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오거리, 줄자같은 혀를 가진 그녀에게 딱!

박미향 2010.12.09
조회수 21866 추천수 3
200m 거리에 10평 남짓 레스토랑들 ‘빼곡’
무지개빛 향기와 엣지, 알뜰한 미식가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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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리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크리스마스 데이트 장소를 고르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여자 친구는 까다로운 미식가다. 가격 대비 음식의 질을 꼼꼼하게 따지는 알뜰한 여자다. 거창한 레스토랑도 싫어하고 정성 없는 밥을 파는 집도 경멸한다. 음식에 관해서는 줄자처럼 정확한 혀를 가지고 있다. 머리카락을 뜯으면서 고통스러워하는 김 대리를 보다 못한 옆자리 박 대리가 조언한다. “요즘 한남 오거리에 맛집이 많이 생겼대. 맛도 가격도 적당하다는데 한번 가보는 게 어때.”
 

팬케이크, 수제 햄버그, 일본식 스테이크, 슬로푸드…
 
2년 전부터 서울 용산구 한남 오거리에서 금호 네거리 방향으로 길게 뻗은 200m 거리에 10평 남짓의 작은 레스토랑들이 속속 문을 열기 시작했다. 한 달에 두세 집이 동시에 오픈하기도 했다. 미국식 팬케이크집, 수제 햄버거집, 타코집, 일본식 함박스테이크집, 슬로푸드 레스토랑, 치즈전문점 등. 문을 연 레스토랑마다 저마다의 향기로 알뜰한 미식가들을 유혹하고 있다. 걷다 보면 그저 평범해 보이기만 한 이 거리는 파스텔톤의 인테리어와 자기만의 ‘엣지’로 무장한 레스토랑들 덕분에 예사롭지 않은 곳으로 변했다.

 
5년째 한남 오거리에서 공인중개소를 운영하는 이태원씨는 몇 가지 이유를 들었다. “단국대 자리에 내년 1월 ‘한남 더 힐’이 들어서죠. 어느 정도 소비층이 생겼고, 포털업체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이사 와서 젊은 직장인들이 많아졌어요. 오거리 위쪽에는 대사관들도 많아요.” 현재 10평 기준으로 이곳 점포 권리금은 5000만~8000만 원, 보증금은 2000만 원, 월세는 150만~200만 원이라고 한다. 1년 사이 땅값이 2배 올라 임대료도 덩달아 올랐지만 입점할 공간이 없을 정도다. 대학생들을 상대했던 분식집들이 여러 나라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으로 속속 옷을 갈아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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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길·삼청동 번잡함 피해 한적한 이곳으로 ‘놀이터’ 옮겨
 
맛집들이 몰려 있는 신사동 가로수길이나 삼청동의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한 달에 1번 대학동창 모임을 하는 배미숙(44)씨는 가로수길에서 이곳으로 ‘놀이터’를 옮겼다. “예전에는 가로수길을 자주 찾았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요. 달라진 모양새가 싫더라구요. 여기는 한적해서 좋아요.” 과도한 현란함으로 치장한 신사동 가로수길의 번잡함을 피하려는 이들이나 걷기조차 힘들 정도로 유명 관광지가 된 삼청동의 혼잡함을 피하려는 이들이 이 거리를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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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jpg팬케이크 오리지널 스토리(PANCAKES ORIGINAL STORY)

한남 오거리 초입에 있다. 미국식 가정식 팬케이크와 와플, 오믈렛, 프렌치토스트가 주 메뉴다. 미국에서 브런치 식당을 운영했던 스티브 리가 문을 열었다. 팬케이크와 소시지 등 6가지로 구성된 브런치 ‘이 집의 아침’은 특히 젊은 층에게 인기다.(한남동 261-6/02-794-0508/‘이 집의 아침’ 6800원, 5000~1만3800원/오전 9시~밤 10시)

