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식당’ 뺨치는 요리만화가 등장

박미향 2011.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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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깃쫄깃 시루떡 같은 요리만화 <키친>의 조주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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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리만화 <키친>의 조주희 작가

 

요리만화는 대형서점에 독자적인 코너가 있을 정도로 인기다. 요리는 이제 문화코드다. 수백권에 달하는 요리만화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공통점을 발견한다. 50권이 넘게 이어지는 장수 만화들은 대부분 일본 작가들의 작품이다. 고전처럼 읽히고 있는 <미스터 초밥왕>, <맛의 달인>, <아빠는 요리사> 등이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인기를 얻은 <심야식당>이나 신작으로 소개된 <고독한 미식가>, <에키벤 철도도시락 여행기>도 일본 만화다. 
 

만화로 요리의 즐거움을 알아가는 이들은 안동의 건진국수나 순천의 짱뚱어탕 대신에 돈코쓰라멘이나 가쓰동, 규동이 더 친근하다. 친근한 것을 먼저 찾기 마련이다. 일본 요리책도 덩달아 인기다. 현재 27권까지 나온 <식객>이나 <차이니즈 봉봉클럽>, <짜장면>, <자취요리대작전>, <오늘의 커피>, 술 만화 <대작>, <술술술> 등의 우리 만화가 있지만, <식객>과 1999년에 발간된 <짜장면>을 빼놓고는 한두 권짜리에 그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최근 4권을 출간한 우리 요리만화가 있다. 조주희(35·사진) 작가의 <키친>이다. <키친>은 그동안 화려한 <식객>의 그늘에 가려 조명을 받지 못했지만 요리마니아들 사이에서 이미 소문이 난 만화책이다. 팬들도 생기고 한 공중파 프로그램에 소개까지 되었다. <키친>이 연재되고 있는 만화잡지 <윙크>나 홈플러스의 누리집도 인기다. 조주희 작가는 순정만화잡지 <윙크>에 ‘세계 유람쥐’, ‘독서클럽’, <팝툰>(2009년 폐간)에 ‘시간여행보고서’를 연재했던 만화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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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리만화 <키친>

 

 

 

“요리란 미식 아닌 생존 차원의 것”

 

이달 초 서울 용산역에서 조주희 작가를 만났다. 첫마디가 “하하하”였다. 그는 목젖이 보일 정도로 크게 웃었다. 만화 속의 자화상이 툭하고 튀어나와 있었다. 이 사람이 궁금하다. 어디를 보나 골방에 처박혀서 머리털 쥐어뜯으며 창작의 고통을 운명처럼, 삶의 쾌락처럼 느끼는 이로는 보이질 않았다.

 

만화를 그린다는 사실을 빼면 조씨는 매우 평범한 이다. 고려대학교 국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서울 목일중학교 국어교사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건실한 한 남자의 아내다. 남편의 직장 때문에 현재 충청도에 살고 있고 육아휴직 중이다. “이런 일(인터뷰)이라도 있어야 서울에 와서 놀 수 있어요” 하고 까르르 웃는다.

 

하지만 그의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평범하지만은 않았다. 일찌감치 만화가가 되겠다고 결심한 그는 ‘고대신문’에서 4칸 만화를 그렸다. 대학을 졸업하고 인디만화집단 ‘화끈’에 있었다. “이때를 이야기하면 이름 때문에 제가 다 ‘화끈’거려요.” 즐거운 농담을 던진다. 3년간이었다. 그는 “(작가로서) 애매한 때”였다고 했다. 인디만화와 메이저만화, 상업만화 사이에서 방황을 했다. 결국 1999년 임용고시에 합격하면서 양쪽 세계에 대한 고민을 접었다. 

 
학교도 그에게는 치열한 삶의 현장이었다. 질긴 미련이 결국 사고를 치는 법이다. 2001년 만화잡지 <윙크>의 공모전에 당선이 되었다. 당시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만화의 스토리는 훌륭했지만 그림은 미숙해 보였기 때문이다. “초기 그림은 눈뜨고 볼 수 없는 지경이었어요.” 그는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탁월했다. 그의 장점이다.

