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 연하남과 결혼한 나물맛 같은 그

박미향 2011.02.24
조회수 14329 추천수 0

 고백 이별 재회 거쳐 결국 ‘깨소금 합방’
 그 음식에 그 성정대로, 선배 같은 후배

 


살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 사람들 중 스승으로 모시고 싶을 만큼 건강한 사람이 있다면 정말 기쁘다. 후배 ㅂ은 내게 그런 이다. ㅂ은 인생의 고비마다 자신을 믿고 단호한 선택을 했다. 결과는 훌륭했다. 어느 날 다니는 금융회사를 그만두고 대학에 다시 입학했을 때도 그런 이유 때문에 세속적인 걱정은 하지 않았다.

 
 

시댁에는 2살 차이라고 귀여운 거짓말


그는 졸업하고 교사로 부임한 한 전문계 고등학교에서 “애들이 대사나 외우겠어”라는 조롱을 들으면서 연극반을 만들었다. 한 번도 칭찬을 듣거나 인정받아본 적이 없는 아이들과 대사를 읽고 몸동작을 연습하고 공연을 했다. 아이들은 생애 처음으로 상이라는 것을 타고 박수를 받았다. “연극반을 하고 1년 뒤 아이들이 참 많이 변했어요. 자부심 같은 것이 보였어요.” 그는 행복하게 사는 법을 학교에서 배운 적이 없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었던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그의 삶은 열정적이다.


 

박미향-산에나물-1.jpg

 

 

몇 년 전 내게 연애상담을 했을 때도 ‘역시 ㅂ이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남친은 그보다 무려 8살이나 어렸다. 2~3살 연하남과의 연애는 요즘 흔하지만 데미 무어도 아닌데! 용감하고 당당한 ㅂ도 연하남의 고백을 받았을 때 고민이 컸다고 했다. 당시 34살의 처자는 결혼을 생각해야 했고, 행여 ‘나이 많은 여자가 어린 남자라니 쯧쯧’ 하는 소리를 듣게 될까 걱정스러웠다. “지금 좋은데, 결혼 안 하면 어때.” 마음 가는 대로 연애를 시작했다.

 

나를 찾아왔을 때 ㅂ의 고민은 이별이었다. 연애한 지 2년 만에 둘은 헤어졌다. 바위만큼 단단한 관습 때문이었다. 고통이 컸고 나의 위로는 소용이 없었다. 이 연애는 결국 어떻게 되었을까? 헤어진 지 3달 만에 달려온 남친과 다시 만나 결혼하고 최근에 예쁜 아기도 낳았다. 시댁에는 2살 차이라는 귀여운 거짓말을 하고. 요즘 연극을 통한 치유프로그램에도 관심을 가지고 공부 중이다.

 

 