 
02.jpg바나나그릴(Banana & Grill)
6가지 수제 햄버거와 3가지 샌드위치를 고를 수 있다. 월간지 ‘노블레스’의 기자였던 김선희(36)씨와 요리사 이지원(31)씨가 만나 2008년 문을 열었다. 두툼한 ‘클래식버거’는 20대 여성 2명이 먹기에 충분한 양이다. 소박하고 부담 없는 레스토랑의 풍경이 매력이다. 빵은 전문업체에서 공급받고 고기는 호주산 목등심을 사용한다.(한남동 261-6/02-792-3088/6500~8500원/오전 11시~밤 10시)

 
03.jpg오 타코(O’TACO)
향이 강한 멕시코 음식이 손짓하는 집이다. 타코, 부리토, 치미창가 등 멕시코 음식이 가득하지만 이 집만의 솜씨로 맛을 낸 ‘글루바인’도 매력적이다. 글루바인은 유럽 등지에서 추운 날 남은 와인을 끓여서 따끈하게 마시는 술이다. 사장 이민희(30)씨는 미국계 투자회사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하다가 요리가 좋아서 이 집을 열었다고 한다.(한남동 261-6/02-793-3690/3500~1만3000원/오전 11시30분~밤 10시)

 
04.jpg웨스턴차이나(Western China)
문을 연 지 7년이 넘은 집이다. 딤섬이 유명하다. 차림표가 따로 있을 정도다. 새우쇼마이는 새우를 살짝 다져서 식감을 살리고 찌기 전에 날치알을 얹어 익혀 씹는 맛을 살렸다. 카레춘권은 향긋한 카레향이 배어 있어 풍미가 있다. 수프, 냉채, 7가지 딤섬이 나오는 딤섬세트는 1인당 2만2000원이다. 단체모임 가능. 웨스턴콤보세트(7가지)는 1인당 3만8000원이다.(한남동 263-10/02-795-6751/4000~8만원/오전 11시30분~밤 9시30분)

 
05.jpg슬로우키친(slow kitchen)
오거리에 보기 드문 밥집이다. 정은지(47) 사장이 푸드스타일리스트의 작업실을 밥집으로 개조했다. 그는 20대 두 아들을 키운 건강한 밥상을 차림표에 올렸다. 매일 늦은 오후가 되면 나물, 제철채소들을 손으로 다듬는 정씨의 손이 바쁘다. 우렁된장부추비빔밥, ‘버섯밥과 버섯양념장’ 등에는 어머니의 정성이 깃들어 있다.(한남동 261-6/02-794-7121/6500원/오전 11시~밤 9시)

 
06.jpg네이키드 그릴(Naked Grill)
젊은 요리사들이 오픈 주방에서 수제 햄버거와 샌드위치를 만든다. 세련된 색감으로 간판을 장식한 이 집은 현대적인 분위기이다. 테이블은 기껏해야 3개 정도지만 가벼운 분위기 때문에 20대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다.(한남동 29-21/02-749-4225/4500~1만1000원, 커피와 차 3000~4000원/오전 11시~밤 9시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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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jpg썬 리취(SUN RICH)

img_11.jpg가장 최근에 문을 연 치즈전문점이다. 레스토랑의 한쪽에는 미국 뉴욕의 베이글전문업체 ‘에이치 앤 에이치 베이글’(H&H BAGEL)에서 수입한 베이글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14가지 크림치즈가 있다. 크림치즈를 골라 빵과 함께 먹을 수 있다. 그 외에 카망베르 브리, 고다 등의 다양한 치즈들도 있다. 치즈 원료를 수입해서 제조, 가공하는 ㈜썬리취 이용국 회장이 처음 낸 소매점이다.(한남동 29-14/02-749-4910/커피 3500~5000원, 베이글 2000원, 크림치즈 30g 1000원, 100~200g 3500~5000원/오전 10시~밤 10시)
 

 
08.jpg차크라(Chakraa)
인도음식 전문점이다. 인도음악이 흘러 이국적이다. 난은 쫄깃하고 탄두리치킨은 부드럽다. 다양한 종류의 세트메뉴가 있고 10가지 넘는 카레요리가 있다.(한남동 28-9/영어 02-796-2255, 한국어 02-796-1149/세트 1만8000~8만4000원, 3000~3만5000원/낮 12시~밤 10시)
 
