개되는 사랑은 놀이터의 어린아이들처럼 해맑고 귀엽다. 배시시 혼자 웃게 만든다. 아마도 예술작품 같은 요리가 만화 안에 있기 때문이리라.
 
설명대로만 하면 ‘뚝딱’…요리 젬병도 어느새 요리사
 
만화 속 주인공 카케이 시로는 마흔세 살의 유능한 변호사다. 중년에 들어선 남자지만 ‘관리’를 잘해서 20대 청년만큼이나 멋지다. 그는 요리에도 탁월한 재주가 있다. 늘 일찍 집에 들어가 저녁식사를 준비한다. 여느 주부들과 다를 바 없다. 맛있는 요리를 해두면 그의 짝, 야부키 켄지가 들어와서 즐겁게 먹는다. 그는 41살의 남자 미용사다. 둘은 인생의 짝이다. 한마디로 게이커플이다. 둘의 사랑은 바이올린의 현처럼 섬세하고 호빵처럼 따끈하다. 콩닥콩닥 말싸움하는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그 속으로 들어가 주인공이 되고 싶어진다. 그들에게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랑’이 있다. 그 앙증맞은 장면에 푹 빠져 있다보면 어느새 카케이가 만든 요리가 등장한다.
 
그가 만든 요리들은 쉽고 간단하다. 그의 자세한 설명만 따라 가면 문외한이라도 쉽게 훌륭한 요리를 만들 수 있다. 작가 요시나가 후미의 요리들은 대부분 그렇다. 1권 2번째 에피소드에서는 주부 토미나가 카요코가 만든 초간단 요리가 등장한다. 그녀는 주인공 카케이에게 ‘토마토참치국수’를 만들어 대접한다.   
 
법대 나온 만화가, <슬램덩크> 패러디하기도 
 
너어제.jpg카케이와 토미나가는 문 닫기 직전 세일하는 슈퍼에서 처음 만났다. 수박을 반으로 나눠 가질려는 프로주부다운 면모가 통했다. 보는 순간 박장대소한다. 시장을 자주 다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한다. 수박 한통은 너무 크고, 안 사자니 싸고 먹음직스러워 탐이 나고. 남녀사이에 ‘토마토참치국수’로 깊은 우정이 생겼다.
 
작가 요시나가 후미(38)는 만화와는 연관이 없는 게이오 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만화 <서양골동양과점>이나 <어제 뭐 먹었어?>처럼 동성애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을 발표해서 남자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여성이다. 1994년 <달과 샌들>로 데뷔해서 <아이의 체온>, <사랑해야 하는 딸들>, <더 이상 말하지 마>등 많은 작품을 남겼다. 데뷔 전부터 <베르사이유의 장미>, <슬램덩크> 등을 패러디한 동인지를 낼 정도로 창의적이고 매력적인 작가다.
 
<어제 뭐 먹었어?>는 지난 2007년부터 출판사 고단샤의 청년 만화잡지 ‘모닝’에 연재하고 있는 작품이다. 요시나가 후미는 사랑의 본질을 휴머니즘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작가라는 평을 듣고 있다. 예사롭지 않은 소재조차 평범한 일상의 눈으로 그려서 감동을 준다. 
 
그는 비록 ‘남의 것’이지만 그의 요리는 ‘내 것’
 
‘토마토참치국수’는 잘 삶은 소면위에 캔 참치, 토마토, 오이, 차조기잎, 쪽파 등을 얻고 생강즙, 장국 등을 부어 먹는 요리다. 식재료 고유의 맛을 잘 살렸다. 아삭아삭 씹히는 오이가 한 여름 더위를 식혀준다. 오이 사이로 툭툭 튀어나오는 뭉클한 참치는 요리의 부드러움을 더한다.
 
