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화, 김부연의 그림이 있는 불란서 키친>
검은 밀로 만든 대중식…전통주 시드르 찰떡궁합
프랑스는 남북한을 합친 면적의 약 2배 반이 넘는 넓은 국토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국토의 80%가 평야와 구릉지인 유럽 최대의 농산물 재배국이다. 한국에 알려진 프랑스는 관광과 명품 수출이 주를 이룬다고 생각하지만 그들은 오히려 농업국가라고 스스로를 칭한다. 격년으로 열리는 농업박람회는 100여개 국제박람회 중 국민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고, 현직 대통령뿐 아니라 차기 대권주자까지 이곳에 얼굴을 내밀어야 국민의 외면을 받지 않을 정도다. 그만큼 프랑스인의 농업에 대한 애착은 크다.
배수가 잘되는 석회토 지형인 프랑스는 쌀을 재배할 수 없는 토양이지만 밀농사에 적합하다. 빵이 주식인 나라답게 밀 경작 유럽 1위인 이곳은 밀이 한참 자라는 봄과 가을(1년에 두차례 심는다)이면 온 국토가 푸르게 춤을 춘다. 그중 북쪽에 위치한 브르타뉴 지역에서 경작되는 밀은 우리나라 메밀에 가까운 것으로 12세기 아시아에서 들어왔다. 토양뿐 아니라 온도와 습도까지 맞아떨어져 연중 강우량이 많은 이곳에서는 ‘100일 식물’로 불릴 만큼 잘 자란다. 글루텐 함유량이 적고 산도가 높으며 영양소가 풍부한 검은 밀이다.
이 밀로 만든 음식은 오래전 브르타뉴 농민의 가난한 식사에서 오늘날 대중음식으로 자리잡았다. 크레이프라고 불리는 이 음식은 요즘 한국에서도 전문점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소금이 들어간 식사용과 설탕이 들어간 디저트용으로 구분된다. 소금이 들어간 크레이프는 갈레트(galette)라고도 불리는데 해물이든 고기든 식성대로 이것저것 올려 먹으면 한끼 식사로 손색이 없다. 우리나라 부침개와 가까운 형태와 맛으로, 강우량이 많은 브르타뉴에서 크레이프를 즐기는 것은 어쩐지 한국에서 비 오면 부침개가 생각나는 것과 흡사하다. 곁들이는 술로는 알코올 도수 3~8도의 ‘시드르’라는 브르타뉴 전통주가 궁합이 잘 맞는다. 18세기만 하더라도 서민은 맥주를 마셨고 ‘시드르’는 값이 비싸 귀족을 위한 술이었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 사과 재배가 활성화되고 양조장이 기계화되면서 지금은 슈퍼마켓에서도 저렴하고 쉽게 구입할 수 있다.
* 갈레트
재료: 갈레트 8~10장 분량. (갈레트 반죽: 메밀가루 250g, 달걀 2개, 식용유 1Ts, 소금 1/2ts, 물 500㎖, 버터 40g), 토핑 재료(양송이버섯, 양파, 베이컨, 달걀)
만드는 법
1. 믹서가 있으면 버터를 제외한 모든 재료를 넣고 1분 정도 돌린다. 없으면 큰 용기에 밀가루를 넣고 기름, 달걀, 소금 순으로 넣어 저으면서 물을 조금씩 넣어 잘 섞는다.
2. 준비된 반죽을 젖은 행주로 덮어 2시간 정도 숙성시킨다.
3. 양송이버섯과 양파는 슬라이스로 썬다. 베이컨은 1㎝ 길이로 썰어 프라이팬에 살짝 볶아 준비한다.
4. 프라이팬에 버터를 두르고 숙성된 반죽을 최대한 얇게(밀전병 두께) 부친다.
5. 준비한 채소를 올리고 가운데에 달걀을 깨뜨려 올린다.
6. 둥근 반죽의 네 귀퉁이를 살짝 네모로 접어 모양을 낸다.
Tip 1. 프라이팬에 버터는 아주 소량만 넣어야 반죽이 밀리지 않는다. 버터 대신 식용유를 써도 괜찮다. 2. 식용유도 조금만 써야 하는데, 종지에 식용유를 붓고 감자 조각을 포크로 찔러 식용유를 묻혀 프라이팬에 문지르면 양이 딱 좋다. 3. 반죽에 소시지를 올려 돌돌 말아 먹는 ‘소시지 갈레트’ 역시 브르타뉴 전통 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