삼청동 나물요리 맛집 ‘산에 나물’, 무한 리필


따르고 싶은 선배 같은 후배 ㅂ은 청국장과 나물을 좋아한다. 두 가지만 있으면 밥 10공기는 가볍게 해치운다. 건강한 먹을거리 나물은 ㅂ과 닮았다. 음식은 사람의 성정과 품성을 그대로 드러내기도 한다. 나물요리는 우리나라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음식이다. <증보산림경제>(1766년) 6권에 ‘여러 가지 나물은 독이 없으니 먹어도 좋다’라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우리 식탁과 가깝다. 밥상차림의 기본인 3첩 반상에도 김치, 생채와 함께 나물이 들어간다. 조선시대 맛객인 <도문대작>의 저자 허균은 귀양지에서 양식이 떨어지면 돌미나리, 쇠비름으로 배를 채웠다. 나물은 햇볕에 말렸다가 불려 삶아 무치면 더 고소하다. 나물마다 다르긴 하지만. 천천히 씹어 먹어야 그 향과 식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ㅂ이 산후조리를 끝내면 봄 냄새 한가득 핀 나물요리를 먹으면서 오순도순 이야기꽃을 피우리라. 건강한 나물요리가 있는 맛집들이 계속 늘고 있다.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산에 나물’은 생긴 지 7년 되었다. 이름처럼 산에 가야 먹을 법한 나물들이 9~10가지 나온다. 가격이 조금 비싼 게 흠이지만 맛나다. 나물은 무한 리필 된다.
(‘산에 나물’/ 02-732-2542/ 점심 특선 2만2000원, 저녁 3만~8만원. 부가세 별도/ 낮 12시~오후 3시, 오후 5시30분~오후 10시. 일요일 휴무.)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첨부
박미향 기자
한겨레신문에서 음식문화에 관한 다양한 기사를 쓰고 있다. 2000년에 직장인들의 야식을 주제로 한 연재물 '밤참'을 시작으로 먹을거리와 인연을 맺었다. <그곳에 가면 취하고 싶다>, <인생이 있는 식탁> 등 4권의 음식 관련 책을 냈다. MBC <여성시대> 등에 출연해 맛난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타고난 체력과 품 넓은 열정을 재산 삼아 맛과 이미지의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행복하게 만드는 음식문화 정착에 자신의 일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행복의 시작은 밥상이 출발이라고 믿는다.
이메일 : mh@hani.co.kr       트위터 : psolsol      

최신글

엮인글 :
http://kkini.hani.co.kr/7371/0af/trackback
List of Articles

생선이 피인 어만두, 바다와 땅맛이 한 입에

  • 박미향
  • | 2011.02.24

민어 광어 숭어 등 포로 떠…모시적삼 같은 맛 동아만두 감자만두 등 다양…모양도 가지가지   ▲ 어만두 지루한 겨울이 끝나고 봄이 문턱이다. 봄이 오는 소리가 소곤소곤 들린다. 겨울 음식 하면 호호 불면서 먹는 만두가 제격이다. 따끈한 만두 몇 개면 추위가 사라진다. 따스한 봄이 온다고 만두가 식탁에서 사라질까! 청량한 맛으로 봄 식탁을 채워줄 만두가 ...

8살 연하남과 결혼한 나물맛 같은 그

  • 박미향
  • | 2011.02.24

고백 이별 재회 거쳐 결국 ‘깨소금 합방’ 그 음식에 그 성정대로, 선배 같은 후배 살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 사람들 중 스승으로 모시고 싶을 만큼 건강한 사람이 있다면 정말 기쁘다. 후배 ㅂ은 내게 그런 이다. ㅂ은 인생의 고비마다 자신을 믿고 단호한 선택을 했다. 결과는 훌륭했다. 어느 날 다니는 금융회사를 그만두고 대학에 다시 입학했을 때도 그...

법으로 밥벌이 하는 메밀묵 같은 친구들

  • 박미향
  • | 2011.02.17

먹어도 먹어도 더부룩하지 않고 허하지도 않아 가수 14명의 ‘봄날은 간다’ 안주 삼아 또 한 잔   “따르릉, 따르릉.” 손전화가 울렸다. “선배, 어디신지요? 출출하면 오세요.” 후배 ㄱ의 전화였다. 기특하기도 하지! 강원도 인제에서 올라온 것을 어찌 알고 전화를 했는지! 힘겨운 노동을 끝낸 사람에게는 따끈한 방과 지친 심신을 위로해줄 맛깔스러운 음식이 제일 먼저 ...

세계 최고 바텐더가 빚은 ‘막걸리 칵테일’ [4]

  • 박미향
  • | 2011.02.14

가을 들녘 늙은 농부의 주름진 강인한 손 맛 세상에 없던 술…마릴린 먼로는 뭐라 그럴까 ▲ (왼쪽부터) ‘올드 파머’ 에리크 로린츠의 막걸리 칵테일, 엄도환 바텐더가 만든 막걸리 칵테일 ‘스노맨’. “나는 아내가 없는 동안 일만 열심히 할 거야.” 출판사 편집장 리처드 아서는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뜨거운 맨해튼의 여름을 피해 시골로 휴가를 떠난 아내 헬렌과 아...