 
09.jpg꼬꼬뜨(La Cocotte)
들어서자마자 한 장의 그림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주인 부부 때문이다. 김부연(42)씨는 홍익대 미대를 졸업하고 파리8대학에서 조형예술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개인전도 이미 8회 이상 연 작가다. 그의 아내이자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문영화(42)씨는 김씨와 함께 프랑스 유학생활을 했다. 요리사인 친정어머니의 솜씨를 물려받아 프랑스에서 요리를 배웠다. 11년간의 파리 생활을 접고 3년 전 귀국한 문씨는 ‘월간 베이커리’의 기자 생활을 하다 잡지사 사진부가 있는 한남동에 정이 들었다. 1995년 결혼 비용 달랑 들고 무작정 프랑스로 떠난 이들 부부의 사랑이 곳곳에 배어 있다. 소박한 파스타와 샐러드, 생선과 닭요리가 있다. 연인들에게 강추.(한남동 28-9/02-798-0052/6000~2만2000원, 세트 2만5000~3만5000원/오전 11시30분~밤 9시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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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jpg린스 컵케이크(lynn’s cupcakes)
생화 장식 케이크로 몇 년 전부터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이승남의 꽃과빵’의 주인 이승남씨가 운영하는 컵케이크집이다. 알록달록한 컵케이크의 종류가 많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선물용으로 많이 판매되고 있다.(한남동 32-17/02-792-0804/3500~4000원/오전 11시~저녁 8시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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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jpg티케스(TYCHE’S)
수제 쿠키집이다. 6년 전에 문을 열었다. 사장 김태영(33)씨는 “크리스마스 쿠키나 기본 구성으로 된 쿠키 상자가 인기”라고 말했다. 연인에게 선물하기 좋은 수제 쿠키들이 여러 종류가 있다.(한남동 32-17/02-790-8808/개당 800~1500원/오전 10시~밤 8시)
  
10곳이 넘는 음식점들이 도로 한쪽에 줄 지어 서 있다. 한참을 햄버거와 파스타로 요기를 하고 나면 해장국이나 수육 같은 넉살 좋은 우리 음식이 불현듯 그리워질 것이다. 이 그리움을 해결할 곳도 있다. 뒷골목으로 들어서면 북엇국집과 청국장집이 있다.

  

12.jpg한남북엇국
2008년 문을 열었지만 일찌감치 이 동네 맛집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집이다. 사골국물에 명태를 넣어 끓인 북엇국이 유명하다. 가자미전 등 다양한 전이 있고 사골국물에 쇠고기 양지머리를 삶은 자박수육도 맛나다. 친구들과 술 한잔 하기 좋다. 하정우 등 유명 연예인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한남동 73-2/02-2297-1988/5000~3만5000원/오전 9시30분~밤 10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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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jpg마마스델리

img_10.jpg<우리 아이 자연간식> 등의 책을 저술한 요리사 방영아씨가 운영하는 집이다. 생감자 치즈부추전, 레몬마늘소스 닭안심튀김, 두부강된장 취나물비빔밥 등 독특한 요리들이 있다. 방씨가 만든 각종 소스도 판매를 한다.(한남동 30-3/02-790-2468/6500~9000원/오전 11시~밤 10시30분)

 
 
14.jpg젤렌(ZELEN)
불가리아식으로 굽거나 찐 음식들이 있다. 불가리아 요리사가 주방을 책임지고 있다. 점심 뷔페는 1만2000원이다.(한남동 26-1/02-749-2900/1만~3만원대/오전 11시30분·월요일은 오후 6시~밤 11시)

 
15.jpg향기고을
2002년 문을 연 이 동네 터줏대감이다. 청국장 전문점이다. 사장 이선미(48)씨는 김천에서 청국장을 가져온다고 한다.(한남동 263-16/02-795-1754/5000~7000원/오전 11시~저녁 8시30분)

 
16.jpg블뤼테(blute)
꽃을 감상하면서 한 잔의 차를 마실 수 있는 곳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꽃향기가 코를 찌른다. 거대한 화원이다. ‘블뤼테’란 이름은 ‘꽃이 만개하다, 피어나다’라는 뜻의 독일어다. 송진화(43)씨는 2005년 독일에서 플로리스트 과정을 공부했다.(한남동 31-8/02-798-1995/5000~7000원/오전 9시~밤 10시)
 
