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로 조리한 최고의 스키야키

예종석 2008.09.16
조회수 10088 추천수 0

[예종석의 맛있는 집]  도쿄 ‘닌교초 이마한’

 

 

Untitled-3 copy.jpg

 

음식에 관심이 좀 있는 일본사람들은 메이지유신(1868년)을 흔히 ‘요리유신’이라고 표현한다. 7세기 덴무(천무)의 ‘살생과 육식을 금지하는 칙서’ 이후 무려 1200년 동안 지켜온 육식금지의 율법을 메이지 ‘천황’이 유신선포와 함께 하루아침에 해금해 버렸기 때문이다. 육식 해금은 당시의 일본인들에게는 상당히 충격적인 사건이었던 모양이다. 육식을 반대하는 쪽의 자객이 열 명이나 왕의 거처에 난입해 네 명이 사살되는 사건이 발생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들은 그때까지 육식이 몸과 마음을 더럽힌다고 믿고 있었다.


메이지는 육식을 해금했을 뿐 아니라 자신이 고기를 몸소 시식하기도 하고 궁중에서 서양요리 만찬을 베푸는 등 양식 보급에도 앞장섰다. 그는 육식으로 일본인의 체형을 바꾸는 것이 근대화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실제로 그 이후 육식이 일반에 보편화되면서 일본인들의 체구는 커지기 시작했고 일본의 근대화 작업도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이즈음 일본인들이 많이 먹기 시작한 고기요리가 ‘일본전골’, 곧‘스키야키’다. 육류를 보양식으로 은밀하게 먹던 에도시대에는 스키야키를 기러기·오리·사슴 등 야생고기로 해 먹었다고 한다. 간사이 지방에서는 생선이나 고래 고기로도 스키야키를 해 먹었다고 한다. 그러나 메이지유신 이후에는 쇠고기가 주재료가 되었는데 육식에 대한 저항감을 완화시키고자 일본식 전골 형태로 쇠고기를 끓여먹은 것이 스키야키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스키야키의 어원은 고기를 쟁기(스키)에 구워먹은 데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고 메이지유신 이후 육식을 시작한 일본인들의 고기 사랑, 그 중에서도 쇠고기 사랑은 지극해서 지금은 서구에서도 알아주는 고급 쇠고기 생산국이 되었다. ‘와규’(화우)라고 불리는 일본 쇠고기 중 이른바 고베 고기나 마쓰자카 고기 등은 가격도 엄청나게 비쌀 뿐 아니라 세계 미식가들의 식탁에 빠지지 않는 메뉴가 되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이후 우리 한우의 마케팅 전략 방향 설정에 참고할 만한 사례다.

 

그런 쇠고기로 조리한 최고의 스키야키를 맛볼 수 있는 식당이 바로 도쿄의 ‘닌교초 이마한’(人形町 今半)이다. 

 

yeah.jpg1895년에 문을 연 유서깊은 이 식당은 창업 이래 흑모화우 중에서도 3년 미만의 극상 암소 고기만을 고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들이 손님 곁에 앉아서 정성을 다해 구워 주는 스키야키를 날달걀에 슬쩍 담갔다 먹어보면 ‘입에서 녹는다’는 우리말 표현이 얼마나 적절한 것인지를 알 수 있다. 점심 스키야키세트는 2625엔부터 시작하나 저녁에는 비싸다. 일본의 고급식당이 대체로 그렇듯 점심 때 가는 것이 같은 음식을 싼값에 맛볼 수 있는 방법이다. 지하철 닌교초역에서 가까우며 전화번호는 03-3666-7006이다. 긴자, 신주쿠 등 도쿄 곳곳에 지점을 두고 있으며, 아사쿠사 이마한은 같은 뿌리의 형제점이다.

 

예종석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첨부
박미향 기자
한겨레신문에서 음식문화에 관한 다양한 기사를 쓰고 있다. 2000년에 직장인들의 야식을 주제로 한 연재물 '밤참'을 시작으로 먹을거리와 인연을 맺었다. <그곳에 가면 취하고 싶다>, <인생이 있는 식탁> 등 4권의 음식 관련 책을 냈다. MBC <여성시대> 등에 출연해 맛난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타고난 체력과 품 넓은 열정을 재산 삼아 맛과 이미지의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행복하게 만드는 음식문화 정착에 자신의 일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행복의 시작은 밥상이 출발이라고 믿는다.
이메일 : mh@hani.co.kr       트위터 : psolsol      

최신글

엮인글 :
http://kkini.hani.co.kr/6227/6af/trackback
List of Articles

천천히 더 천천히 와인도 내 걸음도 

  • 손용석
  • | 2009.03.23

토스카나 양조장 ② 넘실거리는 포도밭과 광장에서 즐기는 ‘망중한’ 차로는 못가는 오르비에토 곳곳엔 여유가 넘쳐 토스카나 여행의 매력은 마을 순례에 있다. 토스카나 마을은 저마다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포도밭이 즐비한 시골이지만 눈과 입이 심심하지가 않다. 운수 나쁜 날은 광장서 소매치기 당할 수도 먼저 토스카나 와인의 대명사인 키안티와 키안티 클라...

