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엄마는 식당 일로 바쁘셨고 언니는 나보다 학교에 일찍 갔다.
그래서, 아빠가 일 나가실 때 아침밥상을 차리고, 내 도시락, 아빠 도시락을 싸는 일을
초등학교 4학년인 내가 했더랬다.
엄마가 해 놓은 반찬을 차리고, 도시락 통에 담기만 하는 거라
지금 생각하면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그 때 내 나이, 열 한 살은 조금 어린 나이였으니 버거웠을 법도 하다.
그래도, 뚝딱뚝딱 요리를 잘 하는 엄마를 닮아
어렸는데도 곧잘 요리를 하려고 했고 따라 했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엄마 손맛을 닮아 아빠에게 해 드린 요리 중 하나가 <두부 김치찌개>
소주를 좋아했던 아빠는 내가 끓인 <두부 김치찌개>를 맛있다고 해 주고,
남들 앞에서 자랑도 했다.
"우리 강아지~ 신통방통하네. 김치찌개를 기가 막히게 끓였네"
“엄마가 끓인 것보다 백 배는 낫다.”
소주 한 잔 들이켜고 따끈한 김치찌개 국물 한 입 떠 넣고,
보들보들 두부 하나를 밥 위에 얹어 쓱쓱 비벼 그 밥은
내 입 속으로 쏙 넣어 주시던 우리 아빠.
그렇게 아빠 한 입, 나 한 입, 맛있게 먹었던 <두부 김치찌개>
김치며 두부를 한 데 넣어 끓이기만 했던 11살 나에게
냄비 바닥에 김치를 깔고 두부를 살짝 포개 가지런지 돌려 담는 걸 가르쳐줬던 사람도
다름 아닌 우리 아빠였는데..
이젠, 소주 한 병 놓고 아빠와 마주앉아 소주 한 잔, 찌개 한 입 할 수 있는 나이가 됐지만
이젠 아빠가 안 계시니 그게 서운한 나이다.
아빠, 오늘은 꿈에서 만나 한 잔 할까요?
제가 두부 김치찌개 맛있게 끓여 놓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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