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속의 꼬막무침

조회수 9053 추천수 0 2013.01.11 14:33:02

지금은 명칭이 바뀐 국민 학교 시절이야기이다. 지금 초등학교 아이들이 학교급식을 먹는 관계로 도시락에 대한 추억이 거의 없지만 1980년대에 국민 학교를 다녔던 30․40대는 도시락에 대한 추억들이 많을 것이다. 내 기억으로는 저학년은 도시락이 없었고 고학년에 올라오면서 도시락을 들고 다녔었다. 그 당시 남자 아이들 도시락 메뉴의 최고 인기는 단연 소시지, 햄 종류였다. 특히 포도송이 같았던 주렁주렁 달린 비엔나 소시지는 최고의 인기였다. 항상 햄 반찬을 듬뿍 가지고 와서 점심시간 때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친구의 얼굴이 아직 기억에 남아있다. 이에 반해 나의 도시락반찬은 양념된 깻잎, 고등어조림, 콩단백, 김치 등등 그리고 밥은 항상 잡곡, 콩밥, 현미밥 지금으로 치면 훌륭한 웰빙 식단이지만 친구들은 이런 반찬들을 싫어하였다. 점심시간이 되면 내 반찬통은 인기가 없었다. 그 당시 어린 꼬마의 입장에서는 왜 그리 창피했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종종 부엌에 몰래 고추장을 한 숟가락 문방구에서 쥐포구이를 사서 몰래 찢어서 반찬통에 넣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면 그 날은 친구들이 내 반찬통에 관심을 보였다. 눈이 많이 오는 날이었다. 도시락을 들고 가는데 무슨 자갈이 굴러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무슨 반찬인지 참 궁금했는데 점심시간이 되어 반찬통을 열어보니 조그만 조개에 빨간 양념이 발린 <꼬막무침>이 떡 하니 자리 잡고 있는게 아닌가? 친구들은 처음 보는 도시락반찬에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고 왠지 모를 부끄러움에 반찬통을 닫아버렸다. 그리고 집에 가서 어머니께 이 반찬이 싫다고 투덜되었던 것 같았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때 도시락 반찬이 없어서 밥만 들고 왔던 친구들도 있었는데 참 무례한 행동이었다. 그리고 20여년이 지난 지금, 이상하게도 성인이 되어서 나는 이 꼬막무침을 보면 어릴 때의 아련한 추억들이 기억이 난다. 영화<라따뚜이>에 나오는 음식비평가인 안토니고가 생쥐인 레미가 해준 음식<라따뚜이>를 먹고, 어릴 때 친구에게 놀림 받고 온 날 어머니가 해준 그 기억을 회상했듯이 이제는 나에게 꼬막무침은 소중하고 정성이 담신 추억의 맛이 되었다. 그래서 멀리 벌교에 가서 꼬막무침을 사 먹기도 하고, 눈이 오는 날 아내와 같이 꼬막무침을 먹으면서 옛날이야기를 풀어놓지만 정작 어머니에게는 아직도 그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그 당시 어머니가 해주신 도시락에 대한 부끄러워 했던 미안한 마음이 아직도 가슴 한쪽 구석에 남아있어서일까?

 

박태형 / 경남 창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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