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의 ‘색계’, 그 황홀한 눈맛

박미향 2009.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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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색감에 넘치는 유혹의 기술
타고난 색기 감춘 여인같은 두리안
 
 
박미향-열대과일-1온라인.jpg

남성과 여성을 나누는 가장 큰 구별법은 몸의 생김새이다. 구조가 다른 몸은 이불 속에서 사랑을 나눌 때 다른 역할과 행동을 취하도록 한다. 사람마다 다른 모양과 깊이, 크기를 고려한다면 행위의 수는 끝도 없다.
 
이런 차이의 시작은 엄마의 뱃속에서부터 시작한다. 생명체가 처음 여성의 몸에 생긴 후 8주간은 여성인지 남성인지 분명하지 않다. 태아는 수정된 지 12주 지나면 호르몬이 분비되기 시작하는데 남자아이로 태어나는 태아는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이 엄청 많이 분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목욕탕 호스에서 뿜어져 나오듯이 쏟아져 ‘남성호르몬 샤워’라고도 한다. 그만큼 양이 많다는 소리다. 7개월이 지나면 여성과 남성의 성기가 육안으로 구별되기 시작한다. 성호르몬은 아기 때부터 우리가 살아가는 내내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성호르몬이 많이 분비되면 성적욕구가 증가한다. 욕구 증가는 자연스럽게 이성 앞에서 ‘영업’하도록 만든다. 사람들은 이 모양새를 보고 ‘색기가 흐른다’고 말하기도 한다.
 
색기란 무엇일까? ‘색기가 흐른다’는 소리를 듣는 사람은 경험상 확실히 이성에게 인기가 많다. 결국 색기란 이성을 끄는 힘이다. 그래서 ‘색기’에 담겨 있는 묘한 부정적인 뉘앙스는 질투의 소리로 들린다. 사람마다 다른 양의 ‘색기’(이성을 끄는 힘)가 있다. 사랑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색기’를 잘 요리해야 한다. 색기는 생각보다 중요하다.
 
얼굴 중 가장 간사한 눈을 꾀는 색스런 과일
 
Untitled-2 copy.jpg먹을거리 동네에서도 색은 중요하다. 허기진 배를 움켜지고 들어간 식당에서 누런 쓰레기 같은 색의 음식을 만나면 입맛이 가신다. 흔히 식욕은 허기진 위나 맛을 감지하는 혀보다 땡글땡글 돌아가는 눈의 자극에 더 크게 흔들린다. 얼굴 중에 가장 간사한 것이 눈이라고 하지 않던가! 어린 시절 부모님이 해주셨던 음식의 맛을 절대 잊지 못하는 혀가 가장 보수적이다.
 
우리가 “저 색은 무슨 색?”하고 물을 때 “저건 수박색이야, 감색이야, 딸기색이야”하고 답하는 것을 봐도 음식에서 색깔은 중요하다.
 
많은 음식 중에서 가장 ‘색스런’(?) 먹을거리는 과일이 아닐까 한다. 자연이 빚은 총 천연색 화려한 색감은 세계 최고의 요리사가 부엌에서 요술처럼 음식을 만들어내도 따라가기가 어렵다.
 
붉은색 하면 쉽게 떠오르는 먹을거리는 토마토, 딸기, 홍시 등이다. 이 중에서 서양요리에 자주 등장하는 열매채소가 토마토이다.
 
이탈리아에서 뽀모도리(pomodori)라고 부르는 이 열매는 한때 황금색 사과라고 불렸다. 열매의 모양이 하트 모양이라서 연인의 사과라도 불리기도 했는데 피자나 파스타에 중요한 재료다. 토마토는 날로 먹는 것보다 익혀 먹는 것이 더 영양가가 있다. 그런 이유로 서양요리에서 소스의 재료로 많이 쓰였다. 파스타는 소스와 궁합이 중요한데 토마토로 만든 소스는 주로 면이 짧은 파스타 요리와 어울린다. 파스타 면의 면적에 따라 묻는 소스의 양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홍시가 붉은 과일로 인기를 끌었다. 드라마 대장금에도 출연한 홍시다. 비타민C가 귤보다 2배가 많은 이 과일은 설탕을 대신해서 단맛을 내곤 했다. 지금도 건강요리에 힘쓰는 이들이 활용하는 방법이다.
 
빅토리아 여왕도 반한 몽실몽실 살 오른 망고스틴
 
과일의 화려한 색은 먹기도 전에 침을 흘리게 한다. 특히나 열대지방이나 가까운 동남아로 여행을 가면 길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는 열대과일들의 화려한 몸놀림은 사람을 기절시킨다.
 
모양새는 조금 특이하지만 짙은 녹색이 그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과일이 두리안이다. 방콕이나 더운 나라를 여행하면 흔히 만날 수 있다. 마치 천하무적 장사가 휘두르는 큰 망치처럼 생겨서 열대과일의 왕, 황제라고 불리기도 한다. 방콕인들은 두리안의 맛을 ‘지옥 같은 향기, 천국 같은 맛’이라고 말할 정도로 현지에서는 인기 있는 과일이다.
 
두리안은 마치 엄청난 색기를 타고났으나 관습과 보수적인 환경 때문에 본성이 숨어있는 여인네를 닮았다. 똥 냄새를 참고 투박한 껍데기를 뜯어내면 말랑말랑한 크림색 속살이 고소한 맛을 내기 때문이다. 마치 철퇴 같은 겉모양 때문에 처음 본 사람은 접근하기가 어렵지만 그것만 없애버리면 두리안만큼 순하고 맛난 과일은 없다.
 

Untitled-1 copy.jpg

열대과일하면 망고스틴을 빼놓을 수가 없다.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 즐겨먹던 과일로 유명하다. 망고스틴은 짙은 자주색이 사람의 시선을 끌고, 동글동글 작은 모양이 귀엽고, 사람의 머리카락처럼 과일을 덮고 있는 녹색의 잎사귀들도 앙증맞다. 과일의 자주색 겉을 조심스럽게 벗겨내면 몽실몽실한 살이 잔뜩 올라서 색기를 마구 발산하는 듯한 열매가 짠하고 등장한다. 언뜻 보면 모양은 우리네 마늘을 닮았다. 베어 무는 순간 찍 하고 즙이 입 안에 퍼지고 세포 하나하나가 그 묘한 단맛에 점령당한다. 자신도 모르게 주머니 안에 구속하고 속박하기 위해 잔뜩 집어넣는다. 사랑의 집착을 불러오는 과일이다. 노란색의 망고 등, 열대과일의 ‘색계’를 다 읊으려면 몇 날을 새야 한다.
 
열대과일처럼 자신의 타고난 본성을 태양아래 자랑스럽게 드러내고 사는 것도 행복을 찾는 한 방법이 아닐까! 오늘 당장 각자 가지고 있는 ‘색기’를 점검해보자.
 
글·사진 박미향 <한겨레> 맛담당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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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향 기자
한겨레신문에서 음식문화에 관한 다양한 기사를 쓰고 있다. 2000년에 직장인들의 야식을 주제로 한 연재물 '밤참'을 시작으로 먹을거리와 인연을 맺었다. <그곳에 가면 취하고 싶다>, <인생이 있는 식탁> 등 4권의 음식 관련 책을 냈다. MBC <여성시대> 등에 출연해 맛난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타고난 체력과 품 넓은 열정을 재산 삼아 맛과 이미지의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행복하게 만드는 음식문화 정착에 자신의 일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행복의 시작은 밥상이 출발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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