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고 볶고 삶은 것과 날것 다 섞인 ‘미지의 동굴’

박미향 2008.07.30
조회수 4633 추천수 0

[메뉴토크] ‘새우 앤 고기 부리또’

 

군대에서 그토록 간절했던 음식 “그래 이거야!”
디자인 전공자 답게 ‘디지털 유목민’ 인테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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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배낭을 짊어진 노랑머리 외국인이 들어선다. 바에 앉아 커다란 부리토를 주문한다. 20대 처자들이 조잘조잘 자신이 다녀온 여행지에 대해 수다를 떤다. 서초동 맥시코 캐주얼 음식점 '도스 타코스'는 낯선 곳에서 온 이들과 어디론가 떠날 사람들로 가득하다. 타코를 한 입 베어 먹을 때마다 우주정거장에 잠시 머물면서 자신의 사명을 점검하는 제다이 용사가 되는 느낌이다. 문득 북적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홀로그램처럼 잃어버렸던 지난날 꿈도 떠오른다.

 

17살 때 홀로 미국 건너가서 처음 먹었던 추억의 음식

 

주인 박성준(32)씨는 멕시코 음식 중에서 가볍고 비교적 싼 것들만 골라 차림표를 만들었다. 그가 멕시코 음식에 반해 식당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군대에서였다.

 

"다른 사병들은 순대나 자장면 같은 음식을 그리워했는데 저는 멕시코 음식만 간절하게 생각났습니다." 군대시절 그리운 어머니의 음식이 그에게는 멕시코 음식이었다.

 

17살 때 미국으로 홀로 건너가서 처음 먹은 음식이 타코(옥수수 가루로 만든 또띠아에 각종 음식을 싸 먹는 멕시코 음식)였기 때문이다. 자신의 집에서 자주 만들어 먹었던 것도 타코였다.

 

그가 만든 '새우 앤 고기 부리또'를 주문했다. 부리토는 콩과 고기를 잘 버무려서 또띠아에 싸먹는 요리인데 '새우 앤 고기 부리또'에는 김씨의 아이디어로 색다른 재료들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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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우 앤 고기 부리또'안에 무엇이 들어갔나요?
= 멕시코에서는 모짜렐라 치즈를 많이 넣는데 저는 체다치즈를 넣었어요. 치즈향이 강한 게 좋아서입니다. 그밖에도 멕시코 향료가 들어간 볶음밥, 고기, 삶은 새우, 아보카도, 팔라페용(멕시코 절인 고추)과 각종 야채, 토마토, 치커리, 적채, 양상추, 양배추, 고수 등이 들어갑니다.

 

부산 마산 등 전국 돌며 음식점 순례 ‘멕시코 프로젝트’

 

그야말로 찐 것, 볶은 것, 삶은 것, 날것이 다 들어간 요리이다. "멕시코에서는 팔라페용은 반찬처럼 먹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렇게 드리니깐 잘 안드시더라구요, 그래서 안에 넣었습니다"고 김씨가 말한다.

 

얇은 또띠아(옥수수가루나 밀가루로 얇게 빚은 전병으로 만두피 같은 모양의 음식)에 형형색색 무지개가 춤춘다. 기름진 대지가 입 안을 가득 메운 듯하다. 팔뚝만한 부리토를 먹는 동안 마치 미지의 동굴을 탐험하는 것처럼 한 입 한 입 베어 먹을 때마다 느낌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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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토를 튀기거나 찌거나 구워먹는 '치미창가'의 맛은 또 어떨까. 우선 이 집의 '치미창가'는 튀긴 부리토다. 또 다른 멕시코 음식점과 달리 이곳의 '치미창가'는 큰 덩어리가 아니고 작은 네 조각이다. 사람들이 먹기 좋은 크기로 만든 것이란다. 그래서 '미니'란 글자가 차림표에 작게 붙어있다.

 

- 어떻게 만드시는지요?
= 또띠아(전병)에 치즈, 볶음밥, 고기를 넣고 말아요. 기름에 튀기지요. 그 위에 야채, 토마토, 올리브 등을 얹어요.

 

만드는 법은 꽤 간단해 보인다. 하지만 군대를 마치고 스스로 '멕시코 프로젝트'라고 이름붙인 이 일을 성사시키기 위해서 그는 무척이나 애를 썼다. 열 곳이 넘는 멕시코 음식점을 수시로 다녔고 부산이나 마산 등 지방에 있는 멕시코 음식점도 섭렵했다. 한 번 가면 그 음식점에 대해 통달하기 위해 네 가지 이상 요리를 주문해서 먹는 것은 기본이었다. 홍대 앞 멕시코 음식점에서 일도 했었다.

 

음식점 이름에 2라는 뜻의 ‘도스’를 넣은 이유

 
untitled-4_copy.jpg그는 스스로 선택한 군대에서 '멕시코 프로젝트'를 만들었을 뿐 아니라 인생에서 소중한 것들을 배웠단다. 미국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군대 가기 전에 두려움 없이 맘껏 하고 싶은 것을 다했습니다. 여행, 사랑, 그림, 음악 등 어느 날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나'에 대한 불만이 차곡차곡 쌓였지요." 그가 군대를 인생에서 선택한 이유였다.

 

도스 타코스는 '2'란 숫자와 '타코스'의 합성이다. 멕시코 음식을 아는 이는 이름을 보고 타코가 두 개가 나온다고 생각하는 이도 있었다는데, 김씨가 이런 이름을 지은 이유는 이렇다. "한 개의 타코 안에 정성과 맛을 듬뿍 넣어 두 배의 가치가 있는 타코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란다.

 

디자인을 전공한 이답게 그의 가게에는 디지털시대 유목민들의 취향에 맞는 멋진 인테리어가 벽을 차지하고 있다. "초록, 주황, 빨강 등 멕시코 색을 유지하면서 부드러운 분위기를 창출하려고 흰색을 섞었다"고 말한다.

 

도스 타코스에서 제이슨 므라즈의 노래 <아임 유어즈>가 흘러나온다. 그 노래를 따라 나도 유목민이 되어 노래 가사 속 '당신'(사랑하는 이든, 잃어버린 꿈이든, 역사적 사명이든)을 찾아 나서고 싶다. (02)593-5904 (타코 3천원~3700원, 케사디야 4900원~5500원, 부리토 6천원~9천원 등)
  

글·사진 박미향 한겨레 맛전문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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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향 기자
한겨레신문에서 음식문화에 관한 다양한 기사를 쓰고 있다. 2000년에 직장인들의 야식을 주제로 한 연재물 '밤참'을 시작으로 먹을거리와 인연을 맺었다. <그곳에 가면 취하고 싶다>, <인생이 있는 식탁> 등 4권의 음식 관련 책을 냈다. MBC <여성시대> 등에 출연해 맛난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타고난 체력과 품 넓은 열정을 재산 삼아 맛과 이미지의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행복하게 만드는 음식문화 정착에 자신의 일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행복의 시작은 밥상이 출발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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