17.jpg앨리스(Alice)
여행 마니아인 김미연(41)씨가 친구와 함께 문을 연 커피집이다. 일리(illy) 커피가 있다. 김씨가 직접 도안한 커피 잔도 판다. 곳곳에 여행 책들이 즐비하다.(한남동 30-1/02-790-7740/3500~7000원/오전 9시~밤 10시)
  
뒷길순례를 마치고 큰 도로로 다시 나오면 길 건너 매콤한 일본식 함박스테이크 집이 눈길을 끈다.
 
18.jpg함바그 또 카레 야(함바그 と 카레 や)
일요일 저녁에도 20~30대 젊은이들이 몰려들 정도다. 차림표에는 함박스테이크와 카레만 있다. 푸드스타일리스트였던 김문정(37)씨가 올 1월 문을 열었다. 일본식 카레와 함박스테이크가 한 접시에 나오는 ‘함바그 & 카레’가 단연코 인기다. 두꺼운 ‘함바그’는 90년대 초 경양식집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매콤한 카레가 넉넉한 밥과 만나 진한 향기를 뿌린다.(한남동 263-15/02-793-8582/6500~1만1000원/오전 11시~밤 9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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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바그 또 카레 야’를 가운데 두고 19.jpg카페 아파시아나또(02-798-3272), 20.jpg뚜에꼬제(02-795-1405)와 21 크라제 버거, 21.jpg압구정 볶는 커피, 22.jpg파리 크라상, 퍼핀 카페(PUFFIN CAFE/02-790-6062), 미나토(02-797-7808)가 있다. 뚜에꼬제는 화덕피자집이다. 아이들과 가족, 연인들에게 인기다. 퍼핀 카페는 푸근한 동네 사랑방처럼 넉넉한 분위기로 오믈렛, 커피 등을 판다. 미나토는 요즘 유행하는 이자카야다. 점심시간에 등장하는 ‘벤토’가 매력적인 집이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풍문으로 듣다가 정말 궁금했다, 왜? 맛은?
 
몇 년 전부터 한남오거리에 대한 소식은 여러 지인들에게 들었다. 그들 중에는 자신의 레스토랑을 오픈하려는 20대 요리사도 있었고, 맛집 순례가 인생의 유일한 낙인 처자도 있었다. 정말 궁금했다. 왜? 맛은?

최근 몇 년 사이 소위 이태원권이라는 맛집 동네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가장 큰 변화는 한강진역 주변과 한남오거리였다. 한강진역 주변에는 고급레스토랑들이 많은 반면 한남오거리는 부가세를 포함한 가격대의 작고 소박한 레스토랑들이 많았다.

3일간에 걸쳐 맛을 보면서 다녔다. 주인장과 통화도 하고 만나기도 했다. 사연들은 새콤한 레몬 맛인 것도 있었고 구수한 옛이야기 같은 것들도 있었다. 끼니를 채워 넣고 또 끼니를 먹는 일은 쉽지 않았다. 배는 점점 코트 위로 단추가 뜯어질 정도로 솟아올랐다. 부른 배를 가라앉히기에는 거리는 짧았다.(아! 뛰면서 다녔어야 하는데) 하지만 재미있었다. 집집마다 다른 빛깔은 마치 맛과 향이 천차만별인 와인 같았다. 자신만의 색깔이 있다는 것은 분명 매력적인 일이다.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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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향 기자
한겨레신문에서 음식문화에 관한 다양한 기사를 쓰고 있다. 2000년에 직장인들의 야식을 주제로 한 연재물 '밤참'을 시작으로 먹을거리와 인연을 맺었다. <그곳에 가면 취하고 싶다>, <인생이 있는 식탁> 등 4권의 음식 관련 책을 냈다. MBC <여성시대> 등에 출연해 맛난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타고난 체력과 품 넓은 열정을 재산 삼아 맛과 이미지의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행복하게 만드는 음식문화 정착에 자신의 일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행복의 시작은 밥상이 출발이라고 믿는다.
이메일 : mh@hani.co.kr       트위터 : psols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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