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찾아 서울로 올라온 후 15여 년 동안 나는 줄곤 엄마음식을 그리워하며 살았던 것 같다. 매콤하고 쫀득한 코다리찜, 머리 손질해서 튀긴 황실이, 양파장아찌 무침, 미나리김치, 죽순 많이 넣고 끓인 된장국 등, 다른 곳에서는 흔히 먹어보기 힘든 엄마만의 음식에 대한 향수가 나이가 들수록 깊어진다.

   그 중에서도 내가 가장 그리워하는 것은 된장박이 깻잎장아찌 지짐이다. 된장에서 잘 삭은 깻잎을 꺼내 씻은 후 꼭 짠다. 그리고 낱장으로 뜯어서 기름을 두른 팬에 지진다. 깻잎은 기름에 지지면 맛과 향이 부드러워지고 깊어지는데, 이 된장박이는 맛은 물론이고 식감까지 쫄깃해진다. 한 장을 펴서 따끈한 밥 위에 얹어 먹으면 정말 너무 맛있다. 은은한 깻잎 향과 쫄깃한 식감, 짭짤하면서도 깊은 맛, 내 생애최고의 음식으로 꼽을 정도이다.

   40여년을 살아오면서 이 반찬을 어릴 때 말고는 먹어본 적이 없다. 이 반찬을 내놓는 식당이나 이 음식을 먹어봤다는 사람도 만나보질 못했다. 더러 된장박이 깻잎장아찌가 귀한 반찬으로 대접 받는 걸 보긴 했지만 말이다.  

  우리집은 내가 고등학교시절 도시 아파트로 이사하면서 된장의 그 구수한 감칠맛을 잃어버렸고 엄마는 몇 해 더 장을 담그시다가 결국 사드셨다. 지금은 결혼한 자식들 주려고 메주를 사다 장을 담그시지만 이 된장박이 장아찌는 만들지 않으신다당신 솜씨가 예전만 못 하다고도 하시고, 우리가 어릴 때는 지금처럼 맛난 것이 없어서 그런 장아찌가 맛있었던 거라 하신다. 어쩌면 나에게는 제일 맛있게 기억되는 음식이 엄마에게는 궁색하게 살던 시절 짜디짠 반찬의 한가지일 뿐이라서 일지도…….

   올 해 나는 시골로 이사하는 행운을 갖게 되었고, 드디어 처음으로 나의 생애 첫 장 담그기에 도전한다. 이제 세 살인 딸아이와 같이 집에서 된장과 간장, 말린 나물이며, 장아찌 등을 만들어 보려한다. 딸애에게 맛있는 음식과 함께 추억도 선물할 수 있을 것이다.

   내년 여름 간장과 된장을 분리하면 깻잎을 따서 된장에 박아 장아찌를 담으리라. 그 깻잎이 삭으면 맛있게 지져서 딸아이 밥 위에 얹어주며, 엄마 어린 시절이랑 외할머니 이야기를 해줄 것이다. 그리고 따로 예쁘게 담아서 엄마를 찾아가련다. 내 생애 최고의 선물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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