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어·고래·산낙지까지 한국음식 ‘9할 타율’

박미향 2010.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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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갈매기’ 롯데 자이언츠 가르시아
한우구이 ‘홈런’, 육회 ‘낼름’…냉면도 따봉
김치는 기본, 회 즐기고 원정 땐 ‘맛 따라’

 
img_01.jpg지난 19일 인천 문학구장은 에스케이 와이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로 뜨거웠다. 롯데 팬들은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운동장을 찾았다. 멕시코 국기를 든 사람도 있었다. 가르시아 선수 때문이다.
 
 
온 지 두세 달만에 거침 없이 한국식
 
훈련을 하고 있는 선수들 사이에서 풍채 좋은 가르시아 선수를 만났다. 갈색 머리카락을 끈으로 동여매고 땀을 뚝뚝 흘리면서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었다. 수비연습을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내려온 가르시아 선수는 기자에게 악수를 청했다. 맞잡은 손에는 땀이 흥건했다. 바람에 날리는 머리카락에서는 순박한 선수의 착한 포스가 느껴졌다.
 
이날 카림 가르시아(35) 선수는 3회초 타석에서 스리런 홈런을 날렸다. 롯데는 이날 넉달 넘게 1위를 달리던 에스케이를 3-6으로 이겼다. 그가 홈런을 날리는 순간 운동장 한쪽을 꽉 메운 롯데 팬들은 한목소리로 외쳤다. “가, 가, 가르시아, 가르시아~~ 가르시아.” 야구팬들에게는 익숙한 소리다. 그는 인기가 많다. 남다른 한국 사랑 때문이다.
 
가르시아 선수의 한국 사랑은 우리 음식에서 시작했다. 동료인 손아섭 선수는 “보통 용병들은 자기 나라의 음식만 고집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르시아 선수는 안 그랬죠. 두세 달 만에 우리 음식을 좋아하더라구요. 한 번이긴 하지만 개고기까지 먹어봤으니 할 말 다했죠”라고 말한다. 외국인들이 꺼려하는 된장찌개도 숟가락을 함께 넣어 잘도 먹는다. 식당에 가면 김은 꼭 챙겨 먹는 음식이다.
 
가르시아 선수가 한국 음식에서 최고로 꼽는 것은 “코리아 바비큐와 냉면”이다. 그가 말하는 “코리아 바비큐”는 우리 소고기구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해운대 혼자 거닐다 냄새에 이끌려 6인분 뚝딱
 
그가 처음 소고기구이를 접한 때는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되는 2008년이었다. 친구도 없고 딱히 할 일도 없었던 가르시아 선수는 부산 해운대 나들이를 나섰다. 그를 알아보는 이는 없었다. 혼자 어슬렁어슬렁 걷다가 어디선가 날아오는 고소한 냄새를 맡았다. 평소 고기를 좋아하는 그는 냄새의 정체를 금세 알았다. 고기 굽는 냄새였다. 고깃집으로 불쑥 들어갔다. 우리 한우였다.
 
말이 통하지 않아 “뭐가 뭔지 몰랐지만” 차림표에 있는 한우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한 점, 두 점 먹다가 엄지손가락을 높이 세웠다. ‘따봉!’ 그는 “미국 소고기보다 훨씬 부드러운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그는 그 자리에서 3접시를 해치웠다. 고깃집에서 흔히 한 접시에 2인분씩 나오는 것을 감안한다면 6인분을 해치운 셈이다.
 
고깃집에서는 으레 냉면이 나오게 마련이다. 그 냉면에도 반했다. 아내와 어머니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에도 한우를 대접했고, 부산에는 1주일에 2~3번 가는 단골집도 생겼다. 집에서도 숯불에 한우를 자주 구워 먹을 정도다. “육회도 먹는”다고 동료인 최기문 선수는 증언한다. 육회는 다른 나라에서 보기 드문 우리 음식이다.
 
외국인들에게 매운 음식으로 알려진 김치도 그에게는 그저 싱겁다. 최기문 선수는 “김치와 밥만 있으면 한끼 뚝딱 해결하더라구요. 김치도 배추김치, 열무김치, 깍두기 등 못 먹는 게 없어요”라고 말한다. 가르시아 선수에게 우리네 매운 음식은 낯설지 않다. 떡볶이를 두고도 “그게 매운 음식인가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라고 말한다.
 
 
img_02.jpg


아이스크림에도 고춧가루 뿌려 먹는 고향 맛 때문

 
고향의 맛 때문이리라! 멕시코는 아이스크림이나 과자에도 고춧가루를 뿌려 먹을 정도로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 멕시코 고추는 200여가지가 넘고 그 맛도 다양하다. 멕시코 사람들은 그중에서 매운맛을 좋아한다. 그는 우리 찌개에도 고춧가루를 더 넣어달라고 말한다. “두 나라의 음식은 매운 점이 닮았어요.”
 
