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 까다로운 프랑스인 사로잡은 이 맛

박미향 2011.05.26
조회수 18545 추천수 0

“비린내” 김밥 싫다 해도 마늘 뺀 ‘불고기’엔 환호

 

bu1.jpg

 

 

프랑스인이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은 언제일까? 캐비아에 샴페인 한 잔 마실 때란다. 1㎏에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철갑 상어알과 최소 3~5년은 포도주 저장고에서 묵히면서 하루에 두 번씩 병목을 돌려줘야 탄생하는 샴페인은 호사스런 음식의 대명사다. 프랑스 초대 대통령이었던 드골 장군은 360가지가 넘는 치즈 중에 하나를 골라 먹는 프랑스 국민의 입맛을 어떻게 다 맞추느냐고 걱정했다. 조제핀은 나폴레옹을 잠에서 깨우기 위해 그가 좋아하는 마늘 치즈를 침대 머리맡에 두었다고 한다. 프랑스인이 집으로 저녁 초대를 했다면 식사 내내 안주인의 요리 실력에 대해 감탄의 인사말을 던지지 않으면 다시는 그 집 문턱을 넘을 수 없다.
 맛있는 것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프랑스 사람들은 각 나라의 산해진미도 즐기는데 도시는 물론이고 시골 마을을 가더라도 외국 음식점을 찾는 게 한국에서 맥도날드 찾는 것보다 더 쉽다. 파리만 하더라도 한국 식당이 100여개에 이른다. 그러기에 프랑스인들은 외국 친구가 식사 초대를 한다면 두말 않고 오케이. 하나 그 까다로운 입맛을 맞추기 위한 메뉴 선정은 머리가 다 지끈거릴 정도다. 해조류를 먹지 않기에 김밥을 주면 해물 비린내가 난다고 하고, 온갖 종류의 허브는 다 즐기면서 깻잎이나 부추는 향이 강하다고 하고, 디저트로 준비한 떡은 이에 달라붙는다고 꺼린다. 잔치 기분 내며 밀전병을 부치고 여덟 가지 고명을 준비해 구절판을 내면 멕시칸 분식인 ‘타코’가 돼버린다. 하지만 “이건 맛이 없어”라는 말은 절대로 하지 않는 그들. 다만 “나는 좋아하지 않아”라고 나름의 예의를 갖춘다. 하지만 이런 입맛의 프랑스인도 무릎을 꿇는 한국 음식이 있으니 다름 아닌 ‘불고기’다. 식탁 중앙에 불판을 올리고 구우면서 함께 먹으면 정겨운 문화라며 놀라고, 뚝배기에 보글보글 담아 한 사람씩 대접하면 시각적 효과에 감탄한다. 그들은 남은 소스에 밥을 비벼 먹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이번 불고기 레시피는 남편이 유학 시절 한국식당에서 설거지하며 어깨너머로 배운 것이다. 이 요리는 현지인의 입맛에 맞춘 것이고, 마늘이 들어가지 않는 점이 특징이다. 프랑스인들은 접시 위 마늘의 향을 즐기지만 그 향이 몸에 배는 것을 싫어한다. 프랑스에 살면서 두고두고 잘 써먹고 널리 전파했다.
 
 * 프랑스인이 좋아하는 불고기
 

재료: 불고기 감으로 슬라이스한 소고기 1㎏, 간장 200㎖, 설탕 150㎖, 물 600㎖, 양파 1/2개, 사과 1/4개, 후추 1ts, 레몬 1조각
 

만들기
 1. 간장과 물에 설탕을 잘 녹인다.
 2. 양파와 사과를 갈아 1에 넣고 레몬을 띄운다.
 3. 준비된 소고기에 붓고 굽는다.
 
 Tip 1. 미리 재울 필요 없이 먹기 전에 소스를 부으면 된다. 2. 연육작용을 위해 키위나 파인애플을 쓰는 경우가 있는데 극히 소량만 넣어야지 조금만 용량을 초과해도 죽이 되니 웬만하면 피하는 것이 좋다. 3. 물이 생각보다 많이 들어가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지 말라. 고기가 물을 흡수하거니와 소스와 어울려 충분히 맛있다. 4. 레몬이 냄새를 잡아주기에 외국인에게 대접하기 좋은 레시피이다.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첨부
박미향 기자
한겨레신문에서 음식문화에 관한 다양한 기사를 쓰고 있다. 2000년에 직장인들의 야식을 주제로 한 연재물 '밤참'을 시작으로 먹을거리와 인연을 맺었다. <그곳에 가면 취하고 싶다>, <인생이 있는 식탁> 등 4권의 음식 관련 책을 냈다. MBC <여성시대> 등에 출연해 맛난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타고난 체력과 품 넓은 열정을 재산 삼아 맛과 이미지의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행복하게 만드는 음식문화 정착에 자신의 일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행복의 시작은 밥상이 출발이라고 믿는다.
이메일 : mh@hani.co.kr       트위터 : psolsol      

최신글

엮인글 :
http://kkini.hani.co.kr/9709/e8c/trackback
List of Articles

‘글쓰는 요리사’가 찾아낸 ‘오래된 식당’의 장수 비결은...

  • 끼니
  • | 2018.09.03

‘노포의 장사법’ 펴낸 박찬일 요리사 ‘글 쓰는 요리사’ 박찬일씨. 지난달 31일 ‘글 쓰는 요리사’ 박찬일(53)씨는 ‘2018 스페이스 오디티’ 행사에서 평양냉면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2018 스페이스 오디티’는 음악 분야의 일꾼들을 서로 연결해 콘텐츠를 제작하는 회사인 ‘스페이스 오디티’가 연 콘퍼런스다. 이 행사엔 패션, 음식,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력을 ...

