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순례] 예장동 ‘산채집’
참기름 마늘 되도록 적게 넣어 풀향기 그대로
자글자글한 ‘과일소스 해산물볶음’ 안주 제격
집을 나설 때 어떤 신발을 고를까 고민한다. 하이힐, 굽 낮은 운동화, 스니커즈, 빨간색 구두, 장화 …. 그날그날의 신발에 따라 하루 종일 기분과 발걸음이 달라진다. 굽 낮은 운동화를 신으면 왠지 공을 차야 할 만큼 땅에서 통통 튄다. 비라도 오는 날이면 별 생각 없이 신은 빨간 구두가 우울하다. 날마다 나와 맞는 것을 신어야 하루가 편하다.
먹을거리도 마찬가지다. 계절이 바뀌면, 바뀐 철에 맞는 먹을거리를 찾게 되는 게 사람 마음이다. 그러면 봄에는 무슨 먹을거리가 제격일까? 뭐니 뭐니 해도 나물을 따라갈 게 없을 것 같다.
서울 중구 예장동에 있는 ‘산채집’은 봄나물 요리로 꽤나 유명한 곳이다. 남산을 등지고 있으면서 강한 풀내음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유혹한다. 일체의 화학조미료를 넣지 않고 양념도 적게 넣은 산채보쌈정식, 산채돌비빔밥 등 나물을 조물조물 비벼 만든 요리들이 이 집의 대표 메뉴들이다. 입안에서 나물의 제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참기름이나 마늘 같은 것들을 될수록 적게 넣는다.
풀내음 그윽한 남산 오르면, 그렇게 ‘봄날은 간다’
새콤한 맛을 내는 ‘과일소스 해산물볶음’은 이 집의 색다른 메뉴이다. 달콤한 맛이 나는 과일소스의 주 재료는 사과와 배, 귤이다. 여기에 채소까지 얹어 새우로 우린 육수에 넣고 졸이는데, 3시간이 지나면 고추장을 넣고 다시 3시간을 더 끓인다. 이렇게 6시간 동안 정성을 들여 낮은 불에서 졸여내면 과일소스가 완성된다. 술안주로도 제격이고, 맛이 달다보니 아이들도 좋아한다. 이 집의 또다른 메뉴인 꿀참쌈은 “꿀꿀이 돼지 하고 참나물을 함께 먹는다”는 뜻으로 만들었단다. 이 집 주방을 책임지는 주인 조남곤(38)씨의 말이다. 여기에도 역시 과일소스를 발랐다.
‘산채집’ 옆에 있는 서양식 레스토랑 ‘촛불1978’은 조씨의 사촌매형이 운영하는 집이다. 낭만적인 분위기 때문에 연인들이 자주 찾는단다.
입안과 배 속에 아삭한 나물을 채우고 운동화를 신은 것처럼 가볍게 남산으로 향하는 것은 어떨까. 봄날을 만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02)754-1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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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향 한겨레 맛전문기자 m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