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 노른자 ‘톡’, 시칠리아 갯내 ‘살짝’

박미향 2008.07.30
조회수 10981 추천수 0
[메뉴토크] ‘베네세레’의 비스마르크 피자
 
이탈리아 3년 유학·발품 ‘발효’ 끝에 선택
독일 철혈재상이 이탈리아 요리 이름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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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다 보면 대개 잊을 수 없는 한 두 가지 추억거리를 가슴에 담아 돌아온다. 지난해 가을 다녀온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에 딸려 있는 섬 판텔렐리아도 예외가 아니었다. 반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문득문득 그곳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잘 생긴 이탈리아 청년을 만나 사랑을 나눈 것도 아닌데 다시 가 보는 꿈을 꾸기도 한다. 무슨 연고인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탈리아 음식 탓인 듯하다. 지중해의 비릿한 냄새마저도 최고의 식재료로 사용하는 이탈리아 음식은 자연의 맛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 특징이다.
 
주 5일 근무제 이후 지난 몇 년새 외식 문화가 확산되면서 국내에서도 이젠 어렵지 않게 이탈리아레스토랑을 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탈리아 여행 때 느낀 그 기억을 되살려주는 집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이탈리아 남쪽 시칠리아의 음식엔 고기가 많지 않다. 목축업이 발달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이어서 식재료는 주로 해산물과 채소다. 요리의 색깔은 원색적이다. 특히 디저트가 그렇다. 인접한 스페인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원색적 색깔에 눈도 즐겁고 새콤달콤한 디저트로 입가심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는 ‘베네세레’(영어로 well being이라는 뜻)의 요리사 김상민(33)씨는 그 시칠리아의 맛을 서울 한복판에서 재현해내는 데 온힘을 쏟고 있다.
 
그는 이탈리아 밀라노의 요리학교 IPCA 출신이다. 학교생활 3년간 수업이 없는 날이면 이탈리아 전국을 돌아다니며 맛집들을 찾아 다녔다고 한다. 그런 발품을 들인 끝에 그가 선택한 것이 바로 시칠리아 요리. 그래서 그의 맛집 ‘베네세레’에는 시칠리아 요리가 가득하다. 이탈리아 하면 첫손에 꼽히는 요리는 뭐니 뭐니해도 피자다. 이 집에서도 피자는 인기품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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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에서 내세우는 피자는 뭐죠?

=‘비스마르크’ 피자입니다. ‘비스마르크’ 피자는 한 가운데에 달걀을 얹은 게 특징입니다. 밀가루 반죽을 펴서 토마토소스를 바르고 치즈와 프로슈토(돼지 뒷다리로 만든 이탈리아 햄)를 얹은 다음 반숙으로 익힌 달걀을 얹고 굽습니다. 완성된 피자 위에 노른자를 터뜨려서 먹는데, 찾는 손님이 많아요.
 
이탈리아요리 용어사전을 들춰보면, ‘비스마르크’란 일반적으로 아스파라거스, 피자 요리 등에 달걀 프라이를 올려 조리하거나 달걀 프라이를 곁들이는 풍의 요리를 일컫는 말이다. 우리에겐 ‘철혈재상’으로 잘 알려진 독일제국 초대 재상의 이름으로 더욱 친숙한 명칭이다. 둘 사이에 별다른 관련성은 없겠지만, 이름부터 왠지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
 
비스마르크 피자를 만드는 방법은 일반 피자와 별다를 게 없다. 반죽해서 발효시키고 손으로 밀어서 토핑해서 굽는다. 화덕 비슷한 오븐에서 굽는 시간은 4~5분 정도란다. 피자 위의 프로슈토는 시칠리아풍을 지향하는 ‘베네세레’답게 그 양이 적다.
 
피자 가장자리엔 붉은 띠가 둘러져 있다. 그 위에 얹혀진 노란 달걀이 숟가락의 힘에 눌려 터진다. 순간적으로 노른자의 밝은 기운이 흥건하게 퍼진다. 해풍이 가져다준 짠 듯한 맛이 납작하고 텁텁한 밀가루의 맛을 한순간 짜릿한 것으로 바꾼다. 피자를 한 입 물자 지난해 시칠리아 바닷가에서 맛본 밀가루의 우아한 풍미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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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로 나오는 ‘시칠리아 스타일의 레몬셔벳’과 스페셜 요리에 들어간 판체타(이탈리아 베이컨)도 이탈리아 본토의 맛을 내는 데 정성을 쏟은 것들이다. ‘시칠리아 스타일의 레몬셔벳’은 물, 레몬즙과 설탕과 레몬껍질, 생크림을 섞어 이틀 동안 냉장고에 숙성시켜 만드는데, 레몬향이 중요하다고 한다. 레몬의 신맛에 단맛이 입혀져 새콤하고 솜사탕처럼 달콤한 맛을 함께 느낄 수 있다.
 
판체타는 두 달 걸려 만든다. 돼지 삼겹살을 일주일간 소금에 절인 다음 하루 동안 흐르는 물에 소금기를 뺀 뒤 3일간 건조시키고 훈제한다. 향을 위해 훈제 땔감으로 참숯과 히커리(바비큐 요리에 땔감으로 사용되는 나무)를 사용한다.
 
재료 많지 않은데도 조금만 바꿔도 전혀 다른 요리에 반해
 
깔끔한 외모와 세련된 말솜씨를 자랑하는 김씨는 왜 하필 이탈리아요리를 배웠을까?
 
-이탈리아요리사가 꿈이었나요?
=원래는 일식 요리를 하고 싶었습니다. 식품영양학을 전공했죠. 군대를 다녀와서 청담동 ‘마두’라는 파스타 전문 요리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그때가 1999년이었습니다. 서양식 레스토랑이 많을 때가 아니었지요. 처음 파스타를 만났어요. 재료가 그리 많이 들어가지 않는데 요리가 되는 거예요. 재료를 조금만 바꿔도 완전히 다른 요리가 되는 거예요. 거기에 홀딱 반해버렸습니다.
 
-요리사 길에 들어선 건 언제였지요?
=1년 만에 ‘마두’에서 인정받아 요리사가 되었어요. 막내 요리사 생활을 짧게 한 편이지요. 일본요리책으로 서양요리 공부를 한 것이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당시는 일본 서양요리책 중에 훌륭한 것이 많았어요. 책을 사기 위해 일본을 간 적도 많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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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로 유학하게 된 동기는?
=조금씩 인정을 받을수록 불안했습니다. 한계가 느껴지고 진짜 피자와 파스타의 고향에서는 어떻게 요리를 하는지 알아보고 싶었지요. 요리학교 IPCA는 원하는 과목을 골라서 들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선택했습니다.
 
이 집의 비스마르크 피자 값은 한 판에 2만2천원(부가세 별도).  최근 들어 밀가루 값이 크게 올랐지만 예전 값을 그대로 받고 있다.  (02)3444-7122.

박미향 한겨레 맛전문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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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향 기자
한겨레신문에서 음식문화에 관한 다양한 기사를 쓰고 있다. 2000년에 직장인들의 야식을 주제로 한 연재물 '밤참'을 시작으로 먹을거리와 인연을 맺었다. <그곳에 가면 취하고 싶다>, <인생이 있는 식탁> 등 4권의 음식 관련 책을 냈다. MBC <여성시대> 등에 출연해 맛난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타고난 체력과 품 넓은 열정을 재산 삼아 맛과 이미지의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행복하게 만드는 음식문화 정착에 자신의 일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행복의 시작은 밥상이 출발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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