남북 정상이 먹는 달고기, 벌써 품절이라네요

  • 끼니
  • | 2018.06.22

‘남북정상회담 만찬’으로 ‘친절한 기자’에 오랜만에 등판한 음식문화 담당기자 박미향입니다. 27일 역사의 새 장을 연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처음 꺼낸 말은 ‘평양냉면’이었습니다. 그는 “어렵사리 평양에서 평양냉면을 가져왔다”며 “(문 대통령이) 편한 마음으로 좀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다”고 말했지요. 시인 백석이 사랑한 슴슴한 평양냉면이 역사적인 회담...

쥐, 정말 치즈를 가장 좋아할까?

  • 끼니
  • | 2018.04.09

이기적인 미식 욜로 푸드로 뜬 치즈 수백 가지 제조법 분류 참조하면 고르기 수월해 빵과 먹으면 더 맛있어 한국도 생산 농가 늘어나 대표적인 ‘욜로 푸드’ 중 하나인 여러 가지 치즈.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치즈아카데미 프로마쥬 김은주(37) 대표는 치즈 한 조각과 커피 한 잔으로 아침을 시작한다. 치즈는 와인 안주로 알려진 서양의 발효식품이다. 그는 “진한 ...

실존적 고민 빠뜨린 ‘쓰나미케이크’

  • 박미향
  • | 2011.07.01

  융통성 없는 파티스리 수업에서 인생을 배우다   파티스리(제과제빵)의 세계는 퀴진(요리)과 너무도 달랐다. 마치 다른 중력의 법칙을 가진 은하계에 떨어진 기분이었다. 파티스리에서 레시피는 바이블이자 꾸란(코란)이다. ‘경전’과 토씨 하나라도 다르게 조리하면 걷잡을 수 없는 재앙이 찾아온다. 예를 들어 레시피에서 달걀노른자 80g만 넣으라면 노른자를 쪼개서라도...

셰프의 자격, 야성이냐 과학이냐

  • 박미향
  • | 2011.07.01

누들로드 이욱정 피디의 르 코르동 블뢰 생존기<10> 퀴지니에와 파티시에…살벌한 라이벌 의식   ‘르 코르동 블뢰’의 학과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프랑스 요리 전반을 배우는 퀴진과 디저트와 빵 만들기를 배우는 파티스리 과정이 그것이다. 나처럼 두 과정을 전부 수강하는 이도 있지만 한쪽만 공부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고 실습교실과 담당교수까지 전부 다르다...

프랑스 갈레트, 한국판 부침개

  • 박미향
  • | 2011.07.01

<문영화, 김부연의 그림이 있는 불란서 키친> 검은 밀로 만든 대중식…전통주 시드르 찰떡궁합    프랑스는 남북한을 합친 면적의 약 2배 반이 넘는 넓은 국토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국토의 80%가 평야와 구릉지인 유럽 최대의 농산물 재배국이다. 한국에 알려진 프랑스는 관광과 명품 수출이 주를 이룬다고 생각하지만 그들은 오히려 농업국가라고 스스로를 칭한다. ...

입맛 까다로운 프랑스인 사로잡은 이 맛

  • 박미향
  • | 2011.05.26

“비린내” 김밥 싫다 해도 마늘 뺀 ‘불고기’엔 환호 프랑스인이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은 언제일까? 캐비아에 샴페인 한 잔 마실 때란다. 1㎏에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철갑 상어알과 최소 3~5년은 포도주 저장고에서 묵히면서 하루에 두 번씩 병목을 돌려줘야 탄생하는 샴페인은 호사스런 음식의 대명사다. 프랑스 초대 대통령이었던 드골 장군은 360가지가 넘는 ...

누들로드 이욱정피디 르 코르동 블뢰 생존기

  • 박미향
  • | 2011.05.26

기말실기시험과 벌인 필사의 결전 2인의 낙제 유력후보 피말리는 경쟁…그리고 반전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초급과정의 최종 관문이자 당락을 결정짓는 ‘파이널 프랙티컬’(Final Practical Test), 기말실기시험이었다. 평소 수업시간의 평가가 아무리 좋아도 소용없다. 이 마지막 실기시험을 망치면 낙제 처리되어 초급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들어야 한다. 상상만 해도...

프랑스 여인 버선발로 뛰어나올걸

  • 박미향
  • | 2011.04.27

한국입양아 엄마의 손맛 스민 ‘뵈프 부르기뇽’    파리의 겨울은 유독 습하고 길고 춥다. 그래서인지 봄의 햇살이 그렇게 고맙다. 친구 부부와 봄날 야외스케치를 간 곳은 파리 인근의 강변마을로 샛강 줄기를 따라 집들이 늘어서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이젤을 펴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지 한 시간이나 지났을까? 구름이 몰려오더니 비가 내린다. 비를 피할 마땅한...

누들로드 이욱정피디 르 코르동 블뢰 생존기

  • 박미향
  • | 2011.04.27

쫓겨난 예비셰프들 “잠깐만 참았더라면…” 주방에 난무하는 욕설…물리적 폭력에는 ‘불관용’ 원칙 요리사들이 등장하는 영국의 티브이(TV) 리얼리티 쇼를 보면 빠지지 않는 캐릭터가 있다. 지상파 방송에서 저래도 되나 할 정도로 말끝마다 비속어를 남발하고 성질나면 접시부터 공중에 날리고 본다. 바로 고함지르는 욕쟁이 셰프다. 폭군의 가련한 희생양은 지옥의 주방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