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무적함대, ‘월드컵 우승’ 요리할 비밀

박미향 2010.06.11
조회수 9065 추천수 0
 돼지 넓적다리 숙성한 하몬, 한국의 김치처럼 
   마늘과 올리브유도 필수, ‘정열의 킥’ 힘 원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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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나라가 2010년 남아공월드컵의 우승컵을 거머쥘까? 이웃집 돌이 아빠가 공격수로 뛰는 동네 축구대회에서도 우승팀을 맞추기란 쉽지 않다. 하물며 축구선수들이 묘기 대행진 수준에 슈팅을 날리는 월드컵 경기에서는 오죽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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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영국의 스포츠 베팅업체인 윌리엄 힐(williamhill.com)은 우승 확률이 가장 높은 나라로 스페인을 꼽았다. 정열의 나라, 투우의 나라, 스페인! 구릿빛 피부와 잘 다듬어진 근육으로 연애에 굶주린 여성들의 마음을 홀딱 뺏어버리는 청년들이 많은 팀이다. 페르난도 토레스, 다비드 비야, 이케르 카시야스 등. 베팅업체의 노련한 눈이 아니더라도 스페인을 우승후보로 꼽는 이는 많다. 독일의 ‘축구영웅’ 프란츠 베켄바워(65)도 브라질과 함께 스페인을 꼽았다.
 
단군신화 속 곰 몇 마리가 스페인으로 이주?
 
 도대체 이 실력의 비결은 무엇일까? 그 숨은 비밀을 스페인 음식에서 찾아보자.
 스페인 요리사 프란시스코 호세 알바 루이스(37)씨는 마늘과 하몬, 올리브유에 비밀이 숨겨져 있다고 말한다. 스페인에는 “빵 한 조각에 마늘 문지르고, 하몬 한 조각을 얹고, 올리브유 뿌리면 만사 오케이”라는 속담이 있다고 한다. 마늘과 하몬, 올리브유는 그만큼 스페인사람들이 즐겨먹는 음식이다.
 단군신화 속 곰 몇 마리가 스페인으로 이주라고 한 것일까! 스페인사람들은 유럽에서 가장 마늘을 좋아하는 민족이다.
 마늘은 맛도 맛이지만 이미 그 효능이 입증된 사례가 많다. 마늘에 들어있는 알리신이라는 성분은 강한 항균 작용을 하고, 마늘 속 미네랄은 혈액을 맑게 한다고 한다. 마늘은 남성들에게는 정력식품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스페인선수들의 진한 ‘수컷 향’은 어릴 때부터 먹은 마늘에서 나온다.
 하몬(Jamon)은 또 어떤가? ‘걸어다니는 올리브나무’라는 별명을 가진 하몬은 스페인 사람들에게는 우리네 김치와 비슷하다. 하몬이 빠진 식탁은 상상도 할 수 없다. 하몬 한 조각과 와인 한잔으로 한 끼를 해결하기도 한다. 하몬은 돼지의 넓적다리를 소금에 절여 장기간 숙성한 햄이다. 15세기에는 스페인 무적함대의 비상식량으로 사랑받기도 했다.
 
 2~3개월 바닷바람에 건조시켜 36개월 숙성
 
a4.jpg 단백질, 비타민B, 인, 철분이 풍부하고, 하몬에 있는 불포화 지방산과 올레인산은 콜레스트롤 제거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최고급 하몬으로 알려져 있는 ‘이베리코 하몬’은 최근 캐비아, 푸아그라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 세계인에게 인기다. ‘이베리코 하몬’은 순종 흑돼지를 15개월 동안 방목해서 키우고 도축하기 전 3개월은 도토리와 허브만 먹인다. 2~3개월간 대서양의 바닷바람에 건조시킨 후에 36개월가량 숙성시킨다. 
 스페인 영화 <하몽하몽>(1994년 개봉)에서 쫄깃한 하몬을 얇은 칼로 도려 먹는 ‘육식동물계의 거성’ 라울의 모습은 ‘이 남자 참 힘 좋게 생겼군’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올리브유의 효능도 만만치 않다. 올리브유는 대표적인 슬로푸드다.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피부미용에 좋고 항산화작용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스페인 선수들은 어린 시절부터 이 3가지를 먹었다. 세포 하나하나에 3가지 음식이 주는 영양소가 깊게 박혔다. 음식은 그저 배를 채우는 것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건강한 삶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예상대로 스페인이 우승할지는 이제부터 지켜볼 노릇이다. 이때 쫄깃한 스페인 음식들과 함께라면 더 재미있는 월드컵이 되지 않을까!
 하몬을 비롯한 스페인 음식을 맛 볼 수 있는 곳을 소개한다.
 글·사진 박미향 <한겨레> 맛기자mh@hani.co.kr 
 
