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타이밍, 와인도 타이밍

박미향 2009.02.12
조회수 7897 추천수 0
로보(LOVO)
취향따라 와인·칵테일 맛볼 수 있어 젊은층에 ‘딱’
‘듣는 즐거움’ 선사할 뮤지션의 라이브 공연 예정

 
 
박미향-로보-바-1-on copy.jpg사랑은 영원한 인생사 주제다. 세계적인 화가나 소설가, 음악가 등 창조의 세계에서 발을 딛고 있는 그 누구라도 사랑은 자신의 시간 속에서 놓칠 수 없는 훌륭한 재료다. 그 독특한 재료를 사용해서 지구에 없는 것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눈물과 감동을 선사한다.
 
평범한 우리들은 어떠한가? 그 누구의 삶에도 한번쯤은 자신을 송두리째 흔들어버리는 사랑이 찾아오는 법이다. 소심해서 꾸물거리거나 자신만만한 호기를 부리다가 놓쳐버리고는 ‘다시 오겠지’ 하고 위로를 하는 이도 있지만 사랑은 서울역에 도착하는 기차가 아니다. 하늘과 땅이 허락한 그 짧은 순간(타이밍)을 놓치면 절대로 다시 만날 수 없다. 우리 삶에 갑자기 들이닥친 사랑을 창조적인 화가처럼 잘 사용해야만 내 인생도 예술작품이 된다.
 


와인과 사랑에 빠져 주류아티스트가 된 그래픽디자이너
 
홍익대 맞은편 놀이터 근처에 있는 와인바 <로보>(LOVO)는 ‘러브’(LOVE)에서 시작했다. 주인 최동녁(37)씨는 자연스럽게 ‘러브’(LOVE)가 생각나게 만드는 ‘로보’의 어감이 좋아서 와인바 이름을 ‘로보’로 정했다고 말한다.
 
2003년 11월에 문을 연 이곳은 처음에는 칵테일만을 만들어 파는 곳이었다. 5년 전 ‘야간 주류문화’ 세계에서 쿠바 칵테일 모지토(모히토, MOJITO)는 낯선 술이었다. 최씨가 적극적으로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선사했다고 한다. 그의 철학은 “로보만의 칵테일 요리법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다. 어쩌면 그는 주류 아티스트일지 모른다.
 
그 아티스트가 조금씩 와인을 사랑하게 되면서 몇 년 전부터 차림표에 와인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Untitled-1 copy.jpg그는 <로보>를 만들기 전에 그래픽디자이너로 활동했었다. 한양대 영화연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유학길에서 디자인으로 전공을 바꾼 후 한국에서 그래픽디자이너로 활동했다. 특히 그는 공간에 대한 애정이 많다. 그런 이유로 <로보>는 갖가지 예술적인 것들로 꽉 차 있다. 건물은 한국의 유명한 건축가 승효상씨가 디자인했고, 의자와 소파 등 <로보>의 풍경은 ‘엑스와이제트’(XYZ. 홍익대에서 활동하는 디자인그룹)가 만들었다. 갈색 녹슨 철문과 지하로 이어지는 회색 계단은 세기말적인 분위기를 풍기지만 그 안으로 들어서면 마지막 탈출에 성공해서 고향에 안착한 외계인처럼 안도감이 든다.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와인 책장은 뚜벅뚜벅 걸어가서 한 병 냅다 집어 들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와인 병 위로 뽀얗게 쌓인 먼지도 친근하다.
 
지하 창고 같은 서늘한 공간에서 흐느적거리는 재즈음악을 듣고 사랑하는 그와 와인 잔을 부딪치고 밀담을 나누면 얼마나 좋을까! 서늘함은 사라지고 빨간 와인이 선사하는 몽롱한 사랑의 떨림만이 남을 것이다.
 
와인 섞은 칵테일은 의 또 다른 매력
 
최씨가 고른 와인들은 이곳 칵테일 매니저와 여러 병을 테이스팅해서 정한 것이다.
 
그는 자의반 타의반 “오랫동안 술을 좋아해서” 술 맛에 관해선 남다른 감별능력이 있다고 자부한다.  하루 종일 와인만 마셔서 저녁 때는 입안이 얼얼한 적도 많았단다.
 
그가 고른 와인은 약 20~30 여병이다. 이 와인들은 섬세한 와인을 찾는 이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곳에 오는 이들은 나이가 많지 않은 편입니다. 젊은이들을 위해서 가격 대비 맛있는 와인으로 골랐습니다. 그렇다고 아주 흔한 와인은 아닙니다”고 최씨는 말한다. 주머니는 가볍지만 자신만의 세련된 감각을 찾는 이들을 염두에 뒀다. 가격은 3만원부터. 비싼 것이 10만원 대이다.
 
Untitled-2 copy.jpg이곳의 장점 중 하나는 와인과 칵테일 모두를 맛볼 수 있다는 점이다. 고전적이고 현대적인 칵테일들이 골고루 있어 와인을 싫어하는 이들도 이곳을 찾는다. 주인이 개발한 칵테일은 신기하기까지 하다.
 
와인이 살포시 들어간 칵테일들도 많다. 일명 와인칵테일인데 대표적인 것이 상그릴라이다. 스파클링 와인을 넣은 칵테일 등 6가지 와인 칵테일이 있다. 달콤한 와인의 맛이 다른 경지를 발산한다.
 
몇 달 후면 이곳은 ‘보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듣는 즐거움’도 선사할 계획이란다. 음악에도 조예가 깊은 주인의 감성 때문이다. 디스코, 소울, 재즈 등 소장한 음반이 1천여 가지가 넘는다. 우연히 이곳을 찾은 외국인들도 흘러나오는 고향의 음악에 취해 그에게 제목을 물어볼 정도다.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실력 있는 뮤지션들의 라이브 공연도 이어질 예정이다.
 
와인과 함께 등장하는 먹을거리는 파스타, 피자 같은 평범한 서양식 요리와 ‘영국식 피쉬에 칩’이 있다. 평일에는 안주 하나와 와인을 묶은 할인 세트 메뉴도 있다. 페타치즈샐러드와 레드와인이 한 식구처럼 묶인 세트메뉴가 4만7천원이다. 약 5~10%가 싸다. 각각 주문하면 4만9천원이다.
 
최씨가 인생에서 만난 사랑은 ‘와인’이다. 그 와인을 자신만의 출렁이는 감성으로 아끼고 있다. 그 솜털 같은 부드러운 사랑 안에 우리도 빠져보자. (02-336-0228)
 
글·사진 박미향 <한겨레> 맛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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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향 기자
한겨레신문에서 음식문화에 관한 다양한 기사를 쓰고 있다. 2000년에 직장인들의 야식을 주제로 한 연재물 '밤참'을 시작으로 먹을거리와 인연을 맺었다. <그곳에 가면 취하고 싶다>, <인생이 있는 식탁> 등 4권의 음식 관련 책을 냈다. MBC <여성시대> 등에 출연해 맛난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타고난 체력과 품 넓은 열정을 재산 삼아 맛과 이미지의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행복하게 만드는 음식문화 정착에 자신의 일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행복의 시작은 밥상이 출발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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