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이 피인 어만두, 바다와 땅맛이 한 입에

박미향 2011.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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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어 광어 숭어 등 포로 떠…모시적삼 같은 맛
동아만두 감자만두 등 다양…모양도 가지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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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만두

 

 

지루한 겨울이 끝나고 봄이 문턱이다. 봄이 오는 소리가 소곤소곤 들린다. 겨울 음식 하면 호호 불면서 먹는 만두가 제격이다. 따끈한 만두 몇 개면 추위가 사라진다. 따스한 봄이 온다고 만두가 식탁에서 사라질까! 청량한 맛으로 봄 식탁을 채워줄 만두가 있다. 어만두와 감자만두, 동아만두, 편수 등이다. 어만두와 편수는 여름철 만두지만 기온이 올라가는 봄철 입맛을 돋우는 데도 탁월하다. ‘이태리 장인이 한땀 한땀 수놓은’ 공력 이상의 정성이 들어간다. 만드는 법도 독특해서 요리 마니아들에게 신기할 따름이다.
 

생선의 또다른 희안한 변신
 

조선시대 조리서들에 등장하는 어(魚)만두는 만두피가 생선의 살이다. <음식디미방>(1670년대 장계향이 지은 최초의 한글조리서)에는 어만두와 숭어만두 조리법이 기록되어 있다. 어만두는 생선살을 7~8㎝ 정도로 포를 떠서 소금 등으로 간을 한 뒤 그 위에 쇠고기나 버섯, 오이, 숙주 등으로 만든 속을 올리고 녹말가루를 묻혀 찌는 만두다. 날로 먹거나 탕의 재료가 되는 생선이 동그란 만두의 피부가 된 것이다.

 

한국요리연구가 강인희(1919~2001년) 선생의 제자인 전통음식연구가 이동순(60)씨는 민어, 광어, 숭어 등이 적당하다고 한다. “술안주의 개념이었는데 요즘은 주요리로 먹죠. 식으면 생선살이 단단해지기 때문에 찌자마자 먹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겨자즙이나 초간장과 함께 먹습니다.” 어만두는 밀가루 반죽으로 속을 한복 여미듯이 숨차게 동여맨 만두가 아니다. 씹을수록 모시적삼처럼 거칠지만 뿌듯한 노동의 맛이 느껴진다. 시원한 바다와 땅이 한꺼번에 입안으로 쏙 들어오는 꽉 찬 맛이다. 작은 틈도 없이 눈뭉치처럼 꽁꽁 뭉쳐진 속은 우리 만두의 특징이다.
 

 

터질 듯 터질 듯 가득 찬 속맛 

 

아삭아삭한 동아를 만두피로 쓰는 동아만두는 독특한 식감이 장점이다. 동아만두는 무처럼 시원한 박과식물 동아를 피로 썼다. 동아 하면 낯설다. 타원형인 동아는 여름날 수채화 같은 하늘색을 띤다. 예전에는 무만큼이나 사랑받던 식재료였지만 지금은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에는 해독에 좋다는 효능이 알려지면서 전라도 일부지역에서 재배하고 있다. 단단한 늙은 동아의 껍질을 벗기고 흰 속살을 얇게 잘라 투명한 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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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자만두

 

감자만두는 따끈할 때도 식은 뒤에도 맛나다. 식은 감자만두의 피는 시원한 맛으로 침샘을 자극한다. 함경도지역에서 즐겨 먹었던 감자만두는 감자막가리만두라고도 했다. 감자를 막 갈아서 생긴 건더기와 녹말이 재료다. 모양은 흡사 감자떡과 비슷해 보이지만 만두가 맞다. 영화 <집으로>에서 할머니가 자른 유승호의 머리모양처럼 투박하다. 감자만두에 팔, 다리라도 달려 있으면 강원도 산골을 금세라도 작대기 하나 들고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닐 모양새다. 송곳니가 폭 하고 쫀득한 감자피를 뚫고 들어가면 뭉클뭉클한 속들이 ‘나 부드럽지, 포근하지, 넉넉하지’ 하고 달려든다. 이동순씨는 “담백한 맛이 장점”이라고 말한다. 그 옛날 밀가루는 아주 귀한 식재료였다. 선조들은 다양한 재료를 만두피로 활용하는 놀라운 재주를 발휘했다.

 

편수는 우리 고서적 <규합총서>(1809년 빙허각 이씨가 쓴 가정살림 총지침서)에 ‘변씨만두’라고

기록되어 있다. 변씨만두는 이집트의 피라미드처럼 바닥은 네모, 위는 세모 모양이다. 그대로 쪄서 먹기도 하고 찬 장국에 띄어 먹기도 한다. 찬 장국에서 떠먹는 재미가 있다. 입맛이 돋는다. <동국세시기>(조선 순조 때 홍석모가 지은 세시풍속서)에는 변씨 성을 가진 이가 만들어서 붙였다는 기록이 있다. 변씨만두의 창시자에 대해서는 자세한 기록이 없다.
 

