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순례] 울릉도 맛집
쇠고기맛 나는 삼나물, 그보다 더 비싼 참고비
바다바람 덕에 천연 무공해…약소는 예약필수
배가 포구에 들어서자마자 짠내가 코털을 건드린다. 동해바다 봉긋 솟은 섬, 울릉도. 온갖 팔딱팔딱 뛰는 생선들이 섬을 찾은 이들의 혀를 유혹할 것 같지만 이 섬에 최고로 맛난 것은 나물이다. 육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나물들이 지천에 널려있다. "울릉도는 해양성 기후라서 풀에 독성이 없습니다. 요즘 나물들이 외지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어 산에서 밭으로 옮겨서 재배하고 있습니다"고 울릉농협 천부지점 장 김경봉씨가 말한다.
허기 달래주는 명이 사라질 위기…더덕은 뭍과는 딴 판
울릉도 산나물은 바다바람 때문에 병충해가 거의 없다. 농약을 치지 않아도 잎이 무성해서 예부터 섬사람들에게 좋은 먹을거리였다. 울릉도의 대표적인 나물은 삼나물이다. 잎이 산삼처럼 생겨서 삼나물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지만 실제 인삼에 들어있는 사포닌이 많다. 삼나물은 묘한 맛이다. 땅에서 자란 풀 조각이지만 쇠고기 맛이 난다. 한우의 쫄깃한 육질 맛이 입안을 들뜨게 한다. 채식주의자들에게 인기만점이다. 울릉도에서만 재배되고 1년에 한번밖에 생산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가격은 1킬로그램에 약 8만원이다.
고사리와 비슷하게 생긴 참고비는 단백질 등이 풍부한 고급나물이다. 통통한 줄기를 젓가락에 휘휘 감아 먹으면 흡사 태안반도의 박속낙지를 먹는 기분이 든다. 이것 역시 귀해서 삼나물 보다 조금 더 비싸다. 1킬로그램에 12만원이다.
부담 없이 지갑을 열 수 있는 나물도 있다. 울릉도 나물의 장점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으면서 1년에 세 번 수확하는 부지갱이가 있다. 1킬로그램에 1만원~1만5천원이다. 부지갱이는 미역치, 곰치 등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씹을수록 부드럽고 고소하다.
서울 유명백화점에서도 불티나게 팔리는 명이는 주로 초절임을 해서 먹는다. 오래 보관할 수 있다. 1882년 조선 고종 19년에 육지에서 개척민들이 섬에 들어와서 추운 겨울을 나는 동안 배고픔을 달래준 것이 명이였다. 그런데 명이가 요즘 울릉도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그런 이유로 4~5년 전부터 울릉군청에서 채집을 통제하고 있다.
울릉도 더덕은 특이하다. 흔히 더덕하면 질긴 결이 단점이자 장점이다. 씹는 내내 질긴 듯 쫄깃한 결과 씨름해야 하고 살짝 쓴 듯한 맛도 즐겨야한다. 하지만 울릉도 더덕은 딴 판이다. 사각사각 흡사 셔벗 같은 아삭함이 있고 스폰지 케이크 같이 부드럽다. 높은 산등성이를 올라서 가빠진 숨을 더덕즙이 가라앉혀 준다. 한잔에 천원인데, 울릉도 바람이 된 것처럼 시원하게 뚫어 준다.
홍합탕 내장탕…, 회 요리에 정신 팔 시간 없어
울릉도 나리분지로 내려오면 <나리촌식당>에서 한상 떡하니 차려진 이 나물밥상을 만날 수 있다. 씹을수록 나물의 고운 결이 혀를 휘감는다. 땅두릅은 까칠까칠한 거친 맛이 낯설게 느껴지지만 이 또한 자연의 맛이다. 11가지 나물이 등장하는 산채정식을 주문하면 된다. 가격은 1만원이다.(054-791-6082)
울릉도는 나물 외에도 다양한 먹을거리가 있다. 회 요리에 정신을 팔 시간이 없다. 익힌 홍합과 밥을 달콤한 장으로 비빈 홍합밥은 참기름을 들이부은 듯 고소하고, 오징어 내장탕은 구수해서 술꾼들 해장에 더없이 좋다. 포구 들머리에 있는 <우성회센타>에서 맛볼수 있다. 홍합밥은 1만2천원, 오징어 내장탕은 8천원이다. (054-791-3127)
울릉도에는 육고기는 없겠구나 하겠지만 울릉도에서만 기르는 약소가 있다. 약초를 먹여 키우는 약소는 약소불고기가 되서 식탁에 당당히 오른다. <혜솔약소솣불>은 울릉도 주민들도 예약을 하지 않으면 오래 기다려야할 만큼 인기 있는 집이다. 약소 불고기와 약소 숯불고기가 1만5천원이다. (054-791-1146)
산나물은 울릉도를 찾지 못한 사람들도 전화한통화면 맛 볼 수 있다. 울릉농협(054-791-6018,6008)과 울릉군 농민후계자의 집(054-791-0602,0603)에서 주문 가능하다.
글·사진 박미향 <한겨레> 맛전문기자 m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