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덴테'의 맛도 피클 없으면 꽝!

박미향 2011.03.31
조회수 14230 추천수 0

문영화·김부연의 그림이 있는 불란서 키친

본토 스파게티 비법, 포장지를 살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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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는 다른 유럽국가에서 온 유학생들이 참 많다. 기차, 자동차로 쉽게 움직일 수 있는 지리적 요건도 그렇거니와 아르바이트, 건강보험 등을 공유하는 협정으로 경제적 부담까지 덜어주어 옆 동네 마실 가듯 오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에서 유학 온 모니카는 남편과 같은 조형예술학과 학생이다. 서예 수업시간에 한자를 손으로 쓴 것인지 발로 그린 것인지 모를 정도로 헤매는 그녀를 도와주며 친해지게 되었다. 어느 날은 그가 식사 초대를 했다. 그는 우리를 위해 봉골레 스파게티를 준비했다. 학교 식당에서 파는 스파게티는 면이 너무 퍼져 맛이 없다며 이탈리아 본토의 맛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그가 말하는 비법은 알덴테(al dente). 면을 씹었을 때 이에 살아 있는 촉감이 느껴지게 삶는 것이 포인트. 스파게티 면은 우리 국수처럼 굵기가 여러 종류다. 포장지에 번호와 삶는 시간이 명시되어 있다. 이 시간이 바로 알덴테 시간이다.

 

그는 비싼 조개까지 사서 봉골레 스파게티를 준비하고 있었다. 장화처럼 기다랗게 삼면이 바다인 이탈리아나 3000㎞의 해안을 가진 프랑스나, 바다라면 아쉬울 것이 없는 나라들이지만 조개 가격은 ‘헉’ 소리 나게 비싸다. 갯벌이 적기 때문이다. 1㎏당 가격이 2만~5만원 정도 하니 조개 먹는 날은 잔칫날이다. 신나게 스파게티를 우적거리며 먹는데 잠시 허전한 기분이 들었다. “피클 줘!” 그게 뭐냐며 당황하는 모니카에게 한참 설명했다. 결론은 이탈리아인들은 피클을 안 먹는다는 것. 그러거나 말거나! 사람들은 처음 접한 맛과 상태를 기억하기 때문에 문화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우기면서 기어이 냉장고를 뒤져 피클을 꺼냈다. 신기한 듯 쳐다보는 그를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한다. ‘다음에 라면 먹을 때 김치 주나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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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골레 스파게티(2인분)
 
재료: 스파게티 160g, 모시조개 400g, 올리브유 4Ts, 다진 마늘 1Ts, 소금, 후추, 파슬리 약간, 화이트 와인 1/2컵, 스파게티 삶은 물 1컵
 
만들기
1.
깨끗이 손질한 모시조개는 바닷물 정도 염도가 있는 물에 담가 어두운 곳에서 반나절 해감한다.
2. 끓는 물에 소금(염도 10%)을 넣고 스파게티를 삶는다. 포장지에 적혀 있는 시간(일반적으로 7~9분)보다 2분 정도 덜 삶는다.
3.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다진 마늘을 넣어 볶다가 조개를 넣고 저어준 다음 화이트 와인을 뿌린다. 불이 붙으며 조개 비린내가 날아가는데 바로 꺼야 탄내가 나지 않는다.
4. 스파게티 삶은 물을 붓고 끓어오르면 준비된 면을 넣는다. 많이 저을수록 공기와 면이 닿는 시간이 늘어나서 간이 배고 탱탱한 면발을 유지할 수 있다.
5. 소금, 후추로 간을 하고 파슬리를 넣어 섞어 준다. 


TIP

1. 조개 중에는 살은 없고 개흙만 있는 것이 있다. 이런 것을 모른 채 넣으면 음식을 버린다. 딱딱한 판 위에 조개를 올려 탁구공 튕기듯 5번 정도 튕기면 개흙만 든 것은 툭 하고 벌어진다.

2. 해감할 때 물속에 동전이나 포크 등 쇠붙이를 같이 넣어 두면 뱉어낸 모래를 다시 먹지 않는다. 3. 면은 2분 정도 덜 삶은 채로 소스와 함께 마저 익히면 알덴테를 유지할 수 있다.
4. 면을 한 번에 넉넉하게 삶아 식용유를 뿌려 골고루 섞어 냉장고에 넣어두면 3일은 너끈히 보관할 수 있다. 이때 1인분씩 양을 잡아두면 더 편하다.

 

 

그림 김부연, 글 문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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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향 기자
한겨레신문에서 음식문화에 관한 다양한 기사를 쓰고 있다. 2000년에 직장인들의 야식을 주제로 한 연재물 '밤참'을 시작으로 먹을거리와 인연을 맺었다. <그곳에 가면 취하고 싶다>, <인생이 있는 식탁> 등 4권의 음식 관련 책을 냈다. MBC <여성시대> 등에 출연해 맛난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타고난 체력과 품 넓은 열정을 재산 삼아 맛과 이미지의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행복하게 만드는 음식문화 정착에 자신의 일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행복의 시작은 밥상이 출발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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