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선물>내마음의 초계탕

조회수 8527 추천수 0 2012.08.17 00:51:22

우리 집에는 황소도 때려잡을 수 있는 건강한 두 딸이 있다.

취업을 준비하는 큰딸과 전문대를 졸업하고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편입을 준비하는 작은딸이 있는데, 젊디젊은 것들이 방에 틀어박혀 자기소개서를 쓰고 있거나

토익공부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속이 터지고 입맛이 쓰지만 지들은 더하면 더하지 싶어 울화통을 꾹꾹 누르곤 한다.

며칠 전, 딸들과 함께 식어버린 밥에 김치콩나물국을 데워 막 점심을 먹으려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이 시간에 오는 집전화는 기획부동산의 김미영 실장이나 에스어쩌고하는 텔레콤의 홍보전화라서 받을지 말지 망설이다 결국 내가 받았는데 뜻밖에도 상대는 오랫동안 연락이 없던

여고동창이었다. 수첩을 정리하다 전화번호가 있어서 했다며 무지 반가워했다. 나도 뛸 듯이

반가워하며 궁금했던 동창들 소식과 서로의 가족들 안부를 물어보며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더 궁금한 것이 없게 될 때쯤 마음 졸이며 피하고 싶었던 자녀들의 취업여부로 화제가 옮겨가고 말았던 것이다. 아들만 둘을 둔 친구의 큰아들은 삼X전자에 다니고 있고 작은아들은 금융권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하며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여친은 한의사라고 한다. 순간 내 머릿속으로 만감이 교차하면서 우리 딸들 미모가 뛰어나다는 이야기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다가 평소에도 겸손과 교양을 생활속에서 실천하며 살고 있는 나답게 교양과 품위를 잃지 않으며 어찌어찌 마무리하고

통화를 끝냈다. 밥을 먹으며 통화내용을 엿듣던 큰딸은 기가 팍 죽은 채 우샤인 볼트보다 빠른 속도로 식탁을 떠나고 눈치 없는 작은딸은 그 오빠들 강남스타일이냐고 물으며 우적우적 남은 밥을 마져 먹었다. 밥맛이 달아나서 점심을 굶은 나는 배도 마음도 고픈데다 갱년기의 화닥증까지 겹쳐 열이 오를 대로 오른 채 교양이고 뭐고 결국 딸년들에게 한바탕 화풀이를 하고야 말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후회가 쓰나미처럼 밀려와 새끼들 기를 살려줄 저녁식사로 초계탕을 만들고 있는데 둘 다 저녁약속이 있다며 나간다. 그래, 그 정도 미모에 스팩까지 뛰어난 자식이라면 내 차지가 될 리가 없지 생각하며 한입 가득 입에 넣은 초계탕의 맛은 모든 시름을 안도로메다로 날려버릴 만큼 상큼하고 황홀한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P.S 정자야, 강남사람들은 한겨레 안본대서 다행이긴 한데 혹시 이글을 읽더라도 오해는 하지

말아라. 네가 자랑질하려고 전화한 게 아니라는 거 진심 알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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