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갱이는 다슬기를 이르는 충청도 방언이다. 요즈음에야 여러 해장국 중의 하나로 호텔 메뉴에도 등장하는 음식이 되었지만 예전에는 그렇게 대중적인 식재료가 아니었다. 깨끗한 물에서만 서식한다는 올갱이의 개체수가 환경오염으로 줄어들어, 가끔 마트에서 반가운 마음에 비닐봉지에 든 올갱이를 보면 중국산이거나 북한산이기 십상이다. 그것도 알맹이만 빼어 놓아서 바로 국을 끓여먹을 수 있도록 편하고 쉬운 음식이 되었다.
바지락이나 재첩을 오래 삶으면 조개 살만 분리가 되거나 입이 벌어져 껍질째 넣고 요리를 해도 먹는 데 크게 불편함이 없다. 그러나 예전에 올갱이 국은, 족히 한 두 시간은 허리도 펴지 못하고 강에 엎드려 올갱이를 잡는 수고로움과, 이 올갱이를 된장을 풀어 삶는 수고와, 일일이 바늘로 살을 빼어내는 수고로움 끝에서야 맛볼 수 있는 인고의 음식이었다.
사실 내가 더 좋아하는 것은 국에 넣은 것 보다는 된장을 넣고 끓여서 건져 올린 올갱이다. 갓 건져 올린 올갱이는 뜨겁다. 급한 마음에 바늘을 올갱이에 꽃아 한 쪽으로 돌리면 살만 쏙 빠져 나온다. 큰 올갱이라 해도 딱딱한 껍질 안의 살은 씹지 않고도 삼킬 정도였다. 그래도 양 어금니로 몇 번 씹다 보면 약간은 쓴 맛과 함께 절대로 비리지 않은 부드러운 식감에 더해지는 고유한 맛이 배어 나온다. 급한 마음을 누르고 대여섯 개씩 바늘에 꼬치처럼 꿰어 입으로 빼어 먹을 땐 나도 모르게 삼켜질 때까지 오래오래 씹었다.
또 올갱이의 입구 반대 쪽을 어금니로 깨어내고 입구 쪽을 쪽 빨아먹는 올갱이는 전혀 다른 풍미를 느끼게 한다. 그냥 맨 물에 삶아도 되는 일이지만 된장국에 넣을 올갱이를 된장을 풀고 삶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갓 잡아 온 올갱이는 싱싱했다. 이 싱싱한 올갱이를 솥에 넣고 된장을 풀어 다른 양념 없이 삶아낸다. 그러면 된장의 풍미와 올갱이의 식감이 잘 어울려진 맛을 즐길 수 있다. 가끔 입 안에 바스러진 올갱이 껍질이 만찬을 방해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즐거웠던 기억은 누이와 동생과 함께 둘러 앉아 바늘을 들고 올갱이 살을 빼어내던 재미다. 먹고 살기 힘들었던 시절의 음식이 어찌 올갱이 뿐은 아니겠으나 바늘에 꿰어진 올갱이 하나와 때로 다투며 때로 서로 챙겨주던 오누이와 형제들의 이야기 하나가 얽혀진 기억이 못내 그립다. 멀리 시집간 누이가 처음 집에 오던 날 아버지는 강에 나가 올갱이를 주워 오셨다. 제일 먹고 싶은 음식으로 누이가 꼽았던 그 올갱이 국이 새삼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