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 터지는 방울과 바삭바삭한 납작빵

박미향 2008.07.30
조회수 4548 추천수 0

[메뉴토크] 토마토구이·피자

 

산들바람과 화사한 거리풍경이 식탐 자극
유학파 같은 순토종 요리사의 ‘깔끔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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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빛 거리에서 곧잘 신발을 벗고 걷는다. 심지어 깨진 유리조각이 있는 아스팔트에서조차 순식간에 신발을 벗어던지는 용기를 내본다. 걱정스러워 하는 주변의 소리를 뒤로 한 채…. 자연의 소리에 조금이라도 더 다가가고 싶어서다. 아스팔트가 깔리기 전엔 분명 흙길이었을 것이다. 딱딱한 회색 아래 푸른 녹색이 숨쉬고 있지는 않을까!

삭막한 도시에서나마 바람의 속삭임을 들으면서 붉은 꽃을 친구삼아 맛난 것을 맛볼 수 있다면?

 
untitled-3_copy.jpg‘작은 테라스에서 음식을 먹는 동안 지나가는 순풍이 인사한다. 해가 지면 길 건너 유럽풍 레스토랑에서 화사한 옷을 걸친 아름다운 처자들이 파리지앵 같은 낭만적인 자태로 쏟아져 나온다. 반대편 골목에서는 별빛을 받아 나이트클럽의 야광티셔츠처럼 빛나는 하얀 와이셔츠 차림의 청년들이 어슬렁거린다.’

 

서울 방배동에 있는 피자전문점 ‘레드브릭’ 식탁에 앉으면 이런 풍경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이 풍경들을 한 바퀴 둘러보고 나면 독립영화처럼 가슴에 쫑긋하게 남는다. 이런 눈요기가 더해져서인지 이 집의 얇은 피자는 더 바삭한 느낌이다.

 

토마토 속에 치즈…씹는 순간 톡 터지고, 톡 쏘고

 

이 집의 주메뉴는 피자이지만, 차림표 속에서 눈에 확 들어온 건 ‘모차렐라치즈를 채워 화덕에 구운 토마토구이’라는, 아주 긴 이름의 메뉴였다. 식탁 위에 올라온 토마토구이는 모양부터가 머리에 리본처럼 꽂고 싶을 만큼 앙증맞다. 여느 피자집에서는 보기 힘든 메뉴다. 주인 고우현(43)씨에게 물어봤다.

 

- 어떤 요리인가요?

= 말 그대로 모차렐라 치즈를 방울토마토 안에 집어넣고 화덕에 굽습니다. 다 익은 토마토 위에 블랙 올리브나 마늘 칩 등을 올리죠. 뭘 올리느냐에 따라 맛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한 접시에 12개가 나와요.

 

씹는 순간 토마토 껍질이 톡 터진다. 상큼한 즙 사이로 익은 치즈의 덩어리감이 느껴진다. 매콤한 마늘 칩은 톡 쏘는 맛을 제공한다.

 

‘곱게 화장한 누이 얼굴’ 연상시키는 포모도로 피자

 

차림표에서 눈에 띄는 피자는‘포모도로 스페셜 피자’다. 이탈리아어로 토마토가 포모도로란다. 이 역시 흔치 않은 메뉴다. 빵은 바삭바삭한 크래커 같아 부서지는 맛이 있다. 얇은 빵은 찹쌀떡처럼 쫄깃하고 토핑은 토마토와 치즈, 얇게 썬 루꼴라다. 곱게 화장한 누이의 얼굴처럼 곱다.

 

- 어떤 피자죠?

= 밀가루는 48시간 저온 숙성해 씁니다. 이렇게 하면 먹을 때 이스트 냄새가 없어요. 피자는 어떤 것으로 토핑하느냐에 따라 구분하는데 ‘포모도로 스페셜 피자’는 카프레제 샐러드를 토핑합니다. 날토마토와 모차렐라 치즈와 야채를 섞은 샐러드입니다. 저희 집에선 야채로 루꼴라를 씁니다. 토핑 위엔 발사믹크림을 뿌려요. 발사믹크림은 와인을 이용해서 만든 식초인데 끓여서 걸쭉하게 만들어 사용합니다.