여러 가지 맛이 섞인  ‘토마토참치국수’는 마치 성격이 다른 이들이 만나 완성한 산뜻한 연애 같다. 성질은 다르지만 한 그릇에 들어가서 합쳐져서 온전한 음식을 세상에 선보인다. 아름답다. 차조기잎의 독특한 향은 ‘토마토참치국수’의 거부할 수 없는 결정적인 매력을 완성한다. 친근하면서도 이국적인 향이다.
 
요리법에 등장하는 양하는 생소하다. 양하는 외떡잎식물 생강목 생강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모양은 양파와 비슷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전라도와 경상도에서 재배한다. 독특한 향 때문에 향신료도 사용하고 김치나 쌈, 나물로도 쓴다.
 
‘토마토참치국수’처럼 국수 위에 여러 가지를 얹어 먹는 요리는 일본에서 흔하다. 요리사 김정은씨는 “일본사람들은 면 위에 마즙이나 파, 마요네즈를 버무린 샐러드 등을 얹어먹는다”고 말한다. 만드는 법이 간단해서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많단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카케이가 만든 어떤 요리가 등장할까 기대된다. 현실에서 그를 ‘내 것’으로 할 수 없어 슬프지만 그의 요리만은 매일 밤 ‘내 속’으로 초대할 수 있다.
 
◎ 토마토 참치 국수(2인)
 
재료
소면 150g, 토마토 1개, 참치캔 100g, 마요네즈 4큰술, 오이 1/2개, 차조기잎 5장, 쪽파 4줄기, 생강즙 1큰술, 양파 1개, 국수장국(일본식 간장 1큰술+물 4큰술 혹은 기호 따라 물의 양을 조절한다.)이나 쯔유(일본식 간장) 1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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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드는 법

1. 토마토는 십자로 칼집을 내어 끓는 물에 살짝 데쳐 껍질을 벗겨 사방 1cm 크기로 깍둑썰기 한다.
2. 차조기잎, 오이와 양파를 곱게 채 썰다.
3. 참치 캔은 기름기를 제거 한 후 마요네즈와 섞어준다.
4. 소면은 삶아 찬물에 헹구어 체에 받쳐둔다.
5. 그릇에 소면을 담고 생강즙, 국수장국을 뿌리고 토마토, 오이, ③의 참치, 송송 썬 쪽파, 채 썬 시소(차조기잎)를 얹어낸다.
* 양하를 구하기 쉽지 않다면 양파를 추천한다. 국수장국 대신 쯔유 1큰술을 부어서 비빔국수를 만들어도 된다.
 
◎ 일본식 간장

 
재료
물 500ml, 양파 1/4개, 마른 표고버섯 2장, 다시마 10g, 가쓰오부시(A) 15g, 간장 400ml, 황설탕 150g, 정종 25ml, 미림 75ml, 가쓰오부시(B) 5g, 통후추 5알, 마른고추 1개
 
만드는 법
1. 냄비에 물, 양파, 마른표고버섯, 다시마를 넣고 중불에서 끓으면 가쓰오부시(A)를 넣는다.
2. 가쓰오부시가 가라앉으면 간장 ,황설탕, 정종, 미림을 넣고 중불에서 15분간 끓인 후 가쓰오부시(B), 통후추, 마른고추를 넣고 불을 끄고 그대로 식혀 걸러낸다.
 

글· 사진 박미향 <한겨레> 맛 담당기자 mh@hani.co.kr, 요리 김정은(배화여자대학 전통조리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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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향 기자
한겨레신문에서 음식문화에 관한 다양한 기사를 쓰고 있다. 2000년에 직장인들의 야식을 주제로 한 연재물 '밤참'을 시작으로 먹을거리와 인연을 맺었다. <그곳에 가면 취하고 싶다>, <인생이 있는 식탁> 등 4권의 음식 관련 책을 냈다. MBC <여성시대> 등에 출연해 맛난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타고난 체력과 품 넓은 열정을 재산 삼아 맛과 이미지의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행복하게 만드는 음식문화 정착에 자신의 일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행복의 시작은 밥상이 출발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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