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선물> 햇살 아래 밥상

조회수 8583 추천수 0 2012.11.20 20:43:19

 한창 연애를 하고 있던 어느 화창한 봄날, 주말에 우리집 근처의 중학교에서 여친이 토익시험을 보는 날이었습니다. 점심시간 즈음 해서 시험이 끝나니 함께 점심을 먹자고 했지요.

 저는 그날 여친에게 밥상을 선물해볼 생각이었습니다. 우선 다리를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작은 밥상을 꺼냅니다. 그 위에 집에 있는 반찬 이것저것을 접시에 나누어 담았지요. 운좋게(?) 냉장고에 어제 먹고 남은 돼지고기 수육이 있더군요. 이거다 싶어 수육 한 접시에 쌈장, 마늘, 그리고 상추도 잘 씻어 함께 담았습니다. 따뜻한 밥과 미역국을 두 그릇씩 담고, 끝으로 보자기로 밥상을 통째로 싸 묶습니다. 이것을 수평을 잘 유지하며 조심조심 자동차 뒷자석에 실었습니다.

 시험을 끝내고 나오는 여친을 교문 앞에서 기다려 만나 학교 근처의 작은 공원으로 갔습니다. 보자기로 싼 밥상을 조심조심 들고..

 잔디밭에 앉아 보자기를 열어보이자 우리 여친 무척이나 좋아하더군요. 따뜻한 봄햇살 아래에서 밥상을 두고 앉아 상추에 싸먹는 보쌈과 따뜻한 밥 한 공기. 어디 맛있다는 레스토랑에서 먹는 식사보다 훨씬 맛있고 행복했던 식사였습니다.

 그렇게 많은 추억을 쌓았던 여친과 저는 결혼을 했고, 지금은 각자의 일로 인해 서로 다른 곳에서 떨어져 살고 있습니다. 주말이 되어야 만나 함께 밥상 앞에 앉을 수 있지요. 일주일 내내 혼자 밥을 차려 먹는 저로서는 아내와 함께 하는 주말 밥상이 그렇게 맛있고 즐거울 수가 없습니다. 혼자 있으면 귀찮아서 최대한 간단하게 차려 먹지만, 함께 있으니 된장찌개 하나도 이런저런 재료가 듬뿍 들어가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우게 됩니다.

 그래서 드는 생각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어떤 특정 메뉴가 아닌, 가족이 밥상 앞에 모여 앉아 함께 밥을 먹는 그 일상의 시간이라는 것입니다. 가족이 모두 모여 식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그리 많지 않은 현대인의 생활입니다만, 저처럼 일주일 내내 혼자 밥을 먹는 사람에게는 가족과 함께 하는 식사 시간이 그토록 소중할 수가 없습니다.

 어서 빨리 다시 아내와 한 집에서 같이 살며 매일매일 밥상을 서로에게 선물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 봄날 잔디밭에서 행복해하며 밥 먹던 여친의 웃음을 매일 보며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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