그의 말처럼 멕시코와 한국 음식은 닮은 점이 많다. 가르시아 선수가 좋아하는 토르티야(tortilla)도 우리네 음식 메밀전병의 피와 비슷하다. 토르티야는 옥수수나 밀가루 반죽을 얇게 만두피처럼 만든 것을 말한다. 토르티야에 각종 채소나 콩, 살사(소스) 등을 넣고 말아 구운 뒤에 소스를 발라 먹는 부리토(burrito)는 우리네 음식 메밀전병이나 만두를 닮았다. 메밀전병은 메밀가루로 만든 피에 매콤한 무채, 배추, 고기 등을 넣고 말아 구워 먹는 음식이다. 부리토의 소스 대신 우리는 간장을 찍어 먹는다. 그는 고향음식이 그다지 그립지 않다고 말한다. “한국 음식이 잘 맞기 때문”이란다.
 
부산이 홈구장인 롯데 자이언츠 선수답게 그는 회도 즐긴다. 1주일에 1번 정도 먹는다고 한다. 태평양이 가까운 멕시코 시우다드오브레곤이 고향인 사람답다. 어릴 때부터 각종 해산물과 생선요리와 생굴을 즐겼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비빔밥이나 불고기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도 호불호가 나뉘는 홍어나 고래고기도 잘 먹는다. 원정경기가 있을 때마다 그 지방 음식을 찾아 나섰다.
 
 
딱 한가지, 먹지 않는 건 인스턴트 면
 
이렇게 우리 음식에 대한 애정이 많은 그도 깜짝 놀라 난감했던 음식이 있었다. 산낙지다. “산낙지 얘기는 들었지만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절대로 내가 좋아할 수는 없는 음식이라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그는 막상 맛을 보고 생각을 바꿨다. “낙지가 입에 착 달라붙고 씹을 때 뒤틀리는 점이 너무 좋아요”라고 말을 잇는다. 멕시코 친구가 한국에 오면 꼭 한번 맛보게 하고 싶다고 말한다. 문득 보양식이 궁금해진다. “몸에 좋다는 동료들의 소리에 한약 알을 먹어본 적은 있지만 나의 보양식은 당연히 한국 쇠고기”라고 말한다.
 
이렇게 우리네 먹을거리를 좋아하는 그도 먹지 않는 음식이 있다. 인스턴트 면만은 먹지 않는다.
 
한국 술은 잘 마실까? “테킬라도 좋아하는데 제가 마시는 테킬라는 한국에서 안 팔아요. ‘1519’, ‘에라두라’라는 테킬라죠.” 테킬라 대신에 그는 소주, 막걸리 심지어 폭탄주도 마신다. “막걸리는 맛있어서 한번에 친구와 6병까지도 나눠 마셔봤어요.”
 
“나는 한국 사람이 먹는 음식 다 좋아해요. 3년 동안 지내면서 기자분이 알고 있는 음식보다 더 많은 것을 먹어봤다고 자신해요”라고 웃으면서 말한다.
 
한 나라의 음식을 좋아하지 않고 어떻게 그 나라 사람들을 좋아할 수 있을까! 음식은 문화이자 역사다. 가르시아 선수는 우리나라를 좋아한다. 우리 음식과 진지한 교감을 나눈다. 그의 인기 비결이다.
 
손아섭 선수는 “그는 우리 문화에 빨리 적응했어요. 선수들과 잘 어울리고 선수들도 그를 챙기죠. 당연히 팀워크에도 도움이 되었죠”라고 말한다. 최근 연승 행진을 하는 롯데 자이언츠의 승리에는 숨은 비결이 있었다. ‘박자가 잘 맞는 팀워크.’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 카림 가르시아 선수는 1975년 멕시코에서 태어나 19살에 미국 프로야구에 입문해서 엘에이(LA)다저스, 뉴욕 양키스와 메츠 등을 거쳐 2005년부터 2년간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약했다. 2008년에 한국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었다. 그해 올스타 최다득표자, 타점왕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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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향 기자
한겨레신문에서 음식문화에 관한 다양한 기사를 쓰고 있다. 2000년에 직장인들의 야식을 주제로 한 연재물 '밤참'을 시작으로 먹을거리와 인연을 맺었다. <그곳에 가면 취하고 싶다>, <인생이 있는 식탁> 등 4권의 음식 관련 책을 냈다. MBC <여성시대> 등에 출연해 맛난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타고난 체력과 품 넓은 열정을 재산 삼아 맛과 이미지의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행복하게 만드는 음식문화 정착에 자신의 일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행복의 시작은 밥상이 출발이라고 믿는다.
이메일 : mh@hani.co.kr       트위터 : psols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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