 

(피자와 함께 나오는 무와 피클의 색깔이 무척 예쁘다. 무는 와인에 절여서 붉고, 피클은 짙은 녹색이다. 피자는 혼자 모두 먹어치울 만큼 식탐을 자극한다. 시큼한 발사믹크림 때문에 이반 파블로프(조건반사 연구로 유명한 과학자)의 개가 된 느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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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키모 집 모양의 벽돌화덕, 유럽여행중 힌트 얻어

 

레드브릭의 피자는 두께가 0.4cm도 안되는 ‘씬 피자’(피자 빵이 얇은 것)다. 참나무로 불을 지피는 화덕에서 굽는다. 주인 고씨가 유럽 여행 중 본 벽돌 화덕을 본떠 만들었다고 한다. 

 

- 화덕 크기가 궁금해요.

= 들머리는 가로 1미터 정도이고 전체 모양은 에스키모 집 같지요. 들머리보다 화덕 안쪽이 넓습니다. 바닥은 이탈리아 수입 돌을 깔았고 그 위에 모래 같은 흙을 덮었습니다. 단열재로 벽돌을 사용합니다. 화덕이 그리 크지 않아 피자가 나오는 시간이 조금 걸리지요. 하지만 구워져 나온 빵에는 참나무 향이 진하게 배어 있습니다.

 

요즘 이탈리아 요리를 ‘좀 한다’는 소리가 들리는  집은 ‘유학’이란 명패를 단 곳이 많다. 프랑스니 이탈리아니, 몇 년을 어떤 학교에서 누구 아래서 칼을 잡았느니 하는 소리들 말이다. 깔끔한 맛과 단아한 고씨의 외모 때문에 ‘유학파’가 아닌가 했다.

 

“6개월 동안 제과제빵기술을 배웠고 우리나라 요리학교와 피자스쿨을 다닌 정도가 전부입니다. 레스토랑을 준비하면서 열흘 정도 유럽을 여행했었는데 독일에서 마음에 드는 집을 만났습니다. 그 집은 오픈 부엌이었고 격식도 별로 차리지 않은 소박한 곳이었습니다. 그 집처럼 만들고 싶었지요.”

 

“정성 쏟으려면 주인도 쉬어야” 월요일은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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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씨가 요리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년 전이다. 군대를 마치고 아버지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일을 도왔다. 어릴 때부터 먹는 것, 요리하는 것을 좋아했더랬다. IMF 환란 때 아버지의 레스토랑은 문을 닫았다. 아버지는 재기를 꿈꿨지만 쉽지 않았다. 2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아버지 곁을 지킨 그는 자신의 레스토랑을 만들 결심을 했다. 그 결심을 따라 체계적으로 배워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타고난 미감과 공부에 대한 열의는 고씨만의 요리들을 만들었다. “아직 실력은 보잘것없습니다. 손님들이 맛있다고 말해주니 너무 감사할 뿐입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고씨의 꿈은 뭘까? “맛을 아는 이들이 찾아와서 인정하는 집이 되고 싶습니다. 앞으로 더 노력할 생각입니다. 새로운 피자와 파스타를 계속 만들 생각입니다.”

 

월요일은 쉰다. 이유는 “손님에게 정성을 쏟으려면 주인도 너무 힘들면 안 되기 때문”이다. 점심에는 주변 회사원들을 위해 2인용 피자, 파스타, 음료 3잔을 세트로 한 1만9천원짜리 메뉴가 있다. 피자는 1만~2만원, 파스타는 9천~1만2천원이다. 샐러드와 치즈는 각각 1천~1만7천이다. (02)591-7878

 

글·사진 박미향 한겨레 맛전문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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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향 기자
한겨레신문에서 음식문화에 관한 다양한 기사를 쓰고 있다. 2000년에 직장인들의 야식을 주제로 한 연재물 '밤참'을 시작으로 먹을거리와 인연을 맺었다. <그곳에 가면 취하고 싶다>, <인생이 있는 식탁> 등 4권의 음식 관련 책을 냈다. MBC <여성시대> 등에 출연해 맛난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타고난 체력과 품 넓은 열정을 재산 삼아 맛과 이미지의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행복하게 만드는 음식문화 정착에 자신의 일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행복의 시작은 밥상이 출발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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