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 쯤은 처음 엄마 없는 엄마의 공간 부엌에서, 절대로 쓰지 말라고 했던 가스레인지로 해본 음식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파게티가 그러하다. ‘처음’이 가미된 엄청나게 맛없는 떡파게티.
전업주부였던 엄마는 어쩐지 저녁시간까지 집에 없었고, 나 혼자라면 굶고 기다렸겠지만 나에게는 혹이 하나 달려있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요리라고는 엄마의 지휘 하에 만들어지는 샌드위치와 볶음밥뿐이었고 설상가상으로 밥조차 만들어져있지 않았다. 짧은 굶주림과 크나큰 고통 끝에 초딩 하나와 미취학 아동 하나는 젖 먹던 힘을 다해 ○파게티 세 개를 발견했고, 나는 혹을 배불리 먹이겠다는 집념에 금기의 버튼으로 손을 올렸다. ‘타칵’ , ‘트트트트’ 그리고 잠시 후 피어오르는 불, 그 시간 속에서 엄마 모르게 맹꽁맹꽁 가슴이 울었다.
열심히 익힌 한글을 미취학 아동에게 뽐내며 봉지에 적힌 방법에 따라 지금은 허리 춤 밖에 못 따라오는 가스레인지를 의자를 밟고 서서 땀나도록 요리를 했다. 엄마 치마폭에서 본 것은 있어가지고, 젓가락으로 면을 눌러가며 물을 뺀 후 다시 불을 올리고 까만 스프를 훅 뿌렸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처음’이 양념을 자초하고 나섰으니. ○파게티의 특성상 면이 띵띵 불어나기 시작했고 꼬들꼬들했던 면이 떡이 되어 냄비에 삽시간에 눌러 붙기 시작했다. 그러나 언니 자존심에 뭐라고는 못하겠고, 마지막 양념인 허세를 잔뜩 뿌린 냄비를 앉은뱅이 상에 내려놓았다.
“언니, 이거 원래 이런 거야?”
“그럼! 당연하지! 먹기 싫으면 먹지 마라, 나 혼자 먹으면 되니까.”
떡이고 뭐고 이미 굶주림의 노예였던 나와 혹은 ○파게티를 맹렬히 파먹었다. 너무나도 눌러 붙은 나머지 파먹을 수 있는 것도 별로 없었기에 급기야 숟가락으로 퍼먹은 후 눈썹까지 까맣게 묻은 양념을 보며 깔깔거렸던 것 같다.
후에 설거지를 한다고 했지만 완전 범죄에는 완벽하게 실패한 우리가 엄마의 긴 한숨을 들은 것은 당연한 이야기.
지금은 완벽한 ○파게티를 끓일 줄 알지만 가끔 내동생 혹과 그 처음의 ○파게티를 그리워한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만 맛 볼 수 있었던 것이어서 그런가 보다.