오랫동안 지글지글, 우정의 총합이 ‘나’

  • 박미향
  • | 2011.01.27

오래된 프랑스 가정식 요리 ‘코코뱅’이 걸쭉 맛이 준 기억의 선물, 그 추억의 총합도 ‘나’  ‘기자님이 혹시 제가 알고 있는 박미향씨 맞나요?’ ‘예전에 동문수학한 그분 맞나요?’ 독자들로부터 메일이 날아왔다. 신년호 현미 다이어트 기사 때문이다. 기사를 재미있게 구성할 요량으로 아주 오래전 찍은 흐릿한 얼굴사진을 게재한 탓에 도통 알 수 없는 이들로부터 ‘사...

배꼽 잡는 음식점 이름, 입맛도 잡는다

  • 박미향
  • | 2011.01.21

‘곧 망할 집’, 20년 간 장수…‘면사무소’엔 국수가 브레드 피트, 대장균집, 놈, 진짜루, 뭐 하는 집? “곧 망할 집이죠, 위치가 어디예요?” “곧 망할 집이죠, 예약이 되나요?” 도대체 무슨 소리지? ‘곧 망할 집’의 위치는 왜 물어보는 것일까? ‘곧 망할 집’은 인천 월미도에 있는 횟집 이름이다. ‘곧 망할’ 줄 알았던 이 집은 20년간 장사를 하고 있다. 이곳을...

신이 내린 비린 맛, 그 맛도 모르고…

  • 박미향
  • | 2011.01.20

어선에서 먹은 생멸치 조림 맛, 도심에서 만나 정답만 말하던 언니 같은 후배, 맛에서는 오답   남해로 향하는 버스에 오르자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재작년의 일이다. 배를 탄다는 사실만으로 두려움이 엄습했다. 취재 길에 그런 기분은 처음이었다. 지구를 침공한 외계생물체를 만나러 가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오래전 속초에서 곰치잡이 배를 탔던 기억 탓이다. 새벽 5시 겨울...

뷔페 같은 외모의 그, 치명적 유혹은 본성

  • 박미향
  • | 2011.01.13

우연히 피디 눈에 띄어 한때 잘나가는 아역 배우 그의 일터 레스토랑 죽과 동치미 환상의 ‘라이브’    겨울 햇살은 참 좋다. 차가운 공기를 마구 휘젓고 힘겹게 대지에 앉는 노력이 가상하다. 그날도 따스했다. 뷔페 레스토랑의 창가는 봄날 같았다. “안녕, 안녕, 오랜만이야.” 만나자마자 손을 마주 잡았다. 온기가 전해져왔다. 1년 만이다. 반가웠다. 4년 전 그를 처음...

웃음과 신기함 뿌린 요리, 먹기도 재밌다

  • 박미향
  • | 2010.12.31

 낙타 뱃속에 양, 그 속에 닭, ‘모래구덩이 바비큐’   중세 프랑스에선 남자와 여자의 그것 모양의 빵      중세 프랑스에는 재미있는 향신료 빵이 있었다고 한다. 쫄깃한 빵은 남성의 성기 모양이거나 포동포동한 여성의 젖가슴과 엉덩이 모양을 하고 있었다. 다산을 기원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달콤한 빵을 맛보기도 전에 웃음부터 터뜨렸다. 음식에 뿌리는 양념 중에...

택시 창문에 머리 끼여 ‘동물원 원숭이’ 꼴

  • 박미향
  • | 2010.12.30

  막 대하는 그 선배와 한 잔 걸친 막걸리가 ‘원흉’ 손잡이 말 안 듣고 기사는 ‘비 내리는 호남선’만    조지 오웰은 자신의 책에서 인간을 ‘음식 담는 자루’라고 표현했다. 이 자루는 종종 특수한 상황에 직면하면 내용물을 세상에 분출해버리는 ‘웃긴 짓’을 저지른다. 8~9년 전 이맘 때였다. 다른 신문사 ㄱ 선배와 막걸리를 한잔 했다.   나만의 원칙 “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