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판 가로수길, 있을 건 다 있다

박미향 2008.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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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순례] 도쿄 다이칸야마

 

오밀조밀 신기한 옷집 눈요기하다보면 ‘꼬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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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소리가 잦아든다. 여름이 떠난다. 서울 강남 압구정동 현대고등학교 맞은편 골목에서 시작하는 가로수길의 무성한 잎들도 가을 채비를 한다. 지난 몇 년간 서울 뚜벅이 여행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었던 곳이 가로수길이다. 황량한 도시에서 길 양옆에 늘어진 푸른 녹색은 회색빛 거리를 바꿔놓았다. 그 거리에는 독특한 커피집, 브런치 식당, 샌드위치집, 소박한 와인바, 이탈리아레스토랑까지 다양한 먹을거리와 작은 옷가게, 희한한 장난감 가게 등이 있다.

 

4~5년 전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2002년부터 와인바 ‘빈앤빈’을 운영했던 이 동네 토박이 장진호(36)씨는 이 곳 변화의 이유를 “뉴욕의 소호거리, 일본의 다이칸야마 등에서 살았던 유학생들이 돌아와서 이곳에서 그때를 추억하면 비슷한 것들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뉴욕의 소호거리는 많은 여행객들에게 익히 알려졌고 국내에도 책자가 많이 나왔다.

 

관광 명소로 삼삼오오 수다 떨고 사진 찍고

 

일본의 도쿄 다이칸야마 거리가 궁금해진다. 지난 7월 그곳을 찾았다. 맛에 대한 호기심이 솟구쳤다.

 

다이칸야마는 시부야역에서 멀지 않다. 버스를 타면 채 20분을 넘지 않는다. 시부야역에서 다이칸야마 거리를 오가는 버스도 운행하고 있다. 일본 지하철 히비야선 에비스역이나 도큐도요코선 다이칸야마역에서 내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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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을 빠져나와 처음 눈에 띄는 것은 시계를 보면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약속장소로 사랑받고 있음이 확실하다. 역 앞은 가로수길처럼 길게 도로가 뻗어있지는 않다. 조금 걸어서 골목을 빠져나와야 가로수길처럼 쭉 뻗은 길을 발견한다. 이 거리로 관광 온 일본인들도 눈에 띈다. 삼삼오오 예쁜 가게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

 

역 앞에 있는 <머메이드 카페>(MERMAID CAFE, 03-6415-3227)는 빵과 차를 파는 곳이다. 샌드위치는 약 480~600엔이고 빵은 120~210엔 정도다. 깔끔한 테이블에 여자들이 수다를 떨고 있다. 빵은 우리네 찰떡처럼 쫄깃하고 홀딱 반할 만큼 맛있다. 커피 값은 270~300엔 정도인데 쓴 듯 단 듯 고소하다. 오븐이 한 번씩 열릴 때마다 빵 향기가 코끝을 찌른다.

 

길을 건너 큼직한 회색의 낮은 빌딩을 따라 걷다보면 2층 <수루가>(SURUGA, 03-3464-3055)가 눈에 띈다. 가정식 밥상인데 가벼운 점심 식사로 제격이다. 밥과 반찬이 짜지 않고 소박한 건강식이다. 자연의 향기가 난다. 점심세트는 약 980엔 정도, 차는 480~680엔정도다. 이곳에서 만든 차를 400엔에 팔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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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긋불긋 옷집들 사이사이로 콕콕 박힌 맛집들

 

신기한 옷가게들을 구경하면서 길을 걷다보면 허기가 진다. 옷들은 세련되고 특이한 디자인이 많아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만 가격은 우리나라 유명브랜드 가격만큼 비싼 편이다.

 

이때 눈에 들어온 맛집은 일본식 문짝을 달고 있는 <스에젠(末ぜん)>이다. 전통의 냄새가 코끝을 잡아챈다. 참치회와 구운 꽁치가 반찬처럼 나온다. 일본 전통 가정식요리다. 참치회는 충분히 숙성되어 감칠맛이 난다. 가격은 900~1100엔 정도인데 차림표에 다양한 요리들이 즐비하다. 이곳은 카드를 받지 않기 때문에 꼭 현금을 준비해야 한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오후 6시부터 저녁 9시까지 영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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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길처럼 노천에서 먹는 기분을 느끼려면 <체즈 루이>(CHEG LUI, 03-5428-6448)를 가보라. 빵과 커피를 마시면서 마치 파리지앵이 된 느낌을 느껴보라. 

 

우리나라 가로수길보다 옷집이 많아 보인다. 울긋불긋한 옷집들 사이에 박힌 맛집들이 더 돋보인다. 그 맛들을 다 돌아보지 못하고 순례를 마쳤다. 아쉬움을 그리움으로 만들어 다른 날 다시 찾을 것을 기약하고 비행기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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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박미향 <한겨레> 맛전문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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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향 기자
한겨레신문에서 음식문화에 관한 다양한 기사를 쓰고 있다. 2000년에 직장인들의 야식을 주제로 한 연재물 '밤참'을 시작으로 먹을거리와 인연을 맺었다. <그곳에 가면 취하고 싶다>, <인생이 있는 식탁> 등 4권의 음식 관련 책을 냈다. MBC <여성시대> 등에 출연해 맛난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타고난 체력과 품 넓은 열정을 재산 삼아 맛과 이미지의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행복하게 만드는 음식문화 정착에 자신의 일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행복의 시작은 밥상이 출발이라고 믿는다.
이메일 : mh@hani.co.kr       트위터 : psols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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