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돌돌" 돼지바베큐

조회수 7513 추천수 0 2012.01.14 22:27:09

소대장으로 소대원30명과 조그마한 독립진지에서 근무하던 1999년 여름, 찌는 듯한 무더위 속에서 매일 비슷한 하루하루가 반복되고 있었다.

그날도 다른날과 다름없이 점심식사 후 소대간부들을 모아놓고 차한잔을 하며 이런저런 부대 일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중 “때끼리”라는 별칭으로 부르던 정비담당하사가 여름에 병사들이 훈련도하고 고생을 하니 회식을 한번 했으면 한다는 것이다.

마침 몇일 전에 부소대장하고 그런말을 했었는데, “그렇지 않아도 부소대장하고 생각중이니, 중대에 보고하고 난후 계획을 잡자”라고 말하며 차를 마셨다.

그렇게 잠깐의 휴식시간이 지나고 다시 오후 팀 훈련을 시작했다. 그런데 참 희한한 일이 일어났다. 갑자기 진지에 어린 돼지새끼 한 마리가 뛰어든 것이다. 소대원중 누군가가 “돼지새끼다!”라고 외치자 누가 시켰냐는 듯 모두들 돼지를 잡으러 달려들었다. 30분 정도의 사투(?)를 벌인뒤 분위기가 조용해 졌다. 꽥꽥하는 새끼돼지 울음소리만 들릴뿐... 소대원들은 “소대장님! 새끼돼지 한 마리를 잡아왔습니다. 어떻게 할까요?”하며 가지고 달려왔다. 잡아와서 보니 60cm가 좀 못되는 생후 몇 개월 되지 않은 어린 새끼였다.

“왜? 그 어린걸 잡아먹고 싶냐?”라고 물었더니 20명 남짓되는 병사들이 한결같이 “네”하는 것이다. 난감했다.

요즘도 그렇지만 그때도 병식단이 나쁘진 않았는데도 병사들이 흔히 하는 이야기로 “군용고기는 맛이 없다.”라는 생각에 어린 새끼돼지에게 군침을 흘리는 것이다.

“알았다, 일단 경계견 우리에 넣어두고 어디에서 온건지 알아보자. 알았지!” 소대원들은 기분이 들떠서 그런지 날아갈 듯 빠르게 경계견 우리쪽으로 캥거루 뛰듯이 걸어가고 있었다. 그렇게도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음날 알아보니 옆 부대에서 키우던 돼지였는데 부대를 도망쳐 나오면서 옆구리에 15cm가량 상처가 나 있었다. 차마 불쌍해서 어떻게 잡아먹을 수 없었다. 그래서 소대원들에게 “옆부대에서 기르던 돼지새끼라고 하니 돌려주자, 대신 소대회식을 할 수 있도록 중대장에게 보고 하겠다”라고 달랬다.

부소대장과 돼지 한마리를 잡아서 회식을 시켜주기로 결정하고, 쇳불도 단김에 빼라고 바로 중대장에게 보고해서 회식 일정을 결정했다.

오늘은 회식날! 모두들 분주하다.

분대장 둘은 사계청소 겸 잘라 놓았던 소나무들을 모아서 구이용 숯을 만들 준비를 하고, 정비관은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는 그릴을 드럼통을 잘라서 만들었다. 부소대장은 소대원 몇 명을 데리고 돼지고기를 사러 갔다. 그런데 부소대장이 타고 내려갔던 차가 1시간 정도 후 운전병 혼자 몰고 들어온 것이다. “아무개야, 부소대장하고 애들은?” “부소대장은 걸어서 올라오고 있습니다.” 알고 보니 돼지고기를 사가지고 오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돼지를 샀다는 것이다.

이런... ㅡ,.ㅡ;;

아래 길에서부터 140m 이상 높이가 되는 산을 걸어서 올라오는 이유가 더 황당했다.

돼지는 많이 걷고 움직여야 먹을 때 맛이 있다나? 부소대장하고 5명이서 나무 작대기를 하나씩 준비해 돼지 엉덩이를 “돌돌돌”하며 두드리면서 돼지를 몰고 올라오는 것이 아닌가!

마치 돼지가 헬스 클럽가서 운동하고 오는 것 같았다.

소대원들 중 ○○백화점 정육부에서 일하다온 녀석이 정육용 칼을 가지고 한번에 돼지를 잠재우고 쓱쓱 부위별로 잘라서 회식준비를 했다. 먹을 준비를 할 동안 소대원들을 데리고 운동을 하고 왔더니 가든파티 같은 분위기가 준비돼 있었다. 드럼통을 잘라 만든 두 개의 그릴에는 두툼한 생 돼지왕갈비 몇십개가 그대로 올려놓여서 왕소금과 함께 지글거리고 있었다.

먹을 것을 앞에 두고 시간을 끌면 안될거 같아 “고생들 많이 했고 앞으로도 최고의 소대가 돼자. 맛있게 먹어라!”라는 말과 함께 회식을 시작했다.

120근 짜리 돼지가 순식간에 뱃속으로 한근, 두근 들어가고 있었다.

산위에서 저녁놀을 보며 소나무 참숯에 구워먹던 돼지고기, 왕갈비 맛은 뭐라고 표현 할 수 없을 정도로 맛이 있고 향기도 좋았다. 소대원들도 정신없이 먹었고...

요즘도 가끔 그 생각을 하며 처갓집에 가면 뽕나무를 이용해 숯불을 만들어 고기를 구워먹는데 그때 그맛은 나질 않는 것 같다.

가끔 저녁놀을 보며 퇴근하다가 음식점에서 풍겨나오는 고기굽는 냄새를 맡으면 그때 생각이 나곤 한다. 희노애락을 같이 했던 우리 소대원들 다들 잘 있는지? 기회가 돼서 다들 모일 수 있다면 다시한번 돼지를 사서 “돌돌돌”하며 작대기로 몰고와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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