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 식당 주로 뷔페형… 도심 교회·절집서도 운영

박미향 2009.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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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는 큰 즐거움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채식을 좋아하는 이들은 식사 시간이면 고민스럽다. 마땅히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조금씩 늘고 있기는 하지만 채식 식당의 수는 여전히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적다. 우리 사회에서 채식을 즐기려면 여전히 큰맘을 먹고 멀리 찾아가야 한다. 직장인들이 채식을 하기 힘든 이유다. 온라인 채식동호회 또는 채식운동단체 누리집에서 전국 채식 식당 리스트를 얻을 수 있다. 대표적인 채식 식당 몇 곳을 소개한다.

 
Untitled-6 copy.jpg■ 에스엠(SM)채식뷔페 음식에 우유와 달걀도 넣지 않는 채식 뷔페다. 1996년 문을 열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채식전문음식점으로 알려져 있다. 명상수행자들이 직접 요리를 만든다. ‘에스엠’은 ‘수프림 마스터’(supreme master: 마음속 위대한 스승)의 약자라고 한다. 콩 단백질로 만든 콩 불고기와 채소로 만든 탕수채는 고기를 먹지 않고도 고기의 질감을 즐길 수 있는 요리다. 알로에를 얇게 자른 알로에회나 곤약을 살짝 데쳐 샤리(초밥의 밥)에 얹은 곤약초밥도 독특한 맛을 자랑한다. 서울 강남구 포이동. 1인당 1만3천원. 정오~오후 2시30분, 오후 6~9시. (02)576-9637.
 
■ 새생명건강동호회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에서 운영하는 식당으로 1인당 7천원(비회원 8천원)에 채식 뷔페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서울 조계사 정문 건너편 서울중앙교회 지하에 자리하고 있으며 평일 낮 12시에서 오후 2시까지 문을 연다. 현미잡곡밥, 통밀빵, 죽, 밀고기(밀로 만든 고기), 채소 등 10여 가지 메뉴가 요일별로 다채롭게 나오고 과일, 수정과 등의 후식도 준다. 건강한 먹을거리에 관심이 많은 주부나 어르신들의 식사 모임이 잦아 낮 12시에 가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식당 한쪽에는 빵, 잼, 천연조미료, 미역 등 여러 가지 건강식품을 전시·판매한다. 서울 종로. (02)3210-2151.
 
■ 아승지 조계종 산하 고덕사에서 운영하는 사찰 음식점이다. 비구니 지호 스님이 오신채(마늘·달래·무릇·김장파·실파)를 넣지 않고 직접 만든 사찰 요리를 뷔페식으로 제공한다. 잡곡밥과 곤드레나물밥이 주식으로 제공되며 나물, 부각 등 소박한 사찰 요리는 물론 인삼마죽, 우엉전병, 버섯탕수이, 인삼당귀무침, 파래곤약 등 30여 가지 다양한 채식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를 잡기 힘들 정도로 손님이 많다. 식당 옆 건물 지하에는 무료로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정오부터 오후 3시까지, 평일 점심만 한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1인당 1만2천원. (02)846-8578.
 
Untitled-7 copy.jpg■ 청미래 자연농법으로 기른 농산물을 식재료로 쓰는 유기농 채식 뷔페다. 자연농법은 유기농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퇴비도 그 지역에서 난 재료로 만들어 쓰는 농사법. 생선이나 해물도 식재료로 쓴다. 천마유부초밥이나 해초국수 등은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별미다. 유기농 막걸리도 있다. 휴일에도 문을 연다. 서울 구로구 고척동. 1인당 1만원. (02)2681-0567.
 
■ 산들바람 채식 전용 뷔페로 국내에서 생산된 유기농산물을 식재료로 쓴다. 잡곡밥, 죽, 채소쌈, 산나물 등 주식 외에 현미인절미, 밀고기로 돈가스처럼 만든 밀가스, 유기농쌀떡볶이등 30여 가지의 다채로운 채식 요리가 제공된다. 각종 과일을 비롯하여 한과, 수정과 등 후식 종류도 다양하다. 식당 운영 수익금을 부근 어린이집 운영에 쓰는 ‘착한’ 식당이다. 인천 부평구 산곡3동. (032)502-0633.
 
■ 산에나물 채식주의자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식당으로 산나물 등 대부분의 음식을 소금과 들기름으로만 간을 한다. 단품요리는 없고 14가지 음식으로 구성된 ‘자운영’, ‘궁어초’, 12가지로 구성된 ‘배초향’, ‘솔매화’ 등의 코스요리가 있다. 모두 야생초 이름이다. 9가지로 구성된 점심 특선 가운데 ‘산나물 모듬과 산마늘’이 인기메뉴. 오신채를 먹지 않는 이는 주문 전에 빼달라고 부탁하면 된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2만2천~12만원. 정오~오후 3시, 오후 5시30분~10시. (02)732-2542.
 
■ 산장 산나물 박사로 알려진 한영모(58)씨가 운영하는 산나물 전문식당. 한씨는 20대 후반에 건강이 좋지 않아 등산을 시작했는데 그때 산나물에 눈을 떴다. 본격적으로 산나물 공부를 하면서 아예 하던 사업을 접고 산장을 열었다. 주된 식재료는 한씨가 주말과 휴일에 산과 들에서 채집한 나물들이다. ‘산나물정식’(2만5천원)은 두릅, 고사리, 냉이 등 17가지 산나물이 나온다. 예약 필수. 서울 서초구 서초동. 2만5천~5만원. 정오~오후 2시, 오후 6~9시. (02)583-6136.
 
글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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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향 기자
한겨레신문에서 음식문화에 관한 다양한 기사를 쓰고 있다. 2000년에 직장인들의 야식을 주제로 한 연재물 '밤참'을 시작으로 먹을거리와 인연을 맺었다. <그곳에 가면 취하고 싶다>, <인생이 있는 식탁> 등 4권의 음식 관련 책을 냈다. MBC <여성시대> 등에 출연해 맛난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타고난 체력과 품 넓은 열정을 재산 삼아 맛과 이미지의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행복하게 만드는 음식문화 정착에 자신의 일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행복의 시작은 밥상이 출발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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