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맛 여행 요것만은 알고 가자

박미향 2008.07.30
조회수 10238 추천수 0

[맛집 순례]

 

관광청 가이드북·미식가 블로그·맛 지도는 필수
그냥 갔다면 ‘식당 만유인력 법칙’인 ‘줄’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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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보는 것'보다 '먹는 것'을 위해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맛집 여행객들이다. 특히 미식의 천국, 일본으로 향하는 이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 일본은 구루메(미식가) 블로그만 해도 수만 개에 이른다.

 

최근 <일본에 먹으러 가자>를 펴냈고 일본 맛집 블로거로도 유명한 까날(29)씨의 비법을 따라 우리도 실속 있는 일본 맛집 여행에 나서 보자.

 

그가 여행지를 선정한 뒤 처음 하는 일은 대형 서점의 외국서적 코너에 가는 것이다. 그 지역에 관한 내용이 담긴 일본 관광청의 가이드북을 구입한다. "우리나라 가이드북은 업데이트가 늦어요. 일본어지만 사진만 보면 어떤 음식인지 알 수 있고 지도가 정확하다"고 말한다.

 

일본관광청 가이드북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이곳에 등장한 맛집들은 비교적 교통이 좋은 곳에 있다는 것이다. 낯선 곳을 찾아 나선 여행객에게 이보다 더 안심이 되는 것은 없다. 일본에서 맛집을 찾다가 길을 잃어버렸을 때는 세 가지 말만 기억하고 있어도 큰 도움이 된다. "히다리(왼쪽)", "미기(오른쪽)", "맛스구(똑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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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을 땐 세 마디, 식당 가선 한 마디!

 

인터넷도 샅샅이 뒤진다. 그가 알려주는 보물 같은 사이트는 구루나비(gnavi.co.jp)와 타벨로그(tabelog.com)다. 구루나비는 일본 구루메들이 맛집들에 대한 정보를 올리는 사이트이고 타벨로그는 유저들이 맛집에 관한 점수를 적어놓는 곳이다. "구루나비나 책자를 통해 점찍은 집을 타벨로그에서 찾아보면 별점이 나온다. 상위 별점을 받은 집 중에서 가격을 비교해서 정한다"고 그는 말한다. 그 밖에 포털 <다음>의 일본 여행동호회 사이트나 일본에서 2년 이상 거주한 이들의 블로그도 큰 도움이 된다.

 

그 다음엔 지도를 만든다. 고른 맛집 주소를 구글 맵에서 찾아 상세한 지도를 복사하고, 웹 번역 사이트를 이용해서 한국어로 정리한다. 일본어로 된 지도도 빼놓으면 안 된다. 손가락 하나만으로 길을 물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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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없이 일본에 간다면? 도착하자마자 당장 서점에서 맛집 관련 잡지나 책을 산다. 도쿄는 2주마다 발행하는 <도쿄 워커>가 있고 지역 맛집을 알려주는 책자가 있다. 정보가 상세하게 적혀 있다. 일본어를 몰라도 지하철 노선표와 이 책들만 있으면 찾아갈 수 있다.

잡지도 책도 구입을 못 했는데 갈 곳을 정해야 한다면? 방법이 있다. 일본인들이 길게 줄을 선 곳에서 맛을 보면 된다. 일본 구루메들의 특징은 몇 시간 줄을 서 있더라도 꼭 맛난 곳에서 한 끼를 해결한다는 거다. 1천엔보다 싼 가격에 최고의 맛을 즐길 만한 곳을 광적으로 좋아한다.

 

맛집에 가면 이 말은 꼭 기억하자. "오스스메 구다사이" 우리말로 "추천해주세요"다. 그럼 단박에 주인이 자랑하는 음식을 골라준다. 그 집 최고의 맛이다. 한두 번 맛 여행을 다녀오면 당신도 최고의 맛 여행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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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의 천국’ 오사카는 어디를 들어가도 기본은 한다

 

카날씨의 하루 맛집 일정

 

아침에는 마땅히 갈 곳이 없다. 일본의 맛집들은 11시30분에서 3시, 5시에서 8시 30분까지 운영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카날씨는 그 점을 고려해서 아침에는 빵집을 찾는다. 이곳에선 출근하는 이들을 위한 모닝세트를 판다.

 

점심은 프랑스나 이탈리아 레스토랑을 찾는다. 일본의 양식요리 수준은 세계적이다. 일본 경제가 한창 버블일 때 많은 젊은이들이 유럽으로 요리 유학을 떠났었다. 그들이 돌아와 이제 솜씨를 발휘하고 있다. 디너 가격의 반값 정도로 그 맛을 즐길 수 있다.

저녁은 가격이 저렴하지만 그 지역의 맛 특색이 잘 드러나는 집이나 라멘집, 스시집을 찾는다.

 

3 년간 스무 번 이상 일본을 방문한 그가 가장 아끼는 곳은 오사카란다. "일본에서 맛의 천국은 오사카다. 오사카 사람들은 맛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스시 정도만 도쿄의 맛을 인정한다." 오사카 어디를 들어가도 맛의 기본을 하더란다.

 


글·사진 박미향 한겨레 맛전문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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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향 기자
한겨레신문에서 음식문화에 관한 다양한 기사를 쓰고 있다. 2000년에 직장인들의 야식을 주제로 한 연재물 '밤참'을 시작으로 먹을거리와 인연을 맺었다. <그곳에 가면 취하고 싶다>, <인생이 있는 식탁> 등 4권의 음식 관련 책을 냈다. MBC <여성시대> 등에 출연해 맛난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타고난 체력과 품 넓은 열정을 재산 삼아 맛과 이미지의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행복하게 만드는 음식문화 정착에 자신의 일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행복의 시작은 밥상이 출발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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