공기 밟듯 산책하라, 촉촉한 와인처럼 

  • 손용석
  • | 2009.01.16

와인칼럼니스트 손용석씨가 지난 5년 동안 와인으로 유명한 프랑스, 이탈리아 등의 유명 와이너리(와인 양조장)들을 둘러보고 갖가지 와인들을 시음한 경험들을 몇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토스카나 양조장 ① 애호가의 ‘로망’…한 모금에 수백년 역사 ‘음~’ 포도밭 정원 삼아 우아한 식사 곁들이면 ‘아~’ 와인 양조장 순례엔 성경 대신 양조장이 표기된 지도가 필요하다. 성배 ...

대형식당에서 즐기는 딤섬

  • 예종석
  • | 2008.09.24

[예종석의 맛있는 집] 홍콩 ‘제이드 가든’ 홍콩(香港)은 음식의 천국이다. 홍콩은 1842년에 난징조약(南京條約)을 맺은 뒤부터 영국의 식민지가 되어 1997년 중국에 반환될 때까지 영국의 지배를 받았다. 그 긴 155년의 세월을 통해 홍콩에 흘러들어간 서구 문명은 기존의 중국 문화와 혼합되어 독특한 홍콩의 문화를 만들었다. 홍콩에는 세계의 음식이 다 있다. 세계에서 인...

한상 떡 벌어지는 진짜 한정식

  • 예종석
  • | 2008.09.24

[예종석의 맛있는 집] 전남 순천 대원식당 순천은 참으로 아름다운 고장이다. 세계 5대 연안습지로 꼽히는 순천만은 70만평에 이르는 갈대밭과 개펄로 나그네들을 압도한다. 이른 새벽의 대대포구에는 일찍이 작가 김승옥이 무진기행에서 “밤사이에 진주해 온 적군같이 빙 둘러싼다”고 했던 물안개가 무성한 갈대밭 위로 아른거린다. 그곳은 문자 그대로 안개나루(霧津)다. 먼동이...

일본 ‘양식’의 진정한 원조

  • 예종석
  • | 2008.09.24

[예종석의 맛있는 집] 도쿄 렌가테이(煉瓦亭) 일본의 음식 분류에는 ‘양식’이라고 하는 장르가 있다. 여기서 양식이란 서양 요리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는 서양 음식이지만 일본에 가서 현지화된 음식을 뜻한다. 흔히 일본의 3대 양식이라고 하는 돈가스와 카레라이스, 고로케를 비롯해 함박스테이크, 오므라이스, 하야시라이스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음식은 본고장에...

해산물 파스타, 시칠리아의 그 맛

  • 예종석
  • | 2008.09.24

[예종석의 맛있는 집] 서울 대치동의 그란구스또 이탈리아에는 “이탤리언 요리는 없고 향토 요리뿐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음식의 지역별 특성이 강하다. 로마 제국이 분열한 뒤 이탈리아는 여러 나라에게 점령되었고, 그 영향은 각 지역의 특성과 맞물려서 지방마다 고유의 음식이 발달하게 되었다. 이탈리아 음식은 지역별로 세분화되어 있지만 크게는 남부와 북부로 나눌...

쇠고기로 조리한 최고의 스키야키

  • 예종석
  • | 2008.09.16

[예종석의 맛있는 집] 도쿄 ‘닌교초 이마한’ 음식에 관심이 좀 있는 일본사람들은 메이지유신(1868년)을 흔히 ‘요리유신’이라고 표현한다. 7세기 덴무(천무)의 ‘살생과 육식을 금지하는 칙서’ 이후 무려 1200년 동안 지켜온 육식금지의 율법을 메이지 ‘천황’이 유신선포와 함께 하루아침에 해금해 버렸기 때문이다. 육식 해금은 당시의 일본인들에게는 상당히 충격적인 사건...

봉평메밀냉면, 등심보다 한수 위

  • 예종석
  • | 2008.09.16

[예종석의 맛있는 집] 서울 도곡동 벽제갈비 일본에 소바가 있다면 우리에게는 냉면이 있다. 냉면이 요즘은 여름음식으로 알려졌지만 동국세시기에는 겨울철 시식으로 기록되어 있다. 지금도 연세 높으신 실향민들 중에는 옛날 이북에서 추운 겨울밤에 덜덜 떨며 얼음이 둥둥 뜨는 동치미에 말아먹던 냉면 맛을 잊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 그런 냉면의 본고장인 평양엘 얼마...

127년 역사, 일본 소바의 으뜸

  • 예종석
  • | 2008.08.19

[예종석의 맛있는 집] 도쿄의 ‘간다야부 소바’ 일본사람들은 면을 참 좋아한다. 하루 한 끼 정도는 면으로 해결하며 길거리에는 메밀국수(소바)나 가락국수(우동), 라면을 파는 식당들이 즐비하다. 특히 전철역 근처에는 면 종류를 파는 간이식당들이 흔해서 출퇴근길에 서서 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광경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다양한 면류 중에서도 소바는 그 기원이나 ...

흑돼지 샤브샤브, 비법을 전수받다

  • 예종석
  • | 2008.08.11

[예종석의 맛있는 집] 서울 북창동 ‘꺼멍도새기’ 일본열도 남단 규슈의 남쪽 끝에 자리잡은 가고시마는 아름다운 경치로 유명하지만 돼지고기로도 널리 알려진 곳이다. 온후한 기후와 풍부한 고구마 사료를 먹인 흑돼지는 육질이 부드럽고 담백해서 환상의 흑돼지라고 일컬어질 정도다. 특히 이곳 흑돼지는 일본 대표요리의 하나인 샤브샤브 재료로 사랑받고 있다. 샤브샤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