당선은 되었지만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지는 못했다. 인생의 기회는 의외로 사소하고 우연한 일에서 시작하기도 한다. <윙크>에서 8쪽짜리 “땜빵만화”를 부탁했다. 그는 순정만화 형식에 요리만화의 내용을 담았다. ‘비빔국수’라는 제목이었다. 결혼에 반대한 엄마와 다툰 딸이 비빔국수를 통해 화해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독학 만화가지만 윤태호 작가가 스승

 

반응이 좋았다. 그는 결혼을 하고 처음 요리를 했다고 한다. 만화에 좋은 소재가 되었다. 일상에서 시작한 요리가 스토리와 결합을 하자 금세 시선을 끌었다. <키친>의 연재가 시작되었고, 책으로 출간하게 되었다. <키친>은 마치 <심야식당>처럼 누군가 옆에서 자주 먹는 음식과 우리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최고의 맛을 찾기 위한 처절한 대결은 없다. 오로지 생굴을 먹고자 모여든 친구들이 ‘굴엔 간장만 살짝 올리는 거야’, ‘레몬즙만으로도 충분해!’ 하고 다투는 이야기나 엄마의 지도편달을 받으며 만든 된장찌개에 대한 그리움, 외간 남자와 눈이 맞아 도망가 버린 엄마 때문에 고통스러운 소녀가 반 친구들이 만들어준 비빔밥에서 위로를 받는다는 이야기 등, 천천히 책장을 넘기고 있노라면 폭풍우 치는 격정적인 밤 대신 물안개 솔솔 피는 이른 아침이 생각난다. 만화 <이끼>가 주는 전율도 없고 <순정만화>의 분홍빛도 없지만 그저 재밌다. 해장용으로 아침에 끓여 먹는 북엇국이나 먹을수록 쫄깃한 시루떡 같은 맛이다.

 

<키친>은 구성이 재미있다. 4~5페이지는 만화, 1페이지는 작가의 실생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가 세계여행을 하면서 맛본 음식 중에 ‘베스트 5’와 ‘워스트 5’를 뽑기도 했다.

그는 독학으로 만화가가 되었지만 스승 같은 이가 있었다고 말한다. 2010년 문화계를 후끈 달군 윤태호 작가다. 2000년 당시 윤태호 작가의 문하생으로 있었던 친구이자 만화가인 토마(본명 정순미)를 졸라 하루 조수를 부탁했다. 윤 작가는 흔쾌히 수락했다. 조씨는 윤 작가에게 큰 자극을 받았다. “저렇게 되고 싶다. 저렇게 치열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지금 치열한 삶을 살고 있다. 4살과 6살, 두 아이의 엄마인 그는 오전에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고 5시간을 꼬박 작업에 매달린다. 아이들이 돌아오면 주부로 돌아간다. 아이들이 잠든 뒤인 새벽 3시부터 아침 7시까지 다시 작업을 시작한다. 그에게 하루란 이틀이다. 이런 정신없는 일상에서도 요리만화를 놓을 수 없는 이유는 “요리가 들어가면서 만화에 (요리하는) 소리, 냄새 같은 오감까지 들어가서 더 풍성해진 느낌이 들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에게 요리란 미식이 아니다. 그저 “생존 차원”의 것이라고 말한다. 만화 속에 등장하는 이야기는 자신의 실생활에서 겪은 것들이거나 친구들의 삶이다. 그 속에 작가가 추구하는 균형이 담겨 있다. “치열함과 여유, 일과 가정의 균형, 균형이야말로 인생을 사는 데 중요한 요소”라고 그는 말한다.

만화평론가 박인하(청강문화산업대 만화창작과 교수)씨는 조주희 작가 같은 이들이 많이 배출되려면 “일본처럼 지원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식객>만 해도 취재비 등을 김영사가 제공했다. 한식을 세계화하려면 한국 요리만화에도 충분한 지원이 이어져야 한다”며 아쉬움을 털어놨다.

 

글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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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향 기자
한겨레신문에서 음식문화에 관한 다양한 기사를 쓰고 있다. 2000년에 직장인들의 야식을 주제로 한 연재물 '밤참'을 시작으로 먹을거리와 인연을 맺었다. <그곳에 가면 취하고 싶다>, <인생이 있는 식탁> 등 4권의 음식 관련 책을 냈다. MBC <여성시대> 등에 출연해 맛난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타고난 체력과 품 넓은 열정을 재산 삼아 맛과 이미지의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행복하게 만드는 음식문화 정착에 자신의 일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행복의 시작은 밥상이 출발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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