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선물 > 사랑 담은 백김치

조회수 8596 추천수 0 2012.12.13 16:26:15

올해는 작년 보다 눈도 많고 훨씬 춥다고 한다

 

어김없이 돌아오는 김장철은 내가슴을 시리다못해 얼게하는 시간이다.

 

젊으셨을때 우리엄마는 음식솜씨가 무척이나 좋았다.

 

농사철에 새참을 가지고 나가도 반찬그릇들이 금새 바닥을 드러내곤했다.

 

그랫던 엄마가 연세가 드시면서 손맛도 변해버리셨다.

 

사람의 입맛이 간사한건지 아님 나이가 손맛까지 빼앗아 가는건지..

 

어느 순간부터 엄마의 음식이 내입맛과 조금씩 거리가 생겼을때 엄마와 나 사이에도

 

결혼이라는 현실로 거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친정집과 가까운 곳에 살면서도 뭐가 그리 바빴는지 자주 가질 못했다.

 

친정에 대한 그리움은 결코 거리와는 무관하다는 사실을 느끼면서...

 

어느덧  솜씨좋았던 엄마도 음식하시는걸 귀찮아 하시는것 같았다.

 

어쩌면 우리에게 예전같지 않은 당신의 손맛을 들켜 버린 민망함이였을지도 모른다.

 

그때부터 서투른 솜씨지만 친정에 김치를 갖다드렸다.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백김치는 절대로 빠뜨리지않고 가져가면 얼마나 맛나게 잘드시는지

 

내가 정말 솜씨좋은 사람인가  나스스로 약간은 으시대곤했다.

 

그것이 막내딸에 대한 부모님의 사랑이고 엄마는 당신대신 수고한 딸에 대한 미안함이 섞인

 

최고의표현임을 너무 늦게 알았다.

 

잘절인 배추에 다시마와 디포리 (사투리) 로 육수를내고 찹살풀을 넣고 미나리 쪽파  배 생강등을

 

넣어서 20일 정도면 내 손맛보다도 훨씬맛있게 내가 감사할만큼 맛있게 익는다.

 

요즘처럼 여러가지 재료로 멋을 내지않아도 나만의 맛있는 백김치가 된다.

 

4년전 엄마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2년후 아버지마져 병마와싸우실때있었던일이다.

 

아버지는 엄마가 그리워서 그러셨는지 엄마 손맛을 닮은 내가 만든 음식을 유난히 좋아하셨다.

 

돌아가시기 20일 전쯤 시원한 백김치가 드시고 싶다고 직접전화를 하셨다.

 

나는 그날바로 배추를 절여서 백김치를 담갔다.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오히려 행복했다 간호하는 언니가 이것저것 사다 드려도 식사다운 식사를

 

못하셨기 때문에 밥한공기 드시는게 우리모두의 커다란 바램이 된지 오래였으니 아버지의 전화가

 

반가울수밖에 ... 그리고 엄마가 더욱 그립다는 아버지의 또다른 표현이시기도 했다.

 

날씨가 추워서 잘익지않았다.

 

내마음은 하루가 급한데 내속도 모르는 김치가 야속하기만했다.

 

그래서 항아리를 부엌으로 들여놓고 급하게 아니 억지스레 익혀서 보내던날

 

난 내가 할수 있는 진심을다해 기도했다. 제발 맛나게 드시고 잃어버린 입맛찿으시길.....

 

언니가 전화를 했다 정말 거짓말처럼 밥한공기를 비우시면서 맛있다  맛있다  몇번이나 말씀하셨

 

다고 그렇게 맛있게 드시고는 일주일후 엄마가 계신 먼 곳으로 영영 가버리셨다.

 

아버지가 가신후 나는 백김치를 담가도 먹지않는다. 시원한 그맛이 내가슴을 더 시리게 하기때문에

 

부모님이 계신그곳은 얼마나 멀길래 내사랑이 전해지지도 않을까 

 

어김없이 돌아오는 김장철에 나는 또 한번 가슴시린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난 언제쯤 내가 담근 김치를 맛있게  마음편히 먹을수 있을까

 

그땐 아마도 한창 시간이 지난 후일것이다.

 

시린가슴이 조금 훈훈해지는 그날이 어서 오라고 말하고 싶진 않다.

 

엄마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내마음이 조금이라도 메말라버릴것 같으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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