우윳빛 치마폭에 녹색 물감이 뚝뚝

 

우리 만두는 중국 만두와 달리 모양도 다양하다. 미만두라고도 부르는 규아상은 해삼 모양으로 빚고, 찔 때 푸른 담쟁이 잎을 깐다. 얼핏 완성된 모양을 보면 우아한 우윳빛 치마폭에 뚝뚝 녹색 물감이 떨어진 것처럼 보인다. 음력 6월에 먹는 여름만두다. 만둣국인 석류탕에는 입이 살짝 벌어진 석류 모양의 만두가 들어간다. 동그랗게 모아진 몸 덩어리 위에 꽃잎들이 이어질 듯 끓어질 듯 애잔하게 춤춘다. 한입에 쏙 들어간다. 우리 만두의 특징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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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류탕

 

 

도토리 모양으로 만드는 도토리만두, 대파의 흰 부분 끝에 만두소를 붙여서 마치 옥잠화처럼 만든 파만두, 작게 만든 만두들을 큰 만두피에 다 싸서 마치 보자기 안에 들어간 것처럼 만든 보만두(대만두) 등, 우리 만두는 만날수록 그 모양과 맛에 감동을 받는다. 이동순씨는 먹고 난 다음 마음도 몸도 편해지는 건강식이 우리 만두라고 말한다. 따스한 봄에 여름철 우리 전통만두의 맛을 살짝 먼저 맛보자.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요리 이동순 전통음식연구가

 

 

 

이동순씨가 알려준 만두 요리법

 

▶어만두

재료: 민어 1마리, 소금, 흰 후춧가루, 식용유, 녹두 녹말 약간씩, 다진 소고기 100g, 표고버섯 2장, 목이버섯 2장, 오이 1개, 숙주 100g, 초간장, 겨자즙, 양념(간장 1큰술, 다진 파 1큰술, 다진 마늘 1/2큰술, 설탕, 참기름, 깨소금, 후춧가루 약간씩).

만드는 법:

1. 민어는 반을 갈라 껍질을 벗기고 길이 8cm 정도로 얇은 포를 뜬다. 소금과 흰 후춧가루를 뿌려 두었다가 물기를 짠다.

2. 표고버섯과 목이버섯은 채로 썰어 다진 소고기와 함께 양념을 한 후 볶아 낸다.

3. 오이는 5cm 정도로 썰고 껍질 쪽을 돌려 깎아 채로 썬 뒤 소금에 절인다. 물기를 짜고 팬에 볶는다.

4. 숙주는 소금을 약간 넣어 데친 뒤 잘게 썰어 물기를 짠다.

5. 준비된 소 재료를 고루 섞어 둔다.

6. 민어포를 펼쳐 놓고 녹두 녹말을 뿌리고 소를 놓아 둥글게 만다. 말면서 옆면을 잘 붙인다. 겉면에 녹두 녹말을 묻혀 찜통에 넣어 살짝 쪄낸다.

7. 접시에 담고 초간장과 겨자즙을 같이 낸다.

 

▶감자만두

재료: 감자 600g, 다진 돼지고기 100g, 표고버섯 1장, 부추 30g, 양파 50g, 쑥갓, 소금, 초간장, 고기양념(소금 1/2작은술, 다진 파 1작은술, 생강즙 1작은술, 참기름, 깨소금, 후춧가루 약간씩).

만드는 법:

1. 감자는 껍질을 벗기고 강판에 갈아 물에 담갔다가 체에 세 번 정도 물을 갈아주며 내린다. 건더기는 꼭 짜 찜통에 넣어 말갛게 될 때까지 찐다.

2. 감자를 갈아 체에 거른 뒤 윗물은 버리고 바닥에 가라앉은 앙금을 준비한다.

3. 쪄낸 건더기에 소금 약간, 가라앉은 녹말을 넣어 고루 섞는다.

4. 표고버섯은 다지고 부추는 잘게 썬다. 양파는 다져 소금을 뿌려 절인 뒤 물기를 짠다.

5. 준비된 소 재료에 양념을 넣어 고루 섞는다.

6. 감자반죽을 떼어내어 둥글고 납작하게 손으로 편 뒤 소를 넣어 반달모양으로 만든다.

7. 찐 다음 쑥갓 잎을 올려준다.

8. 접시에 담고 초간장을 같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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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향 기자
한겨레신문에서 음식문화에 관한 다양한 기사를 쓰고 있다. 2000년에 직장인들의 야식을 주제로 한 연재물 '밤참'을 시작으로 먹을거리와 인연을 맺었다. <그곳에 가면 취하고 싶다>, <인생이 있는 식탁> 등 4권의 음식 관련 책을 냈다. MBC <여성시대> 등에 출연해 맛난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타고난 체력과 품 넓은 열정을 재산 삼아 맛과 이미지의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행복하게 만드는 음식문화 정착에 자신의 일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행복의 시작은 밥상이 출발이라고 믿는다.
이메일 : mh@hani.co.kr       트위터 : psols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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