 * 스페인클럽

a2-1.jpg 스페인 요리사 프란시스코 호세 알바 루이스(37)가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전통 스페인 음식점이다. ‘치키’라는 닉네임을 가진 프란시스코 호세는 스페인 세비야에 있는 요리학교, <라  에스꾸엘라 데 오스뗄레리아 데 세비야>를 졸업한 정통파다. 도쿄에 있는 ‘스페인클럽 아라’의 주방도 책임지고 있다. 두 도시를 오가면 맛 솜씨를 뽐내고 있다.
 그가 처음 아시아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스페인 음식을 전 세계의 알리는 일을 맡으면서부터다. 스페인 대사관 직원으로 도쿄, 중국, 필리핀 등지를 돌면서 고국의 음식을 알렸다. 13년 전 일본인 여성을 아내로 맞으면서 아시아에 남게 되었다. 그는 한국 음식도 매우 좋아한다고 말한다. “생태탕과 간장게장은 정말 죽여요” 외치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치키는 축구선수 페르난도 또레스의 팬이다. “그도 어릴 때부터 하몬먹었어요. 스페인사람들은 모두 하몬 좋아해요”라고 말한다.
 이곳을 찾으면 들머리에는 넓적한 ‘이베리코 하몬’을 보고 놀랐다. 그가 잘라준 하몬의 맛은 남다르다. 자르는 이의 솜씨에 따라 그 맛은 천당과 지옥을 오간다. 이왕이면 그가 있을 때 하몬의 맛을 보는 것이 좋다. 그는 일본에서 ‘하몬자르기 대회’의 심사위원을 맡기도 했었다. “두껍게 자르면 하몬 특유의 아로마가 사라지고 질겨진다”라고 말한다. 얇을수록 좋다고 말한다.
 ‘스페인클럽’은 손혜경씨가 1년 전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도쿄 아카사카에 있는 ‘스페인클럽 아라’의 성공에 자신감을 얻어 고국에서 문을 연 집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스페인문화를 한국에 알리는데 의기투합했다.
 사프란 등 향신료는 스페인에서 직접 가져와서 쓴다. 해물빠에야 등 스페인 전역의 음식들이 골고루 차림표에 있다. 오는 7월이면 홍익대 부근에 2호점을 열 예정이다.
 연인들이 데이트하고 좋고, 스페인여행에서 돌아온 이들이 찾아가 볼만 하다. (강남구 신사동 02-515-1118. 약 7천원~3만4천원. 부가세별도.)
 
 * 보데가

aaa2.jpg대구에 위치한 호텔 인터불고가 운영하는 스페인음식점이다. 보데가는 ‘와인생산자, 와인저장고’란 뜻이다. 호텔 인터불고의 계열사인 루에다식품에서 스페인와인과 하몬, 올리브유를 수입한다. 자사에서 수입하는 이베리코 하몬이 차림표에 있다. 돼지로 앞다리로 만드는 하몬 빨레따 이베리꼬도 맛 볼 수 있다. 전문요리사과정을 거친 이는 아니지만 스페인주방장이 있다. 120석이 있다. 단체모임하기 좋다. 대형스크린도 있어서 월드컵 경기를 관람하기 좋다. 이곳은 이베리코 하몬과 스페인 와인을 마시기에 좋다.
 (송파구 삼전동 02-3432-8686. 약 6천원~4만5천원. 부가세 별도.)
 
 * 미 마드레

 스페인의 가정식 요리를 하는 곳이다. 주인장 정승원씨는 1년간 스페인에 살면서 요리를 배웠다. 여러 종류의 카바(스페인 스파클링 와인)와인이 있다. 엑스타라 버진 올리브오일과 말돈소금(영국 천일염) 등을 재료로 사용한다.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와 소박한 분위기가 정겨운 곳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다양한 스페인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용산구 이태원동 02-790-7875. 점심세트 9천5백원~1만2천원. 약 5천원~2만4천원. 부가세포함.)
 
 * 라그로타
 서브원 곤지암리조트가 운영하는 와인동굴레스토랑이다. 레스토랑 한쪽 창고에는 약 10만 병의 와인이 저장되어있다. 온도, 습도를 잘 조절한 와인저장고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와인을 이곳에 저장해 둘 수도 있다. 스페인 최대의 햄 생산회사인 씽코 혼타스의 고급 이베리코 하몬과 스페인 와인을 즐길 수 있다. (경기도 광주 031-8026-5566. 오후 3시이후 문의.이베리코 하몬 5만원. 부가세별도.)
 박미향 기자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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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향 기자
한겨레신문에서 음식문화에 관한 다양한 기사를 쓰고 있다. 2000년에 직장인들의 야식을 주제로 한 연재물 '밤참'을 시작으로 먹을거리와 인연을 맺었다. <그곳에 가면 취하고 싶다>, <인생이 있는 식탁> 등 4권의 음식 관련 책을 냈다. MBC <여성시대> 등에 출연해 맛난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타고난 체력과 품 넓은 열정을 재산 삼아 맛과 이미지의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행복하게 만드는 음식문화 정착에 자신의 일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행복의 시작은 밥상이 출발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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